권영규 칼럼- ‘제2의 기적’ 만들라
7월15일 민족의학신문의 창간기념 자축연에 참석했다. 신문사 공식행사로는 처음 함께 했다. 행사장의 젊은 운영위원들은 세대를 바꾸고 있었다. 무엇보다 유명 신문사 부국장 출신 현 편집국장의 ‘민족의학신문이 21년을 버틴 것은 상업신문의 기적’이라는 인사말에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발간 뒤에는 조용한 후원자와 열혈 구독자가 있었고, 그 힘은 1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무참히 깨뜨렸다. 하지만 2만 한의사 중 자발적 유료독자가 500여명에 불과하고, 아직도 영세성을 면치 못한 한의계 광고시장 실정에 충격을 받았다.
‘기적의 신문’이라는 평가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민족의학신문 창간은 기관지 성격의 ‘한의신문’과 다른 새로운 소통도구의 탄생이다. 텔넷에 이은 인터넷과 같은 신선함으로 기억된다. 이번 행사장에서 한사코 마다한 끝에 건배 제의에 나선 허종회 명예회장의 한의계 역사 회고와 미래 전망은 명료하였다. 지난 30년 간 한의계는 중국에 이어 당시 경희대 교수로 계신 류근철 원장의 침술마취로 버티었고, 한약분쟁 이후 한의대에 진학한 수재들 중에서 제2의 류근철과 같은 인물이 곧 나올 것이다.
한약분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지만, 양약사(藥師)와의 투쟁을 거쳐 우리 한의사는 의사(醫師)로 거듭 태어나고 사회적 공인을 받았다. 한약을 관리, 판매하는 약사(藥事)업무가 아니라, 진단결과에 따라 치료수단으로써 한약을 투약하는 일련의 진료행위의 주체로서 거듭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변혁기에 민족의학신문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장으로 역할을 하였다.
한의학미래포럼 전국 순회 개최 청빈협 핫이슈 지상토론과 연계
이제 앞으로 10년을 위해 민족의학신문은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세대 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격심하고, 내부적 갈등이 첨예화될 조짐을 보이는 또 다른 격변기에 대비하여 제2의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기적은 다양한 비판과 토론을 담아내는 것으로부터 가능하다. 또한 21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생산적 대안 제시와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지만, 여전히 꼼꼼한 독자와 여론 주도층은 신문으로부터 차분하게 정보를 획득한다는 견해가 있다. 침체한 한의계에 관심을 집중시킨 최근의 토론기사를 보면 주제의 엄밀성이나 전문성을 떠나 여하튼 긍정적이다. 그 토론이 창간 목적인 ‘민족의학의 미래상 제시’로 이어진다면 좋겠다.
신문의 새 출발을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열혈 구독자 배가운동을 위한 ‘한의학미래포럼’을 전국 순회로 개최하여 한의학 미래를 조망해 보면 어떨까? 청빈협 까페의 핫이슈를 지면 위로 올려 지상토론으로 이어가 보면 어떨까? 그리하여 ‘국한위’ 때와 같은 열기와 번뜩이는 지혜를 담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권영규/ 부산대 한의전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