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도 쓰고
문익환도 읽고
주5일수업 보고서도 서너쪽 읽고
나의 근기는 금방 끝나 TV에 눈을 박고(중극 영화에)
윤달 피한 결혼식에 반만 참여하고
4시 15분에 옷 갈아 입고 집을 나선다
운전과 걷기를 포함하여
세 시간 거리의 산을 찾는다
옥녀봉
무등산 아니 어등산
생각나는 산을 찾아 무조건 차를 운전하고 나선다.
어등산에서 지는 해를 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송정리 쪽으로 간다.
길은 작년과 변하지 않았으되 휴일이라 잘 달린다. 호남대 너머로 도로 공사중이다.
서봉 마을로 들어갔다가 노인들이 많은 우산각을 지나기 싫어
차를 돌려 나온다.
동명고 앞에 차를 세우고 몇 집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유난히 무덤이 많다. 몇 해 전 불이 나서 새로 조림한
민둥산의 비탈을 빠른 걸음으로 오른다.
숨이 금방 차 오른다.
원식형님의 딸 문희의 결혼식에서 마신 몇 잔의 맥주탓이 보태졌다.
능선을 타고 오는 사람을 얼핏 보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늦은 오후 땀을 흘리기 위함이라 급하게 걸어도
좁혀지지 않는다. 긴 나무 계단이 끝난 곳에서 숨을 몰아쉬는데
서서 기다린다.
"빠르시네요"
"자주 오세요?"
눌러 쓴 모자에 뒷모습만 보고 걷는데
나에게 길을 양보터니 금방 또 앞선다.
이야기 하다보니
나이 60살에 5년 정도 이 산을 다니신댄다. 거의 매일
몸무게도 10킬로 이상 빠지고 숨도 고르게 되었다한다.
걸음이 가볍고 빠르다.
석봉 끝 뒷 무덤에서는 나경을 꺼내들고 설명을 한다.
묘비에 오좌니 임좌니 하는 말에 대해 알았다.
배우자의 묘지 위치를 써 놓은 비였다.
호남대의 사회교육원에 다니며 김진환씨한테
역학과 풍수지리를 배운다고 했다.
전남대도 다녀보고 조선대도 다니며
한 10년 역학과 지리를 공부했다고 한다.
이대근이 생각도 나고, 나도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역학은 철학이다라는 책을 사 두고 몇 쪽 보지 못했다.
주역도 읽을 수가 없다.
그 양반은 50 넘으면 시작해 보라고 한다.
나는 웃는다.
오랜만에 동행이 있는 산행이었다. 두 시간도 안된 산행이었지만
누구한테 아는 척 설명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좋다.
맑아 시야가 넓은 광주 담양 장성 쪽 풍경을 찍고
반달정으로 왔다.
동명고 앞까지 걷기로 하고 강을 따라 걷는데
음식점이 가로 막는다.
그러다 무릎까지 빠지고 말았다.
한참을 씨름하다 발을 빼고 등산화에 가득 찬 모래를
털어낸다. 그도 재미있다. 철컥이며 걸어 시동 걸어
본량 임곡교 거쳐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