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오전에 일찍 움직인 덕분에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 덕수궁 분향소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테이블에 마련된 그냥 스프링 노트 몇권으로 된 일종의 방명록에 하고 싶은 말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세상의 오해가 더이상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라는 글귀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탄핵소추 서명판이 있더군요.
물론 일년 동안 온라인 오프라인 여러번 서명했었지만 다시 한번 꾹꾹 눌러서 서명했습니다.
국화 꽃 한송이 받아들고 시청방향으로 뻗은 덕수궁 돌담길 조문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점점 사람이 많아져서 자리도 없는데 인도 가득히 전경들의 행렬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지나갈 길도 없이 참 복잡해 보였고, 몇몇 시민분들이 자리 좀 비켜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전경대열을 다시 정렬해서 원래 차지하던 폭의 절반 정도로 줄여서 그나마 통행이 쉬워졌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자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관리하던 분들이
한번에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조문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래도 줄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더군요.
온갖 연령대의 수많은 보통 사람들.. 엄마 아빠 품에 안긴 갓난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도 많으셨어요.
가족단위로 오신 듯한 분들이 많이 보였구요.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노란 천막 두개로 마련된 분향소가 보였습니다.
그 안에는 급하게 뽑은 듯이 보이는 노무현 전대통령님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냥 일상생활을 하는 듯 자연스러운 모습... 순간 미소와 함께 눈물이 나더군요.
비록 신분에 맞지 않게 초라한 천막 아래, 사진이 다였지만...
사진 뒤로는 병풍이 아닌 전경 차량이 시야를 막고 섰지만...
그래도 그 분의 일생과 영향력은 그런 것들이 아닌 그 자리에 끝없이 늘어선 자발적 조문 행렬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분위기는 차분했고 자발적으로 분향소 질서를 유지하고 계시는 분들의 통제는 깔끔했습니다.
그 수많은... 덕수궁을 비롯해 시청 광장까지 빼곡히 들어선 전경차량은 무엇을 위해 그곳에 배치된 것인지...
사실 지난 일년을 겪은 사람들은 왜인지는 잘 알고 있겠지만...
덕수궁 앞을 지나가는 외국인들 눈에는 참 희안한 풍경이었겠지요.
분향소 향로 옆에는 많은 분들이 놓아두고 간 담배갑이 쌓여있더군요.
마지막 말씀 때문인가 봅니다. 그게 눈에 들어오는 순간 또 한번 눈물이...ㅠㅠ
조문이 끝나고 덕수궁 돌담을 따라 서울시립미술관 쪽으로 걸어가는데 시계를 보니 거의 12시가
다 되었더군요... 한시간 이상을 기다렸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밤에 집에 들어와 인터넷 뉴스를 보니 저는 진짜 빨리 조문하는 행운을 누렸더군요.
나오는 길에 시청 쪽을 바라봤습니다.
그 넓은 서울 시청 광장을 바라봤습니다. 물론 전경차가 막고 있었지만 말이죠.
저기서 추모할 수 있다면... 그 좁은 덕수궁 앞 대한문 보다는 조문객들이 훨씬 더 편할 텐데 말입니다.
친구들 만나서 얘기 좀 하다가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가 넘었네요.
오늘 하룻동안 쌓인 뉴스들을 둘러보고 정사모 들어오니 게시판이 마련되었군요.
쥔장님을 비롯한 운영진님들... 그리고 회원분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냥... 그냥... 감사드립니다...
기사 댓글 읽어보니 대부분은 추모하는 글이지만 자살한 사람 어쩌구 하시는
'위대한 인터넷 찌질이' 분들도 눈에 띄네요.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대체 제정신 박힌 누가 전태일 열사에게 '자살한 사람'이라고 합니까?
삶의 희망을 잃고 절망감에, 우울감에, 삶의 끈을 놓아버린 수많은 분들을 모욕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단순히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것은 말도 안되지 않습니까?
물론 죽음보다는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전방위적인 정치적 압박을 받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라고 한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봅니다.
그 승부수가 옳다고 생각하든 그르다고 생각하든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분과 개인적 친분이 없었고
단순히 개인의 삶이 그러면 안된다는 시각은 우선 나중으로 미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찌보면 순진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는...
민주주의의 확립, 60여년간 우리나라의 헌법 첫줄을 장식하고 있던 그 한 단어를 생각했던,
그냥 그런 분 조차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사회 윗선들, 권력자들,
그리고 그런 분을 보호하지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몰고만 우리들 자신들에게 처참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저만 그런 기분을 느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감상적인 글 안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네요.
마지막으로 너무 영웅시 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제자신을 다시 한번 비판적으로 돌아보기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부분 실망도 많았습니다.
인간적으로 많은 매력을 느껴서 항상 좋은 감정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지지자라고 말하긴 힘들거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분에 대해서 비판할 것 역시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 만이라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던 그 분의 60년 인생 함께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가 그 분을 비겁한 겁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분 계시면 용감하게 댓글 달아달라고 하면 너무 공격적인가요?
첫댓글 고생하셨어요 구리님... 좋은 곳으로 가셨을 꺼라 믿어요 전.....^^
네... 수많은 조문인파가 그분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생전에 위로가 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전혀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ㅠ.ㅠ 광복후..우리역사상...민주주의 체제상의 대통령에 걸맞는 유일한 대통령...이제 그런 대통령...다시는 나올 수 없게될까봐...이 꼴을 보고...누가 나올까 ㅠ.ㅠ 슬프기 그지 없습니다.
그저 가장 상식적인 사람이 못견디게 만드는 나라가 바로 이 나라라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역대 대통령 중에... 지지 기반세력이 제일 서민적이 었던 분이 아닐까요?? 몇천억씩 해드시고... 피같은 세금으로 선심쓰듯 쳐쓰신... 통장에 29만원이 전부라고 GR하시던 사람은 두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가슴아프네요...
그 29만원 가지신 분이 한마디 하셨더군요. 더 꿋꿋하게 버텨야 했다고... 제발 그분이나 그만 꿋꿋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분을 오래사실거예요,,낯짝이 두꺼우면 오래살고 안그러니 먼저가시지요..ㅜㅜ
수고하셨어요.. 전 봉하마을 가까운데 있으면서 아직... 아니 혹시라도 분위기에 휩쓸리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못가고있습니다..내일이라도 가봐야겠습니다..
제 친구도 내일 간다네요. 직장 때문에 울산에 있는 친구인데 직장 사람들하고 같이 가기로 했다고... 갔다와서 전화해준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 생각했는데,, 항의
항의할 건 항의해야죠, 물론 저 인간들은 그걸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고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폭력테러리스트라고 하겠죠? 그렇다고 입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안되죠!!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 그것도 그거지만, 노 전 대통령께서 하실 수 있는 최대한의 항의표시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런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는 말이었어요~~ 제 글이 너무 짧았군요
아.. 그런 말씀이시군요!! 네.. 항의겠지요.. 저는 어떤 부분에선 그분이 끝까지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게 더 좋기도 하네요. 물론 불행한 일이 벌어져서 함부로 이런 말 하면 안되겠지만요.
잘 다녀 오셧나 보네요. 수고 하셧어요. 위에서 잘못을 덥기 위해서 그렇게 대놓구 새워 놓는거겠죠... 국민장을 왜 해주냐는 사람도 있는거 같던데.쩝 왜들 그러는지..
국민장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권리인걸요. 별 소리를 다 듣겠네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