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결린다’, ‘담 들렸다’, ‘담 붙었다’ 특별히 어디에 부딪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등이나 어깨가 걸려 숨도 못 쉴 지경이 되었을 때, 또는 결리는 통증이 여기저기로 돌아다닐 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들 말한다. 이런 현상들은 한의학에선 몸속에 ‘담(痰)’이라는 것이 있어 발생한다고 본다. 담은‘몸에 필요하지 않은 불순한 물질’들을 전체적으로 가리킨다. 가래도 바로 담의 일종이다.
담은 수분과 음식물의 소화 흡수 과정에 장애가 일어나 생긴다. 수분과 음식물의 대사 과정중 담을 생산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은 비(脾)와 폐(肺)이다. 위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여 소화를 시켜서 소장으로 보내면, 소장에서 맑고 순수한 기운와 거칠고 탁한 기운를 나누고, 그 가운데 순수하고 맑은 기운를 비가 받아서 폐로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비가 제 기능을 못하면 맑은 기운이 아니라 불순한 담을 만들어 폐로 보내게 된다.
여기서는 병적 요인의 하나로서 담을 설명하고 있지만, 담은 근본적인 병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담은 비의 기능에 이상이 와서 생겨난 물질이므로, 근본 원인은 비의 기능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담을 병적 원인으로 보는 이유는, 담이 몸속에 많이 쌓이면 또 다른 병을 이차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기의 순환을 방해해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담이 있을 때 일어나는 증세는 이렇다. 가래와 기침, 숨이 차는 증세,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는 증세, 차멀미, 어지럼증, 갑자기 이곳저곳 결리는 증세 등. 따라서 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계속 생산해 내는 비를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랫동안 가래가 목에서 그르렁거리는 경우도 폐(肺)와 비(脾)를 함께 치료하는 방법을 써야 할 것이다.
이정호(테마한의원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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