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입맛은 다양하지만, 그래도 분명 공통분모가 있다. 맛집의 기준은 무엇일까. 좋은 재료와 요리의 완성도라는 객관성을 갖는 지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맛이라는 것은 재료 자체와 간, 그리고 익힘 정도, 향신료 등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 갈린다. 하지만 맛있는 집에 대한 기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그러니 맛있는 집을 가면 대개는 열 중 일곱 여덟은 맛있다고 공감한다. 그런 집들은 대개 십중팔구 사람들로 늘 흥성거린다.
청주에서 알탕을 추천하면 가경동 사대부중 뒤 골목에 위치한‘옹기종기’가 단연 회자된다. 입구의 간판은 평범한 민속주점 분위기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시끌벅적한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업원도 바쁘다보니, 기계처럼 척척 무표정하게 반찬을 내놓지만 막상 먹어보면 의외로 감칠맛이 있다. 주방장의 간 맞추는 솜씨가 일품이라는 소문이 거짓을 말하지는 않는 듯 했다.
“보통 친구와 둘이 오면 알탕(소)와 밥 2개, 라면사리 1개를 시켜요. 그럼 거뜬합니다. 친구와 소주 한 잔 나누면 2만원이면 충분하거든요.”
2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그들의 말에는 가격과 맛에 대한 만족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괜찮다는 의미리라. 여러 메뉴를 쓱 한 번 흩어본 뒤, 곧바로 알탕을 시키자 미리 준비했었다는 듯 5분도 안되어 등장한다. 먼저 다진 양파에 고추냉이를 넣고 섞어 소스를 만들고, 잘 익은 알탕의 고니, 이리, 애를 건져 소스를 올려 먹으니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은근히 당긴다. 칼칼한 첫맛에 이어 끓일수록‘알탕’과 함께 뭉근히 녹아난 미나리와 갖은 양념이 궁합을 이룬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한 맛이 묘한 매력이다.
“진한 맛은 아닌데, 시원한 맛이 끝까지 유지되는 힘이 있어. 알탕 특유의 맛이 잘 살아나는 집인 것 같아.” ‘끝까지 유지되는 맛의 힘’은 무엇일까. 함께 간 동료는 강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맛을 품고 있다고 연신 말한다. 원래 알탕은 명태의 알을 넣고 끓인 매운탕으로 강원도의 향토음식. 명란은 대체적으로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되어 있다. 특히 글루타민산과 라이신 등의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A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시력보호와 피부미용에 좋다. 비타민E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생식기능을 원활하게 하며 노화방지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알탕의 주재료는 명란, 무, 콩나물, 미나리, 풋고추, 붉은 고추, 대파 등이다. 음식점의 특성에 따라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즙, 청주, 소금, 후춧가루 등으로 양념장을 만든다. 보통 알탕의 국물 재료는 멸치, 다시마, 무, 대파를 즐겨 쓴다.
알맞게 익은 알탕을 입 안 가득 넣고 먹다보면, 입안에서 한데 뭉쳐져 툭툭 터지는 느낌이 그만이다. 씹는 맛이 살아있다. 저렴한 가격에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중의 하나로 알탕은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알탕을 먹고 나니 마음까지 데워지는 느낌이다. 겨울에 먹는 알탕도 묘미가 있지만, 한 여름에 땀 흘리며 먹는 알탕도 나름 괜찮다. 이열치열이 아니던가.
옹기종기 메뉴는 무척 다양하다. 이 많은 요리를 어떻게 소화할까 궁금하기도 하다. 유명한 알탕찌개는 (소)1만6천원, (대)2만3천원이다. 새뱅이찌개는 (소)1만7천원, (대)2만3천원이며, 동태찌개 (소)1만5천원, (대)2만2천원이다. 김치찌개는 (소)1만4천원, (대)1만9천원이다. 닭도리탕 2만5천원, 버섯찌개 (소)1만6천원 (대)2만2천원이다. 부대찌개 (소)1만5천원, (대)2만원이다. 아구찜 (소)4만원, (대)5만원이다. 두부두루치기 1만2천원, 두부김치 8천원, 파전 8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