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탈과 자기 파괴를 통해 지옥 같은 세상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었던 천재시인, 랭보. 스무살 이전에 절필하고 사랑에 배반당해 조국과 가족을 버리고 바람처럼 떠돈 젊은 시절에 그는 무기 밀매와 마약거래를 하고 자신보다 10년이나 연상인 폴 베를렌느와의 동성애에 탐닉하면서 스스로를 철저하게 타락시켰다. 그 후 아프리카와 유럽 전역을 전전하다가 정맥류 때문에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온몸으로 퍼진 암 때문에 그의 삶은 37세의 나이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데. 평생 질탕한 타락에 기반한 감각을 통해 절대자와의 대화를 시도했던 천재 시인 랭보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했다.
...불펌.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목차
-옮긴이의 글 ...7
-서문 ...13
1. 친척들 ...21
2. 첫 발걸음 ...36
3. 꼴레쥬 ...51
4. 기나긴 방학 ...93
5. 기나긴 방학의 끝 ...135
6. 빠리 그리고 환멸 ...183
7. 샤를르빌에서의 유배생활. 대출발 전에 빠리로 귀환 ...225
8. 벨기에에서의 자유 그리고 영국에서의 타향살이 ...246
9. 막간을 보낸 샤를르빌과 드라마가 벌어지기전에 다시 들른 로슈 ...269
10. 7월 10일의 드라마 ...286
11. 영국에서 제르맹 누보와 함께 ..305
12. 여행. 베를렌느와의 절교 ...332
13. 긴 여행 동방의 발견 ...360
14. 아프리카와의 첫 접촉 ...390
15. 아덴에서의 랭보. 그후 하라의 지사장이 되다 ...404
16. 코아로 광란의 출정 ...431
17. 하라의 자영업자 랭보 ...458
18. 절단수술 - 로슈의 골고다 언덕 ...491
19. 돌아오다 그리고 마르세이유에서 죽다 ...514
-에필로그 ...535
베스트셀러
2001년 9월 1주 주간 베스트셀러 인문과학 7위
2001년 8월 4주 주간 베스트셀러 인문과학 7위
미디어 서평
랭보 번역 유감/ 황현산
한국 시에 끼친 랭보의 영향은 적지 않다. 식민지시대부터 지금까지, 이른바 모더니즘에 이론의 터를 둔 시들 가운데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랭보의 영향을 말하지 않고 설명하기 어려운 시들이 많다. 그러나 번역에 관한 한, 그는 한국에서 운이 없었다. 서양 시인치고는 드물게 '전집'이 발간된 시인이지만, 이 전집에서나 다른 여러 선집에서나 그의 작품의 번역은 거의 모두 나쁜 번역의 사례가 되기에 알맞다.
1990년에 발간된 은 '무제'라는 제목 아래 한 시의 첫연을 이렇게 옮겨 놓았다: “구십 두세명의 사형수들이여/그의 말발꿉 아래서 조용하구나./자유의 강한 입맞춤으로 그대들은 창백한/영혼 위에, 휴매니티의 이마 위에/짓누르는 질곡을 부셔 버리시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이 전집에는 주석도 제법 붙어 있는데, 이 시에 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최근에 프티 피스의 랭보 전기가 [랭보―지옥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제목을 달고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이 번역본은 문제의 시가 언급된 대목에서 그 첫 두 줄을 “자유의 강한 입맞춤으로 창백해진/아흔두 살 노인과 아흔세 살 노인의 시체여…”라고 번역하고 있다. “구십 두세명의 사형수들”이 “아흔두 살 노인과 아흔세 살 노인의 시체”로 바뀌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설명도 없다.
이 첫연은 아마 다음과 같이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92년과 93년의 전사자들이여,/자유의 강렬한 입맞춤에 창백해져,/온 인류의 영혼과 이마를 짓누르는 멍에를,/그 나막신으로 평온하게 짓밟아부시던 그대들…”
여기서 말하는 “92년과 93년의 전사자들”은 프랑스 대혁명기인 1792년 로렌 지방에서 프러시아 군대와 맞서 공화국을 지키려고 “나막신”을 신고 싸우다 목숨을 바친 상퀼로트당원들이다. 이 정치 풍자시에서, 랭보가 무슨 비밀스런 내용을 어려운 말로 늘어 놓았던 것은 아니다. “92년과 93년의 전사자들이여”의 자리에 '4월과 5월의 영령들이여'를 대입한다면, 이 시는 한국인들에게도 아주 친근한 시가 될 만하다.
이 전기의 번역이 전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특히 작품의 인용에서 미묘한 대목마다 이런 식으로 엉뚱한 번역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랭보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도, 그의 작품이나 전기를 번역해야 할 이유도, 사실 그 미묘한 대목에 있다. 그것을 젖혀 놓으면, 랭보도 다른 여러 부랑배나 전혀 다를 바가 없으며, 랭보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가 만날 길도 없다. 번역은 한 저자가 자기 언어로 겪었던 생애의 난점을 우리가 우리말로 다시 겪는 일이다. 번역자가 자기 작업에 그렇게 많은 노력을 퍼붓고도 정작 공들여야 할 자리를 소홀히 넘긴 탓에 아무 일도 안 한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른다면 매우 애석한 일이다.
랭보(Rimbaud, Jean-Nicolas-Arthur)는 누구인가.
1854년, 벨기에 국경 근처 아르덴 지방 샤를르빌에서 태어났다. 광신적인 카톨릭 신앙인으로 질식할 만큼 완고했던 어머니와 보병 대위 출신으로 대범한 성격이었던 아버지, 우유부단한 형 프레데릭과 두 명의 여동생인 비딸리, 이자벨 등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어려서부터 극히 조숙했던 천재로서, 오늘날 남아 있는 작품들은 유년시절의 습작까지 포함해서 모두 15세부터 20세 사이에 쓴 것들이다.
1870년 16세 때 중학교 교사 이장바르에게 문학적 영향을 받아 여러 편의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차갑고 비참했던 가정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시골 생활에 대한 반항심에서 당시 독일-프랑스 전쟁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혁명에 매혹되어 파리와 벨기에로 세 번이나 가출했던 경험은 세상과 삶의 모순에 눈뜨게 하여 그의 문학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1871년 5월에, 이장바르와 친구에게 써보낸 《투시자의 편지 Lettres du voyant》는 특이한 방법론적 각성을 체험한 결과로서, 그 해 여름에 발표한 12음절 100행으로 된 장시《취한 배 Le Bateau ivre》와 함께 천재시인으로서의 그의 자질을 유감없이 엿볼 수 있다.
랭보의 시를 제일 처음으로 인정한 사람은, 당대 시단의 주류를 이루던 빠르나시앙의 한 사람인 폴 베를렌느였다. 1871년 랭보는 그의 초청으로 파리로 갔으나, 10살이나 연상인 그와의 관계가 동성애로 발전하는 바람에 베를렌느는 신혼의 아내마저 버리고 랭보와 방랑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은 약물과 술로 찌들게 되고, 결국 1873년 랭보의 결별 선언에 분노한 베를렌느가 만취한 채 랭보에게 방아쇠를 당기지만, 랭보는 가벼운 부상을 당하고 베를렌느는 투옥되어 2년형을 선고받는다.
그 후 랭보는 어머니에게 돌아와 지금까지의 방탕과 타락을 청산하는 의미에서 쓴 산문시 《지옥에서 보낸 한 철 Une Saison en Enfer》과 그의 시경(詩境)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산문시집 《일류미나시옹 Illuminations》을 발표하게 된다. 이때 그의 나이 19세 때이다.
하지만 1875년경부터는 점차로 어린 시절 이래로 그를 구원해 주었던 문학에마저 흥미를 잃고, 써놓은 시들을 불 속에 던져 버리고 네덜란드, 자바, 북유럽, 독일, 이탈리아, 키프로스 등 여러 곳을 유랑하게 된다.
1880년에는 아라비아의 아덴으로 건너간 후 그의 생활은 거액의 부를 얻는 것에 정열을 쏟게 되고, 결국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에서 무기 매매와 마약 거래, 인신매매 등 생의 밑바닥을 전전하며 남루한 일상에 빠져들게 된다. 그 후,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안정된 수입을 갖게 되지만 무리한 생활에 극도의 피곤과 풍토병까지 얻어 1891년 오른쪽 무릎의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프랑스로 돌아오지만, 전신에 퍼진 암과 싸우다가 마르세이유에서 3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동성애,무기밀매,인신매매,마약, 그리고 끝없는 예술혼
끊임없는 일탈과 자기 파괴를 통해 지옥 같은 세상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었던 천재시인, 랭보.
그의 삶을 추적한 국내 최초 '랭보 평전'
스무 살 이전에 절필하고, 사랑에 배반당해 조국과 가족을 버리고 바람처럼 떠돈 젊은 시절에, 랭보는 무기 매매와 마약 거래, 인신 매매, 동성애 등에 탐닉하면서 스스로를 철저하게 타락시켰다. 그러나 그렇게 일탈과 자기 파괴로 점철된 삶의 구구한 모습들은, 랭보 스스로 말했듯이 단지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일 뿐이었다. 철저히 타락에 바탕한 감각을 통해 절대자와의 대화를 시도했던 천재시인, 하지만 랭보의 힘이 발기하여 달려간 방향은 오히려 언제나 태양과 정열 그것이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순진무구한 영혼을 주체 못하는 시인의 '심리적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시를 비롯한 그의 모든 작품들은 독신(瀆神)과 저주의 언어를 섞어놓은 가운데서도 격조 높고 힘찬 시구(詩句)들이 인상적이다.
순수에의 갈망과 지옥에 떨어지는 슬픔이 교직되는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감각 영역을 개척한 프랑스 상징주의의 최대 걸작으로서 초현실주의 이후 20세기의 시에 많은 영향을 줌으로써 그의 이름을 문학 사상 불후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 책은 랭보의 짧으나 격렬했던 삶 주변을 항상 휩싸고 있던 방황과, 그 처절함의 배면에 자리한 좌절감을 잔인하리 만치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동시에 그의 일생을 관통했던 '지옥으로부터의 자유'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탁월한 통찰력으로 그려냄으로써 '평전(評傳) 문학'의 지평을 새로 연다.
끝없는 예술혼으로 불타올랐던 청춘기의 문학에의 집착과, 자기 파괴로 일관한 20대, 일말의 연민마저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비루한 말로(末路). 방황과 저항이 무수히 교차되었던 예술가의 일생을 또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켜 놓은 작가의 역량이 눈부신 책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삐에르 쁘띠피스(Pierre Petitfils)
랭보의 전문 연구자로서 프랑스의 랭보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의 저서로는 『아르뛰르 랭보의 작품과 얼굴』, 『아르뛰르 랭보의 삶』, 『랭보 앨범』, 그 외에도 『베를렌느』, 『베를렌느 앨범』 등이 있다.
옮긴이 장정애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매길 대학에 유학, 프랑스 문학과 불어권 캐나다 문학을 연구하였으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중국 연변 과학기술대학에서 불어권 연구소를 설립, 소장으로 재직하였다.
논문으로 <시를 통해 본 불어권 캐나다와 한국의 문화정체성의 비교-넬리강과 소월의 비애를 중심으로>, <종족성과 종교를 통해 본 불어권 캐나다의 다문화주의적 정체성>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불어권 캐나다의 시인 넬리강의 시전집 『내가 사랑한 그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