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가 투명성의 시대라면, 21세기는 , 적어도 지금 건축계에서 보여지는 사실만으로 본다면, 반 투명의 시대라 미리 정의 내릴 수 있다. 특히 건축계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20세기 초 바우하우스의 건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이는 유리의 사용이 근대성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물론 유리는 그 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사용되던 재료였고, 이미 1850년 수정궁에서 새로운 건축자재로서 사용가능성을 당당하게 알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유리가 역이나 공장 외, 일반 건축재료로 자리하고 다양하게 쓰였던 것은 아무래도 20세기를 꼽게 된다.
그러던 투명함을 앞세운 미학이 이제는 안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창호지 문 으로 전해지는 보일 듯 말듯, 형태가 어슴프레 드러나는 아련함의 미 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한 미적 개념을 잘 보여주는 재료에는 모래방사 방법으로 표면에 미세한 자국을 낸 우유빛 유리의 등장 뿐만 아니라 벽돌쌓기, 건물의 이중포장, 블라인더 이용 외에 최근에 콘크리트 자체를 빛이 전달되도록 만든 재료들이 개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헝가리의 건축가 아론 로손찌 (Aron Losonczi) 광섬유를 콘크리트 배합에 넣어 만든 리트라콘 (Litracon: Light Transmitting Concrete)는 2미터 두께의 콘크리트 벽에 시공을 해도 빛을 통과시켜 밖에 있는 사물의 윤곽을 안에서 어렴풋이 알 수 있게 해준다. 광섬유 비율을 5퍼센트만 사용해도 이 같은 효과가 난다고 하는 이 리트라콘은 바닥재나 벽재로 사용되어 밝은 실내공간 또는 신비한 실내공간 연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광섬유를 이용해 그림을 프로젝터 없이 벽에 그대로 재현해 내, 새로운 영상 화면 개념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또 이런 콘크리트 제조법을 응용한다면 소리나는 벽을 만들수도 있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리트라콘은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 주관하는 올해 레드 닷 어워드 건축부분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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