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어의 동물이며 말로 서로 소통하고 교감을 나눈다. 언어의 중요성은 어느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요즘 청소년 중심으로 언어 파괴가 심각하게 퍼지고 있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가 천 냥 빚 갚는다“는 있듯이 한마디를 할 때도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말을 해 왔다. 특히 예로부터 집안 어른이나 가까운 사람이 돌아가시면 최고의 격식을 차려서 상주와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 왔다.
문상의 전통적인 예의는 고인에게 재배하고 상주와 절을 한 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물러나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주를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게 맞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조상들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지만 상주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한다고 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깊은 조의만 표했다. 문상을 받는 상주 역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전통적인 관습이다.
실제 문상의 말은 문상객과 상주의 나이, 평소의 친분 관계 등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 합리적이다. 격식이나 현식을 차린 표현보다 따뜻하고 진지한 위로 한마디를 문상 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현재 문상 시 잘 쓰지 않은 인사말이지만 우리 언어의 다양한 인사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상주의 부모님 문상 시
1. 상사에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2. 친환(親患)으로 그토록 초민(焦悶)하시더니 이렇게 상을 당하시어 얼마나 망극하십니까?
친환(親患) : 부모님의 병환
초민(焦悶) : 속이 타도록 몹시 고민한다는 뜻이다.
3. 그토록 효성을 다하셨는데 춘추가 높으셔서 인지 회춘을 못하시고 일을 당하셔서 더욱 애통하시겠습니다.
4. 망극(罔極)한 일을 당하셔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망극(罔極) : 부모님 돌아갔을 때만 쓰는 존칭.
둘째, 상주의 아내 문상 시
1. 위로할 말씀이 없습니다.
2. 옛말에 고분지통(叩盆之痛)이라 했는데 얼마나 섭섭하십니까?
고분지통(叩盆之痛) : 아내가 죽었을 물동이를 두드리며 슬퍼했다는 장자(莊子)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셋째, 상주의 남편 문상 시
1. 상사에 어떻게 말씀을 여쭐지 모르겠습니다.
2. 천붕지통(天崩之痛)에 슬픔이 오죽하십니까?
천붕지통(天崩之痛)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한 아픔이라는 뜻으로 “남편이 죽은 슬픔”을 말한다.
3.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씀이 있는데,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넷째, 상제의 형제 문상 시
1. 백씨(伯氏) 상을 당하셔서 얼마나 비감하십니까?
백씨(伯氏) : 남의 맏형의 존댓말.
중씨(仲氏) : 남의 둘째 형의 높임말.
계씨(季氏) : 남의 사내 아우에 대한 높임말.
2. 할반지통(割半之痛)이 오죽하시겠습니까?
할반지통(割半之痛) :몸의 절반을 베어내는 아픔이란 뜻으로 그 형제자매가 죽은 슬픔을 이르는 말이다.
다섯째, 자녀를 잃은 부모 문상 시
1. 얼마나 상심하십니까?
2. 참척(慘慽)을 보셔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
참척(慘慽) :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 보다 먼저 죽을 때 이르는 말이다.
3. 참경(慘景)을 당하시어 얼마나 비통하십니까?
참경(慘景) :끔찍하고 비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어느 나라 보다 우수하고 예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보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우수성과 과학성을 함께 인정받고 있다. 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썼을 뿐만 아니라 윗사람, 아래 사람에 대한 존칭이나 존댓말이 있을 만큼 한글은 과학적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장례 관한 언어는 돌아가신 분 따라 다르게 인사말을 전하면서 고인에 대한 예의와 상주의 슬픔을 함께 어루만질 수 있다는 강점이다. 최근 들어 위에 제시한 인사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하지만 고인과 상주를 위하는 예의의 인사말은 계속 이어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한글과 장례문화의 우수성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