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멘토링사역원과 교회개혁실천연대가 4월 27일,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교회 워크숍을 열었다. 강연자들은 지역사회의 필요를 발견하고 채워 주는 일이 곧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목회멘토링사역원과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전국을 돌며 워크숍을 연다. 마을을 잘 섬기는 교회 사례와 교회를 건강하게 운영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지난해까지 전국 단위로 운영하던 워크숍을 올해는 지역 단위로 나누었다. 같은 지역 사역자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힘을 모으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 첫 번째 워크숍이 4월 27일 대전 늘사랑교회에서 열렸다. 28일까지 열리는 이틀 동안의 워크숍에서 대전·충청권 목회자들은 서로의 사역을 점검하고 방향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첫날에는 목회멘토링사역원 주최로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이 진행됐다. 개척교회부터 대형 교회 사역자까지, 다양한 환경의 대전·충청권 목회자 38명이 모였다.
대전의 한 교회에서는 목사와 권사, 집사 5명이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등록 교인 3,000여 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 전도 팀이다. 휴지와 건빵 등을 나눠 주는 기존의 전도 방식 외에 새로운 전도 방식과 사역에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충청북도 충주의 한 전도사는 교회를 개척한 지 한 달 되었다고 했다. 현재 10여 명 남짓한 교인들이 출석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 선교에도 힘쓰고 지역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박은 교회를 만들기 원한다고 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건강한 교회 개척의 모델 들을 접하고 사역에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쌍샘자연·익산 꿈이있는·시흥 꿈이있는 교회…"봉사와 선교는 따로 아냐"
▲ 참석자들은 강연 내용을 집중해서 듣기도 하고 강연이 끝나면 강연자에게 찾아가 목회 조언을 듣는 등 워크숍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워크숍에는 38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이후, 쌍샘자연교회(청주), 꿈이있는교회(시흥), 꿈이있는교회(익산) 3개 개척교회 목사들이 차례로 마을 섬김 사역의 사례를 발표했다. 교회가 뿌리내린 지역 환경과 개척 방식은 달랐지만, 이들은 교회가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워 주는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는 1992년도에 청주의 달동네에서 공부방 사역을 시작했다. 10년이 흘러 이제는 제법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좀 더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마침 그가 사역하는 지역이 재개발 지역이 되었고, 그는 도심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시골에 생태·자연을 기반에 둔 공동체를 만들었다.
백영기 목사는 생명의 근원이 자연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생명을 공급해 주는 자연을 가꾸다 보면 건강한 신앙도 자란다고 보았다. 이에 교인들이 필수적으로 주말 농장을 운영하도록 했다. 생태 마을도 조성하여 교인들이 이곳으로 이주하게 했다. 현재 16가정 정도가 입주했다. 교회는 지역 음식을 파는 장터를 운영하고 생태 문화 축제를 여는 등 지역사회와 호흡하고 있다.
시흥 꿈이있는교회 김제언 목사는 지역 인구의 60~70%가 외국인 노동자인 지역에 교회를 개척했다. 지역에는 노숙자·부랑자가 많고 1년 이내에 지역을 떠나는 유동 인구가 많았다. 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곳이었다.
김 목사는 지역사회에서 교회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위한 '참사랑참생명'이란 이름의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무료 급식, 의료 지원, 상담 등의 봉사를 한다. 교인들 중 매주 봉사하는 인원은 10% 내외이고 비기독교인들이 나머지 봉사 인원을 채운다. 이들이 교인으로 등록하는 일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교회 일이라면 두 팔을 걷고 달려온다고 했다. 그는 지역사회에 선한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것 자체가 하나님나라의 확장이라고 보았다.
익산 꿈이있는교회 노지훈 목사는 2005년, 전북 익산의 한 마을에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아주 사소한 일부터 시작했다. 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선물하고 낙엽을 쓸며 주변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등의 작은 실천이었다. 그렇게 지역사회에 다가가길 4년, 처음에는 교회라면 문전박대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대문을 활짝 열어 준다고 했다.
나중에 이를 '겨자씨 프로젝트'라고 이름 지었다. 교인들이 소그룹을 짜서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찾아 나선다. 노지훈 목사는 가장 주목받았던 예로 '유괴 예방 실습'을 얘기했다. 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에게 1주일간 유괴범의 말과 행동 등을 주의하도록 교육했다. 이후 부모들은 서로의 아이들을 유괴해 보는 실험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넘어갔다. 이런 활동이 지역사회에 입소문으로 퍼졌다. 이제는 전도하지 않아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교회에 보낸다.
▲ 이날 강연에는 개척교회 목회자들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강연자에게 '복음 전도와 사회참여 간 균형은 어떻게 맞추는지, 어떤 신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등 목회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만한 질문들을 던졌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세 교회 사례 강연 이후에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강연자들이 목회 현장에서 겪는 고뇌, 사람을 키우는 일과 외부 사역 사이의 균형 등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강사들은 먼저 본인들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라고 했다. 참석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입을 떼었다.
교회를 개척한 지 한 달 되었다는 한 전도사는 "교회가 지역 봉사와 같은 사회 선교 활동을 하면 사회는 단순히 복지 활동으로만 본다. 복음 전도와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강연자들은 삶이 선교이고 선교가 곧 삶이라고 했다. 둘을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제언 목사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복음이 완성된 세상이 복지 세상이 아닐까요?" 하고 반문했다. 그는 선한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이 익명의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했다. 이타적인 비기독교인을 보면 "당신은 목사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개척교회를 운영하는 한 목사는 교인들에게 어떻게 이런 비전을 공유하고 팀원으로 세웠는지 물었다. 강연자들은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으로 팀원들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고 답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사역을 하고자 할 때, 하나님께서 "이 사람이구나!" 할 만한 사람들을 보내 주셨다고 했다. 또 모든 교인들이 다 다른 생각과 성품, 신앙 수준을 가졌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가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지 않고, 교인들과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논의를 통해 교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워크숍은 강연자가 자신의 목회 성과를 나열하거나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목회자로서의 삶, 철학, 고뇌를 참석자들과 같이 고민했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시간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여운이 남았는지, 참석자와 강연자는 연락처를 나누고 서로 교회에 초대하는 등 인연의 끈을 만들었다.
둘째 날인 28일에는 오전 10시부터 교회개혁실천연대가 '민주적 교회 운영 워크숍'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함께여는교회 방인성 목사가 '민주적 교회 운영'을 주제로 첫 번째 특강을 하고, 최호윤 회계사가 두 번째로 '재정 운영의 원칙과 실제'을 강연한다. 민주적 교회 운영 사례는 대전 새누리2교회의 안진섭 목사, 부천 예인교회 안태훈 목사, 대전 마중물교회 이상웅 목사, 명동 향린교회 고상균 목사가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