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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는 31일자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신사옥의 모습 (사진=미디어스) |
MBC는 31일자로 인사를 내고 130여명의 인력을 전보 조치했다. 이에 따라 교양제작국이라는 ‘조직’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사교양PD들은 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흩어졌다. 특히 MBC 대표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출신 PD들이 집중적으로 타깃이 됐다.
<PD수첩>에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논란을 다룬 바 있는 한학수 PD는 신사옥개발센터로 가게 됐다. <PD수첩> 출신인 이우환 PD(교양제작국 다큐멘터리제작부)와 이춘근 PD(교양제작국 교양제작부)에게는 경영지원국 인재개발부에서의 ‘교육발령’이 떨어졌다. MB 정권 당시 <PD수첩> 책임프로듀서를 맡았던 김환균 PD도 제작과 무관한 경인지사로 쫓겨났다.
<PD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조능희 PD,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 위원장 출신인 이근행 PD, 교양국 해체로 지난 29일 <불만제로> 마지막 방송을 한 김재영 PD는 모두 편성국 MD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편성국 MD는 방송 프로그램 송출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다.
그간 회사에 비판적 의견을 내온 기자들도 이번 인사의 희생양이 됐다. 김재철 사장 시절 MBC 보도국 내부 전산망에 ‘김재철의 MBC’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이용주 기자(뉴미디어뉴스국 SNS뉴스부)와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 170일 파업 당시 기자들의 집단 사직 결의에 참여한 강연섭 기자(뉴미디어뉴스국 인터넷뉴스부)는 경영지원국 인재개발부로 ‘교육발령’을 받았다.
‘싫은 소리’ 하는 PD·기자들 ‘유배’ 보내… ‘침묵’하는 MBC 만드나
사회고발성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어 온 시사교양PD들과 회사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 온 기자들이 비제작부서로 ‘유배’ 당했다는 점에서 이번 MBC의 인사 목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회사 눈에 거슬리는 PD와 기자들을 제작현장에서 쫓아낸 것이다.
최근 영화 <제보자>로 제작돼 널리 알려진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보도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한학수 PD는 연이은 부당 전보를 경험한 대표적인 시사교양PD 중 한 명이다. 한학수 PD는 불과 3달 전 MBC <다큐스페셜> 교황방한 특집을 제작한 바 있다. 그는 2011년 5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쫓겨났고, 170일 파업 직후인 2012년에는 대학교 1학년 교양과목 수준의 교육을 듣는 ‘교육발령’을 받았다. MBC는 교육기간이 끝나면 번번이 교육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한학수 PD가 한동안 현장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했다.
<PD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이춘근 PD는 김재철 사장 시절부터 여러 고초를 겪었다. 대법원이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MBC는 ‘회사 명예훼손’을 이유로 이춘근 PD에게 감봉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는 지난해 4월에 비제작부서인 서울경인본부 수원총국으로 가 있다가 교양제작국 교양제작부로 돌아왔으나 황당하게도 교양국이 아예 없어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PD수첩>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편을 제작한 이우환 PD도 김재철 체제 이후 회사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려 왔다. 그는 <PD수첩>을 맡고 있을 당시인 2011년 돌연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MBC 드라마 센터를 관리하는 드라미아개발단으로 전보 조치됐고, 2012년에는 170일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편성국으로 옮겨가야 했다. 그는 <PD수첩>에서 ‘남북경협 파탄 그 후 1년’이라는 아이템을 준비할 때에는 회사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위에 회부됐고, 올해 6월에는 <다큐스페셜>에서 세월호 아이템을 다루려고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김현종 교양제작국장은 이우환 PD가 ‘언론노조에 파견된 적이 있어 투쟁성이 강하다’며 PD를 교체해 버렸다.
조능희 PD는 <PD수첩> 광우병 편 때문에 2011년부터 올해까지 수차례 징계를 받았다. 2011년의 경우 그는 회사 명예훼손을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같은 징계가 무효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인 올해 4월에도 같은 이유로 정직 1개월을 받았고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미디어오늘> 등 언론 인터뷰 당시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점, 인터뷰에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정직 4개월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는 ‘표적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2년 170일 파업이 끝난 후 6개월 새 3번이나 소속 부서가 바뀌었던 이용주 기자 역시 회사에 ‘싫은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인사평가 최하등급인 R등급을 받는 동시에 정직을 당했다. 보도국 중부권취재센터, 스포츠국 스포츠취재부에 있다가 정체와 목적을 알 수 없는 ‘미래전략실’로 쫓겨난 이용주 기자는 MBC의 여당 편향적인 뉴스 보도 및 사측의 부당인사를 비판하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지속적으로 올렸다. 그 결과 이용주 기자는 ‘사내 질서 문란 행위’라는 이유로 정직 7개월에 교육 2개월까지 더해진 중징계를 받았다.
2010년 노조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김재철 퇴진 MBC 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가 특별채용 형식으로 복직한 이근행 PD, <남극의 눈물> 등을 제작하고 현재 MBC노조 편제민실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재영 PD도 노조 활동을 하며 MBC의 ‘퇴행’에 끊임없이 쓴 소리를 해 왔던 인물들이다.
‘시사교양PD 죽이기’ 우려, 1주일 만에 현실로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교양제작국 해체를 골자로 한 MBC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피케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
공적책무를 지니고 있는 공영방송 MBC는 △미디어 환경변화 대응 강화 △수익성 중심 조직으로 개편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 효율화를 내걸고 지난 24일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방송의 ‘얼굴’을 맡고 있는 보도 부문까지 ‘사업부’를 만드는 등 ‘수익성 강화’에 골몰한 MBC는 조직개편의 후속작업으로 ‘눈엣가시’ 같은 내부 구성원들의 손발을 묶는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당사자들은 착잡하다는 반응이다. 이우환 PD는 “아직 ‘교육발령’이라는 것만 알고 있고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다. 가서 뭘 하는지도…”라며 “회사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마 교육발령 받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다”라고 말했다. 한학수 PD는 SNS에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이 났다. 비제작부서인 것은 확실한데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경인지사, 신천교육대에 이어 세번째로 가게되는 비제작부서다. 최근 3~4년은 참 힘들다”라는 글로 심경을 전했다.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은 조직개편 시작일인 24일에 낸 성명에서 “조직개편은 망치로 새로운 집을 짓겠다는 것이지만, MBC가 지금 사용하는 망치는 집을 짓는 망치가 아니라 집을 부수고 있는 망치”라며 “이번 조직개편이 파업에 주도적으로 나선 교양PD들을 공중분해시키기 위해 나온 정치적 보복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 우려는 꼭 1주일 만에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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