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형도에게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조연출을 맡은 이경식이었다. 경식은 형도에게 뭐라고 말을 건네고 형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함께 별장으로 향했다.
그 모습까지 그 죽음의 눈동자는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때 까지.
별장의 스페셜 룸에 모인 슬래쉬 2의 모든 스텝과 배우들은 형도의 출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조연출 이경식이었다. 경식은 대본을 두손 가득 들고있었다.
"자, 지금 감독님께서 오십니다."
경식이 그 사이 대본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것은 미사가 쓴 슬래쉬 2의 오프닝 대본이었다.
이윽고 형도가 다소 거만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는 차가운 소다수 한병을 빨대로 빨고 있었다.
쪼오옥~ 소리를 내면서 기어코 소다수를 바닥까지 마셔버린 후에야 그는 자리에 앉으며 모여있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 거만하기 그지 없는 작은 눈에는, 마치 그 곳에 모인 모두가 오직 형도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봉사해야만 하는 존재들로 비쳤다.
"아, 다들 모였군!"
형도는 앉은 체로 자신을 보좌할 슬래쉬 2의 팀원들을 한명 한명 쳐다보았다.
시나리오 담당 미사, 그녀의 보조이자 후배인 민석준, 그리고 미사의 매니저겸 배우인 곽철진, 조명담당 이명훈, 명훈의 애인이자 분장,의상담당인 하희연, 조연출 이경식, 촬영담당 오재현, 음향담당 김미연, 그리고 최고의 가수겸 인기 여배우 엄지원.
꼭 아홉명이었다.
아니 그 자신을 포함하면 정확히 열명이었다!
그들 열명중에는 스텝들도 있었으나, 분명한 건 열명모두다 영화속에 출현 한다는 것이었다.
즉, 열명 모두다 영화속의 인물들을 연기할 것이었다.
미사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펼쳐드는 순간 그녀의 정신세계는 이미 그 시나리오 속으로 빨려 들어 가고 있었다.
영화의 전체 내용은 이러했다.
실제로 슬래쉬 2편의 비밀촬영을 위해 모인 열명의 스텝과 배우들은 경치좋은 무인도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그들은 그들이 써 나가는 시나리오 대로 한 명씩 죽음을 맞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는 실명으로 영화에 출현을 한다는 것이다. 즉 시나리오속의 상황설정과 모든 것을 똑같이 해 버린 것이다. 그것은 이제껏 없었던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 였다.
이러한 수법은 슬래쉬 1편에서 쓰였던 기법으로, 홍보전략에 매우 탁월한 효과를 보일 수 있었다.
슬래쉬 1편......
"슬래쉬!"
지금 전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있는 최고의 공포영화 슬래쉬! 그것이 그렇게 까지나 사회적으로 현상을 일으키게 된 원인에는 바로... 그 독특한 제작 방법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영화속에 숨겨진 비밀... 그 비밀때문에 영화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메가히트를 거둘 수가 있었다.
그 끔찍한 비밀때문에...
한 마디로 슬래쉬는 비운의 필름이었다!!!
비운의 필름...
아니, 그것은 죽음의 필름이자 저주의 필름이며...
악마의 필름이었다!!!!!!
슬래쉬 1편은 여덟명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를 찍으며 모두 죽어버렸다!!!
여덞명 모두가 영화속 시나리오 그대로 죽어버린 영화!!!
그 필름은 얼마간 먼지속에 묻혀 있었고, 그 필름을 세상밖으로 처음 등장시킨 이가 바로, 강형도였다.
첫 시사회장에서...
그것은 충격이었다. 스무명 남짓의 관객들 중, 세명이 관람도중 그자리서 실신 해 버렸고, 한 명이 심장발작증세를 일으켰다.
그것은 영화가 아이었다. 그것은 인간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몸서리쳐지는 엄청난 공포, 그 자체였다.
모두가 죽어버리는 영화...!
슬래쉬!!!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문 앞에 배달된 예쁜 포장의 선물 하나로 부터였다.
1년전, 여름!!!
영화 동아리 "제이슨과 친구들" 의 멤버이자 시나리오 담당인 수지는 아침부터 시끄러운 초인종 소리에 모처럼 작정하고 자려했던 늦잠을 방해받아야만 했다.
베게로 귀를 틀어막고 다시 꿈결속으로 들어가보려고 안간힘을 써 보던 수지는 마침내 포기하고, 아쉬운 침실을 벗어나야 했다.
그녀가 거실로 나갈 때 까지도 초인종은 끊임없이 쉬지도 않고 요란한 소음을 발산하고 있었다.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
그것은 마치 문 밖에서 작은 악마가 그녀의 목숨을 노리며 장난스레 "어서 와!" "어서 와!""어서 와!""어서 와!""어서 와!""어서 와!""어서 와!""어서 와!"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문을 열었을 때,
문 밖에는 무더위를 잠시나마 식혀 주는 한 줄기 바람뿐이었다. 멀리 펼쳐진 아스팔트 위로는 커다란 개들이 혀를 길게 내밀고는 지열이 안겨다주는 무더위에 한없이 피곤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툭 던져져 있는 오늘 신문!
자신의 황금같은 단잠을 깨운 것이 누군가의 한심한 장난이었다고 생각하자 수지는 짜증이 두배로 더해지는 듯 했다. 그녀는 힘없이 터벅터벅 걸으며 신문을 주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체 두발자국도 못 걸어서, 뭔가가 그녀의 발길에 체이는 것을 느꼈다.
밑을 내려다 보았다.
그것은 빨간 포장지로 정성스레 포장을 한 예쁘고 자그마한 선물상자였다!!!
수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직히 혼자말을 했다.
"왠, 선물?!!!"
그녀는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녀의 가운데 손가락 끝이 그 선물에 조금 닿았다!
모든 공포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