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2005. 3월호>자폐증으로 인한 침묵의 벽을 깬 십대 소년 티토 무코파디아이의 글

[마재훈]

마인드 트리 시

심한 자폐증을 앓고 있는 15살의 티토 무코파드히아이는 어머니 소마의 특별한 보살핌 덕에 글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유창하게 표현하는 법을 익혔다.

'마인드 트리'의 서문

티토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라자르시 무코파드히아이와 그의 어머니 소마는 1999년 12월, 엘리엇 하우스(국립 자폐증 협회에서 운영하는 사회성 대화 장애 센터)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날 엘리엇 하우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엘리엇 하우스 직원들 뿐만 아니라 자폐증 분야의 전문가인 비테 헤르멜린 박사와 자폐증 환자들, 그리고 티토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던 BBC 텔레비전 팀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티토가 엘리엇 하우스를 방문하기 전에 우리는 국립 자폐증 협회 운영 이사로 있는 리처드 밀즈를 통해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밀즈는 인도에 있던 티토와 그의 어머니를 만났었다. 우리는 티토가 쓴 글도 읽었는데 흥미가 가긴 했으나 의심이 들기도 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가 한두 가지 분야에서 그들의 나머지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재능을 보인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재능들은 보통 시각에 의한 공간 지각 능력이나 기계적인 암기 능력과 관련된 것들이다. 예컨대 달력을 계산해내는 능력이나, 수나 그림에 관한 능력, 기차 시간표를 암기하는 능력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티토의 경우는 분명히 복잡한 문장과 긴 단어들을 사용하여 인생에 관한 철학적인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었다. 애스퍼거가 기술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어른의 경우(뛰어난 언어 표현 능력과 높은 수준의 일반적 능력 수준을 보임)라면 이러한 능력은 그다지 놀랄만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티토가 대단한 이유는 이제 11살인 그가 낼 수 있는 소리라고는 완전한 단어라고도 하기 어려운 음성 몇 개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티토는 실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기본적인 능력만을 갖추고 있을 뿐 전적으로 부모, 특히 그의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티토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밀접한 보살핌과 지도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였다. 그의 어머니는 알파벳 보드를 이용해 그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쳤다. 여섯 살이 되면서부터 티토는 연필을 가지고 혼자서 글을 써왔다. [이 책 외에도 티토는 직접 손으로 수많은 다른 책들을, 주로 시들을 썼다.] 인터뷰를 할 때 티토는 때때로 알파벳 보드를 사용하는데 그가 글자들을 가리켜서 철자를 만들면 그것을 그의 어머니가 읽어주는 식이었다. 티토의 가족은 벵갈어와 영어 둘 다를 사용하며 티토는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철자화한다.

엘리엇 하우스에 도착한 티토에게서는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동이 관찰되었다. 말을 하지 않고 주변의 사람들을 무시하며 자신의 관심을 끄는 물건들을 탐구하는 패턴 그대로였다. 소마는 티토를 자리에 앉히고 종이에 알파벳을 썼다. 우리는 질문을 했고 티토는 글자들을 가리켜서 단어를 만들어 답변했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아무런 신체적 도움도 받지 않고 이것을 혼자서 해냈다. 그는 긴 단어들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완벽한 문장으로 질문에 답변했다. 또한 티토는 글을 써서 독자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는데 자기가 쓴 책이 출판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약속해달라고 했다. 주디스 굴드 박사는 티토에게 브리티시 픽처 보캐뷸러리 스케일(the British Picture Vocabulary Scale)을 해보라고 했다. 이것은 시험 대상자가 각각의 그림에 대하여 가능한 네 개의 그림들 중 하나를 지적함으로써 개별 단어나 구의 의미를 표시하도록 하는 테스트인데 티토는 19살 정도 수준의 등급을 받았다.

티토가 보여주는 명백하고 전형적인 자폐증 증세(한 번은 그가 빡빡한 문의 손잡이를 돌리기 위해 내 손을 잡아 도구처럼 사용한 적도 있다.)와 알파벳 보드를 통해 그가 보여주는 세련된 언어 능력은 놀랄 만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소마는 티토가 2살 반이 될 때부터 티토에게 집중적인 교육을 시켰다. 그녀는 자폐 아동을 둔 다른 부모와 교육자들이 실시하는 것과 똑 같은 방법을 사용했는데, 티토의 손과 발을 실제 어떤 목적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움직여 줘서(가리키는 것도 포함된다.) 그가 마침내 근육이 움직이는 느낌을 배우게 하는 방식이었다. 티토 자신도 누가 지도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근육을 이와 같이 움직이는 능력이 그에게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의사 소통 촉진 기법(FC: facilitated communication)의 주창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에 따르면 자폐증을 앓는 모든 아동들은, 아무리 심각한 학습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적절한 신체 지도가 이루어 질 경우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티토가 아주 일찍부터 수나 문자, 도형들을 이해하고 조합하는 능력을 통해 훌륭한 인식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였다는 사실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이러한 징후를 발견한 티토의 어머니는 그녀의 탁월한 지성과 창의력을 티토에게 헌신함으로써 이와 같은 결과를 일궈냈던 것이다. 뛰어난 인식 능력이 있다는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은 의사 소통 촉진 기법을 포함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지도를 해도 능력에 발전을 보일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티토가 여섯 살 때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가 애초부터 스스로 갖고 있던 생각들을 표출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분명한 증거이다.

티토가 쓴 글들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전형을 보여준다. 모든 글들이 기본적으로 티토 자신과 그의 개인적 경험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티토가 극복해야만 하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들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자아 위주의 성향은 그다지 놀랄만한 것도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티토의 글을 보면 자폐증을 앓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삶에 대한 티토 자신의 생각은 어떠한 것인지 등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자폐증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티토의 글들을 반드시 읽어 봐야 할 것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매력은 무한하다. 티토와 같은 사람들이 일반적인 면에서 겪는 장애와는 대조적으로 특정 분야에서 표출하는 놀랄만한 능력을 보면 경탄과 놀라움, 그리고 지적인 호기심이 일며 이는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수많은 보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티토와 소마를 만난 그날을 우리 모두는 잊지 못할 것이며 장차 이들 모자가 행복하게, 모든 꿈을 이루며 살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로라 윙
상담 정신의


시 1

사람들은 내 행동에 의아해 하지
의사들은 나에 대해 말하면서 색다른 용어를 사용해
나는 놀라울 뿐이야
내 생각은 말로 표현하기에 너무 커
내 움직임 하나 하나에서 나는 내가 겪고 있는 장애를 느껴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한 원인의 효과는 다른 효과의 원인이 되지
그래서 나는 놀라울 뿐이야
내 주변 환경을 바꾸게 될 때를 생각해
내 상상력의 힘을 빌어
나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 갈 수 있고
아름다운 꿈처럼
하지만 현실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으로 가득 해
불확실성을 향해 치달으며


시 4

파란 생각을 하려고 하는데
결국 검정 생각을 하게 되면
좌절감을 느끼게 되지
내가 늘 그래
그럼 아주 무력감을 느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일어나 빙빙 돌겠어
내 몸을 돌리면
생각에 어떤 조화가 피어 나
그럼 검정 생각들을 돌려 떨쳐낼 수 있어
내가 빠르게 돌면 돌수록
검정 생각들도 더 빨리 떨어져 나간다는 것을 알아
마지막 남은 검정 생각까지
내게서 떨어져 나간 게 확실해지면
그럼 나는 반대로 돌지
그래서 파랑 생각들을 내 안으로 끌어 모으는 거야
내가 얼마나 파랑 생각들을 원하느냐에 달여 있어
내가 파랑 생각들을 많이 원하면 더 빨리 돌아야 해
안 그렇다면 그렇게 빨리 돌 필요가 없지
선풍기가 되는 것과 같아
문제는 내가 돌기를 멈출 때
내 몸이 비틀거린다는 거야
그럼 추스르기가 아주 어려워


시 5

아주 오래 전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때
지루함을 느낀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어
그런데 만든 것들 모두가
완벽한 것에 재미가 없어진 신이
흠을 좀 낼 계획을 세웠어
그래서 나 같은 존재를 만들었지
말을 하다 보면 마음을 놓치는 존재
운동장 그네에 앉아 있으면
선생님들이 말하는 단어들이 하늘에서 하늘거려
내 주변을 떠다니는 비눗방울처럼
나는 손을 저어 단어들을 쫓아내는 대신
단어들 사이을 헤집어 느껴 보려고 했지
교실을 걸어 나왔을 때
단어들의 꼬리가 내 뒤를 따라 왔어
글자들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기어 다니는 개미들처럼
정연한 대오를 이뤄


시 7

마음의 나무

밤일까
낮일까
확실히 알 수 없어
태양의 온기가 아직 느껴지지 않아
나는 마음의 나무
내가 마음이라는 선물을 받았을 때
들었던 그의 음성을 기억해
너에게 마음이라는 선물을 주마
그럼 넌 특별하게 돼
누구도 너와 같지 않아
너의 이름은 마음의 나무
난 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어
하지만 상상할 수 있어
희망할 수 있고 기대할 수 있어
고통을 느낄 수 있지만 울 수는 없어
그냥 고통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밖에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내 근심과 걱정은
내 깊은 곳 어디엔가 갇혀
내 뿌리일까
내 껍질일까
내게 마음을 준 그가 내 곁에 올 때
시력을 선물로 달라고 할 거야
그가 돌아올지 의심스럽지만
희망을 펼쳐 보지
그는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시 8

어딘가에
행복이 살았네
어딘가는 천국이었네
그러나 어느 날 아무데도 아닌 곳에서
슬픔이 어딘가로 왔네
행복은 슬픔더러
어딘가를 떠나라 했고
슬픔은 아무데도 아닌 곳으로 돌아갔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돌아갔네
친절하고 동정적인 사람들
그들은 아무도 내쫓지 않고자 했기에
당신이 고통을 느낀다면
마음을 잃은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을 느낀다면
누군가의 눈에서 눈물을 보았을 때 마음이 아프다면
눈물 흘리는 그 사람을 맞이하여 돕고 싶다면
당신은 알겠지
당신의 가슴에 슬픔이 깃들어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