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새몰메, 가메옥, 서거믄이 오름(2007.12.08.토)
학생문화회관 주차장에는 반가운 분들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인원을 세 보니 9명이어서 내차와 사관님의 차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시동을 켜고 출발전 확인해 보니 사관님의 차가 아닌 뚜벅이님의 SM5로 바뀌어 있었다.
서거믄이 쪽 산행시에는 서거믄이를 먼저 등정한 후 다음 오름으로 향했었는데 오늘은 역 코스를 택해 부대오름을 시작으로 새몰메(부소악), 가메옥, 서거믄이 오름 순으로 오르기로 하였다.
동부산업도로(번영로와 평화로 하면 동서 어느 쪽 도로인지 나는 혼동될 때가 많았다)변 부대악 입구의 목장 철문 앞에 주차 한 후 오름을 올랐다. 워밍업이 안되서 그런지 등성이를 오르며 내 뿜는 숨소리가 거칠었다. 하기야 비고가 제법 높은 오름이라 한 숨에 오르기에는 버거워 중턱에 있는 동굴을 구경하고 한 숨 돌리기로 하였다. 선달님의 ‘처녀 귀신 나오겠다,’에 ‘우리 일행엔 총각은 없고 처녀는 있는데’하며 웃고는 앞장 서 출발 하였다. 한 여름에는 산상나무 숲을 헤짚고 통과하노라 하면 산상나무의 특유한 향기와 땀으로 멱을 감았었다,
부대악은 동쪽을 향해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를 갖고 있는데 오름 등성이가 평풍처럼 둘러쳐져 아늑한 평지를 이루면서 자연적인 요세를 이루고 있다. 과거 일제시대엔 군 주둔지로 이용되었다고 하였으나 지금은 한우를 키우는 목장이다.
부대악을 내려와 오름 남동쪽 목장의 통나무 출입문을 넘어 새몰메로 향하였다. '새몰메'는 생말(새말)을 방목하며 길들였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넓은 방목지를 가로질러 오름의 서남쪽 능선길을 올랐다. 중간지점에 이르면 후손들의 손길이 많이 간 유택지 두 군데를 만나는 데 여기에서는 부악과 성판악, 물장올, 물찻, 구두리 등 한라산 동쪽 방향의 오름군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이런 명당자리에 조상의 유택을 쓴 후손들이야 말로 모두 모두 복 받았으리라 생각하며 전망권이 아주 좋은 유택의 위쪽에 자리 잡아 간식을 했다. 여름 산행에는 시원한 삼다수가 제격이지만 겨울 산행에는 따끈한 커피가 역시나 였다.
정상의 삼각점을 조금 지나 남쪽의 하산 길을 버리고 동남쪽 소나무와 삼나무 숲, 그리고 상수리나무 숲을 헤쳐 내려오면 울창하게 자란 삼나무 숲과 맞닿은 들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을 따라 서북쪽으로 진행하면 오름의 북쪽 기슭과 이어지는 넓은 들판을 만나게 되고 이 곳과 연결된 북쪽 농로를 따라 나오면 산업도로에 이른다.
제주의 도로는 전국에서 제일 잘 만들어졌다는데도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지금 이 농로 진입로가 넓혀지고 새 도로가 날 모양이다.
조천읍과 구좌읍의 경계가 되는 지역인 가메옥으로 가는 길은 양탄자 위로 걷는 것과 같이 폭신폭신 하고 좋았다. 시야도 탁 트여 기분 좋게 하였다. 이류구(화산 폭발시 흙과 송이가 쌓인 것)의 군상들이 색다른 경치를 연출하며 우리를 동심의 세계로 유혹한다. 뛰고, 뒹글고, 공차며 놀고 싶은 충동이 이는 곳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보다 먼저 다녀오는 두 분이 인사를 했다. 만족감이 얼굴에 피어 보기가 좋았다.
가메옥은 말굽형과 원형 굼부리를 지닌 앙증 스럽게 생긴 작은 오름이다. 하지만 광활한 대지 한 가운데 떡 버티고 서있는 작은 거인이다.
억새꽃이 필 철이면 억새 물결을 연주해 내는 신비로움과 억새 물결 너머로 펼쳐내는 거친오름, 체오름, 안돌, 거신새미, 선족이, 민 오름 등으로 이어지는 경치는 장관이라 하겠다. 지금은 억새를 베어냈기 때문 억새물결을 감상 할 수 없지만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의 광활함과 그를 둘러 싼 오름들의 스카이라인 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남은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서거믄오름의 계곡을 향해 목장의 경계를 지나고 넓은 개간지의 철조망을 건너 깊은 계곡을 조심스레 건넜다. 여름철에는 바위의 이끼류에 미끄러져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돼는 곳이지만, 오늘은 겨울 가믐이 든 것 같아 쉽게 건넜다.
거믄오름 정상을 거쳐 계곡으로 들어서면, 언제나 쉬는 곳에 이르러 잠시 쉬었고, 수직 동굴을 모르는 회원이 있어 보게 하였다.
이 수직굴을 ‘거멀창’이라 하는데, 거믄오름이란 어원이 여기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또 오름의 이 계곡은 용암동굴의 시발점이 된 곳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용암동굴의 모체라 할 수 있다. 거믄오름 용암 동굴계(김녕굴, 당처물동굴, 만장굴, 뱅뒤굴, 용천동굴)가 성산 일출봉 응회환, 그리고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되었다.
계곡 탐사와 동쪽 능선 길을 가다가 또 계곡 탐사, 그리고 동쪽 능선과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 경방초소를 거쳐 하산하였다.
거의 4시간 반을 걸었더니 시장기가 왔다. 새로 개업한 ‘들꽃’ 가든의 한정식이 1인분 2만원어서 다음에 들리기로 하고 늘 가던 ‘산내들내’의 보리비빔밥과 보말 칼국수로 한정식의 성찬을 대신하였다.
* 서거믄오름 : 해발 456.6m, 비고 112m. 조천읍 선흘리
* 부대오름 : 해발 468.8m, 비고 109m. 조천읍 선흘리
* 새몰메(부소악) : 해발 469.2m, 비고 129m. 조천읍 교래리
* 가메옥 : 해발 368m, 비고 28m. 구좌읍 송당리
첫댓글 오랜만에 많이 걸었군요. 모두 힘 드셨겠습니다. 함께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