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가스를 넣을 때 주유기에는 항상 두세 개 종류의 가솔린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가솔린의 종류 구분은 옥탄가가 얼마인가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여기의 옥탄가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가솔린 엔진의 노킹(Knocking) 현상에 대해 언급이 되어야 합니다.
가솔린 엔진에는 노킹이라고 부르는 이상연소(異常燃燒) 현상이 있습니다. 운전 중인 엔진 내에서는 가솔린과 공기를 적당 비율로 혼합한 혼합기가 항상 새로 공급되며 이 혼합기의 연소로 인해 동력을 발생합니다.
그리고 혼합기를 연소시키는 시발점은 전기 스파크에 의한 점화(Ignition)입니다. 그러나 엔진의 온도가 높아질 경우 피스톤에 의해 압축된 혼합기의 온도도 올라가서 전기 스파크가 발생하기도 전에 스스로 연소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을 자기착화(Selfignition) 또는 자발화(Autoignition)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경우 미처 상사점까지 상승하지 못한 피스톤 상부에 연소에 의한 압력이 힘으로 가해져서 엔진의 순조로운 움직임을 방해하고 마치 망치로 쇠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을 노킹이라고 합니다.
물론 혼합기가 연소가 되는 시간도 노킹에 영향을 미치지만, 간단하게 생각해서 자기착화 온도가 높은 가솔린 연료는 노킹이 적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온도가 올라가도 전기 스파크가 없으면 연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좋은 가솔린 연료가 갖추어야 할 특성인 것입니다.
원래 옥탄(Octane)은 탄소가 8개로 이루어진 탄화수소를 말합니다. 다음과 같은 화학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CH3(CH2)6CH3 화석 연료인 가솔린 연료는 이러한 탄화수소의 화합물입니다. 원래 가솔린에는 올레핀계, 나프텐계, 방향족계 등 수 많은 종류의 탄화수소가 존재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옥탄이므로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옥탄 중에 이소옥탄(CH3C(CH3)2CH2CH(CH3)2)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천연의 석유에도 함유되어 있지만 대부분 공업적으로 합성됩니다.
이 이소옥탄은 가솔린의 노킹을 방지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이 물질을 기준으로 100이라는 옥탄가를 설정하고 정제되어 완성된 가솔린의 성능을 검토하여 이소옥탄의 옥탄가에 비교하여 가솔린의 옥탄가를 산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유소에서 보는 옥탄가 85, 87, 91 등의 표기는 이물질이 많고 적은 표기가 아니라 이소옥탄의 안티노크성에 대한 비교성능을 말하는 것입니다.
옥탄가가 낮은 연료라고 해서 수분이 함유되어 있거나 이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옥탄가가 높아서 노킹이 줄어들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노킹은 엔진의 이상연소 현상으로 가솔린이 연소는 될지라도 그 연소된 열량이 모두 동력으로 변환되지 못하고 일부는 오히려 엔진의 회전을 방해하는 힘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같은 거리를 운전할지라도 옥탄가가 낮은 연료는 소비량이 커지며 엔진의 출력은 떨어지고 정상적인 연소를 방해하므로 유해 배기가스의 함량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물론 요즘같이 컴퓨터로 제어되는 엔진의 경우에는 노킹을 감지하고 점화시기를 조정하여 노킹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만 노킹을 피하고자 점화 시기는 늦추는(Retard) 방법은 간접적으로 가속을 늦게 하고 최대출력을 뽑아내기 어렵게 됩니다. 또한 노킹을 방지하고자 엔진의 압축비를 낮게 설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압축비가 낮은 엔진은 역시 높은 엔진에 비해 출력이 떨어지므로 자동차 회사들은 수많은 시험을 거쳐서 최적의 압축비를 설정하고 이에 맞는 등급의 연료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적의 성능을 원한다면 사용자설명서에 명시되어 있는 수준의 가솔린을 사용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