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보고서는 2007년 방송위원회의 수탁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중국 방송콘텐츠 시장과 규제정책 연구
중국은 현재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대비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방송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며 미디어 시장에서는 모바일TV, IPTV, 네트워크TV, 빌딩TV, DMB 등 새로운 디지털 뉴미디어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 혁명의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현상은 한마디로 '콘텐츠 과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신매체와 채널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채널에 담을 콘텐츠 수요에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으며 특히 중국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독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에서는 디지털 방송콘텐츠 공급 역량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디지털 방송콘텐츠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한국의 경우, 중국의 시장 수요에 맞춘 맞춤형 콘텐츠 비즈니스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중국 미디어 시장에서의 콘텐츠 동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06년 한 해 동안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성급 위성TV 시장에서 드라마, 쇼, 뉴스 3대 장르가 총 61.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든지 <무림외전(武林外转)>이라는 시리즈가 인기리에 방영됨에 따라 중국에서 시트콤이 부활할 기회를 맞고 있다든지 2006년 초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国家广播电影电视总局/이하, 광전총국)의 심사를 통과한 일반인 선발 프로그램이 20여 개에 달하고 그 시청률 또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는 등의 콘텐츠 동향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가 요구된다.
콘텐츠에 관한 이해는 중국 미디어 산업의 '속 살결'을 들여다보는 매우 내밀하고, 그래서 문화적 접근 능력 없이는 실행할 수 없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지금까지 중국 방송미디어에 관한 연구가 주로 시장구조나 법률과 같은 하드웨어적 특성에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매우 소수의 기관과 한정된 연구자들에 의해 수행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중국 방송콘텐츠의 의미 세계'로 다가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MBC 최문순 사장은 2년 전 사장 취임식에서 "해외시장 개척 없이는 방송사업의 미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경쟁이 심화되는 방통융합 환경에서 약 1,700만 가구라는 한정된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을 상대로 한 미디어 비즈니스가 그리 녹녹치 않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3억 4,000만 시청가구 시장을 지니고 있고 동시다발적으로 디지털 뉴미디어 시장이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중국 시장을 도외시하고서는 해외시장 개척의 미래가 없음도 자명한 일일 것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한·중 방송교류의 역사는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국내에서 수행되는 중국 방송연구 수준은 여전히 초급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서점을 가보면 중국어 어학교재, 중국 역사서,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중국 지도자 들의 자서전, "이렇게 하면 중국에서 성공한다"는 식의 사업 및 투자 지침서 등은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지만 방송을 비롯한 중국의 미디어 관련 저서나 연구서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중국의 미디어 시장과 문화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미지의 시장이고 문화이며, 그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소수의 비즈니스맨들조차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장분석을 거쳐 사업에 접근하기 보다는 제한된 인맥을 중심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우 한정된 범위에서나마 최근 중국 방송에 대한 연구나 자료가 제공되는 경로는 주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나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과 같은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이나 KBS와 같은 공영방송사에서 펴내는 해외방송정보지 정도이다. 국내의 중국 방송연구는 양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일본의 중국방송 연구에 비해 10여년 정도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점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난징학살이나 일본 괴뢰정권 등 일본에 대한 역사적 적개심을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는 지한(知韓) 중국인보다 지일(知日) 중국인이 더 많고 중국 대학생이나 지식인들이 일본어나 일본유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도 국내 중국방송 연구의 수준을 일본과 비교하여 짐작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연구동향이라고 할 만큼의 중국 방송에 관한 연구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중국 미디어 연구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중국이 현재 디지털 뉴미디어 혁명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3~4년 전부터 중국의 미디어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과거에는 사업으로만 여겨지던 방송을 '산업'으로 이해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변화에 맞춰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지만 각종 시장보고서와 연차보고서 등을 출판하기 시작하였다.
서구의 미디어 기업들도 중국 뉴미디어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열리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나 전국적인 위성TV 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 때에 잡기 위한 연구와 투자들이 앞 다투어 이루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급변하는 중국 미디어 시장은 세계 미디어 기업들의 신개척지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 미디어 시장이 갖고 있는 성장 잠재력은 말레이시아나 베트남과 같은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수십 배에 달하며 기타 아세안 국가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규모가 크다. 해외 미디어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경에는 중국의 디지털 방송시장 규모가 미국의 규모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국면에서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아시아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한국이 제대로 몇 번 시도하지도 않은 채 몇 가지 난관을 이유로 중국 미디어 시장을 등한시 한다면 이는 매우 어리석은 판단이 될 것이다.
이 연구보고서의 본론에 해당하는 연구내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제2장에서는 중국의 방송영상물 산업시장을 거시적인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산업규모 면에서 중국의 방송영상물 관련 산업은 2006년 현재 전년 대비 18.04%의 고성장을 기록하였고, 특히 전체 광고매출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주요 부문별 변화 동향에서는 프로덕션 제작산업과 민영자본 투자 비중이 두드러졌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민영자본 유치 정책이 일정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1년 WTO 가입 이후,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국내 방송미디어 '단위 기구'들의 항공모함화"를 추진한 바 있고 최근에는 미디어에 탑재될 콘텐츠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내 민영자본이 방송영상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었다.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도 중국 정부가 중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드라마라고 할 수 있고 1가구 1자녀 출산 정책에 의해 범사회적인 현상이 되어 버린 중국의 소황제(小皇帝)들을 위해 애니메이션 진흥정책을 2006년 중점사업으로 추진한 바 있다.
뉴미디어 산업 분야에서는 영업허가증 관리나 운용체제 정비와 관련된 법제 측면에서의 개선을 적극 추진하였다. 아직 중국의 디지털 미디어 시장이 산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여러 가지 미비점을 노출하고 있으나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되는 수 년 안에는 그 잠재력이 현실화될 것 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방송영상산업 거시동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성급 위성TV들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의 중국중앙방송국(CCTV), 상하이의 상하이미디어 그룹(SMG)과 경쟁하기 위해 성급 위성TV들은 콘텐츠와 편성전략의 차별화, 독점적인 드라마 방영권의 확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확대 등 치열한 '자본주의식' 경쟁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방송콘텐츠의 주요 장르별 동향을 살펴본 제3장에서는 드라마, 애니메이션, 종합예술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TV리얼리티 쇼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여기서 강조할 부분은 중국의 드라마 제작역량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광전총국은 2007년을 '중국 TV드라마 완성도 제고의 해'로 설정하고 중점적인 정책조정을 실행하였다. 그 동안 중국의 TV드라마는 양적인 성장에 치중했으나 지금 관련 업계에서는 드라마 완성도 제고의 긴박한 필요성에 대해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지 '드라마 최대 제작국'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TV드라마 강국' 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산당식 추진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진흥 정책은 곧바로 드라마 한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방송사들의 대 중국 드라마 수출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고 그 과정도 매우 까다롭게 변하고 있다. 한류의 새로운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4장 중국의 방송미디어 규제정책에서는 라디오, 영화, TV에 관련된 행정관리, 광전총국이 2006년 공표한 중점 방송사업의 개요, 콘텐츠 규제관리, 뉴미디어 행정법률 제도를 분석하였다. 이 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 정부가 미디어산업에 대한 투자정책을 개방하고 자국과 외국 자본에 서로 상이한 정책을 적용하며 국유자본 주도로 된 혼합경영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문화산업 분야에서는 문화주권의 마지노선 내에서 점진적이고 계획성 있는 개방을 추진할 것이다. 현재 중국의 미디어산업 분야에서 발행과 제작은 이미 개방되어 외국자본과 민영자본이 모두 진입할 수 있으나 그 중간고리인 콘텐츠 제작은 아직 개방되지 않았고 채널 소유권도 개방되지 않았다.
국내외 미디어 기업들의 중국진출 현황을 분석한 제5장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들인 비아콤(Viacom), 뉴스코프(News Corp.), 월트디즈니, 아메리카 온라인(AOL) 등이 취하고 있는 중국 미디어 시장 진출 전략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방송 진출 보다는 중국 인터넷 기업이나 영화그룹들과의 제휴를 통한 우회적인 진출 전략을 통해 현지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아직까지는 시장진입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방송시장 그 자체를 직접적인 목표물로 설정하기보다는 방송통신융합의 현실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 이나 방송영상산업과 근거리에 있는 인접 문화산업 진출을 통한 우회 전략을 취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지난 15년간 양국 간의 방송교류사를 뒤돌아보면 한류가 개화하기 시작한 1997년부터 프로그램을 수출 상품으로 인식하여 개별 프로그램을 소매식으로 판매한 단계 → 일상적인 소매영업과 동시에 국제방송영상견본시를 통한 정기적 판매 단계 → MBC의 상하이 사무소 설치, SBS의 베이징 현지 합작법인 설치, KBS의 채널 런칭 등 방송미디어 사업자들의 현지화 단계를 거쳐 왔으며 향후에는 베이징, 상하이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 전체를 미디어 시장으로 포괄하는 '현지 전국화 단계'를 향해가고 있다고 압축할 수 있다.
방송미디어 사업의 '현지 전국화 단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 방송영상산업의 실질적 구성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의 속 살결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방송콘텐츠 시장에 대한 동향분석을 통해 제안할 수 있는 몇 가지 정책방안을 제시하자면,
첫째, 중국 본토 민영자본과의 제휴를 통해 방송영상물산업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는 방송영상산업에 대한 신규 진입허가를 확대하여 민영자본이 이 분야에 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특히 영상물 제작과 유통, 애니메이션 산업 분야에서 비교적 빠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 분야에서는 스크린쿼터제가 실시된 이후로 신축 또는 개축된 100여 개 이상의 영화관 중 70%가 사회 민영자본 또는 외자에 의해 이루어졌다. 또한 70%의 중국산 영화를 민영회사가 독립적으로 혹은 공동으로 참여하여 배급하였다. 영화의 방영과 영상물 기지 건설 등의 분야에서도 사회 민영자본의 투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둘째,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드라마 소재를 발굴하여 중국 드라마 제작사들과 공동사업을 추진하거나 중국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권장하지만 아직 이를 제작할 수 있는 제반 역량이 못 미치는 콘텐츠 장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드라마 소재는 현대물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2006년 상반기, 주요 방송국과 지방 소규모 방송국을 포함하여 중국 전역에 드라마가 방송된(재방송 포함) 수는 모두 112,931편 에 이르고 그 중 현대물이 41,778편으로 전체 1/3에 해당한다. 중국 혁명사를 소재로 하고 있는 드라마의 점유율도 여전히 높다. 2006년 상반기에만 중국 혁명사를 소재로 삼은 드라마가 505편, 13,108회의 분량이 방영되었다. 고전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도 어느 정도 시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들도 역시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고 있다.
셋째, 농촌 소재 드라마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유의할 현상이다. 역사적인 관점에서의 한국 농촌 발전 노하우나 현대 농촌의 실생활상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시리즈물 등의 콘텐츠를 중국에 진출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3농'(농촌, 농민, 농업) 문제를 중요한 사회개혁 어젠다로 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콘텐츠 지원에 대한 의향이 매우 크다. 2007년 농촌소재 드라마의 초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3농 문제와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에 맞춰질 전망인데 1~6월 비준 공시된 농촌소재 드라마는 30편 670회로 각각 총수량의 9.32%와 7.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저한 증가 추세는 아니지만 여전히 드라마 부분에서 비교적 높은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수치이다. 이 같은 추세는 이전 몇 년간 비교적 빠른 증가세를 보였던 농촌소재 드라마가 이제 TV드라마 제작에서의 위상을 이미 확고히 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성급 위성TV 채널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중국 방송미디어 업계에서 중앙급의 베이징 CCTV, 상하이 SMG 등과 경쟁하고 있는 성급 위성TV 방송사들과의 협력체제를 확대하는 전략도 여태까지 베이징과 상하이에만 치중되어 있는 대 중국 진출전략의 한계를 뛰어넘는 중요한 사업이 될 수 있다. 2007년은 중국 TV산업에 있어 격변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올해부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고 대규모 투자와 대규모 발전 그리고 '우수한 자원을 위성TV방송 채널로 집중시키자'는 원칙에 따라 일부 메이저 위성TV들은 일련의 채널 개편을 단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위성TV진영은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으며 전국적인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그 점유율 또한 지속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위성TV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경향이다. 중국이 공표한 일련의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 정책은 중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광전총국에서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정책적인 지지를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광전총국, 교육부, 재정부, 문화부, 신문출판총서, 과학기술부, 정보산업부, 세무총국 등 8개 중앙부서들은 공동으로 문건작성 소조>를 설립하고 이미 조사연구 사업에 착수하였다. 2000년 3월, 광전총국은 "애니메이션 수입 및 방송관리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통지"를 발표하여 수입 애니메이션의 비중을 전체 방송량의 40% 이하로 제한하였다. 2002년 4월, 광전총국은 "영화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10.5'계획기간 발전계획"을 공표하고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이 민족화, 대중화, 과학화, 산업화의 발전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였다. 이를 계기로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수량과 방송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은 중국 가정에서 이미 귀공자 대접을 받고 있는 수많은 소황제(小皇帝)들 사이에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여섯째, 중국 방송콘텐츠 주요 장르별 동향을 감안할 때, TV리얼리티 쇼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은 바야흐로 리얼리티 쇼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2004년 가을로 접어들 무렵, 일반인들이 가창 실력을 겨루는 <몽상중국(梦想中国)>으로 시작된 새로운 바람은 그해 중국을 휩쓸었으나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의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쇼라는 장르를 매우 생소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열풍에 뒤이어 2005년 여름, 역시 가창대회 성격의 <초급여성(超级女声)>은 전 중국을 그야말로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이 한 번의 히트작으로 인해서 <초급여성>을 방송한 후난 방송국은 1억 위안(우리 돈 약 120억) 이라는 수익을 창출하였고 중국 내에서 TV리얼리티 쇼 <초급여성> 신드롬을 낳았으며 수많은 방송국들이 부러운 시선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러한 열풍은 올 한 해 중국 각급 방송국에 리얼리티 쇼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났다. CCTV이건 동팡TV이건 모두가 전열을 가다듬고 이 영역에 뛰어들기 시작하였고 심지어는 <초급여성>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 일종의 대중적 선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는 TV리얼리티 쇼 장르를 활용한 콘텐츠 진출 전략의 좋은 사례는 KBS World와 CCTV가 공동으로 추진해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한·중 가요제> 같은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중국 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TV 리얼리티 쇼의 범위를 한·중 간 방송문화 교류의 장으로까지 확장시키게 되면 여러 다양한 방면 에서의 아이템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TV리얼리티 쇼 사업이 뉴미디어나 외부자본과 제휴하고 있는 경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TV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는 방송국들은 방송 이외의 매체와 제휴하는 부분에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CTV의 <몽상중국>은 중국의 7대 예선 지역의 유력 신문 매체와 제휴 관계를 맺었으며,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시나닷컴도 그들의 홍보 활동에 있어 매우 중요한 매체이다. 시나닷컴에서는 <몽상중국>의 선발 과정을 그대로 중계하고 있다. TV리얼리티 쇼 사업에는 방송업계 외부의 자본이 투입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기업과 방송국이 손을 잡고 일종의 세력을 확대해 가고 상호간 상대방의 상품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켜 주는 작용을 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되어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에서조차 보기 힘든 상호 광고 협조가 상당히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곱째, 드라마 콘텐츠 규제와 관련하여 중국 정부가 최근 시행하고 있는 각종 규제정책에 대한 경향과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중국 미디어는 여타 국가들의 미디어와는 달리 사회주의적이면서 자본주의적인 이중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 방송이 이미 산업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광전총국이나 선전부 등 정부의 관련 부처가 공표하는 각종 '통지'와 '관리방안'에 따라 시장이 쉽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전총국 내에 최근 설치된 법규사의 동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06년 3월 설치된 법규사의 주 임무는 방송영상법률, 행정법규 초안을 연구 작성하고, 방송영상 관련 부문의 법제선전 교육을 조직 지도한다. 광전총국의 중대한 결책사항에 대한 법률상 자문을 해주며 방송영상법규의 집행을 감독하고 검사한다. 또한 광전총국의 행정처벌 청문회, 행정적 재심의, 행정소송 등 업무를 책임지며 방송영상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WTO 규정과의 조정을 관할한다. 동시에 광전총국 방송영상발전연구센터에서는 방송영상법률사무소를 설립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업무는 광전총국 법규사에서 책임지기로 하였다. 법규사와 더불어 사회관리사 산하에 설치되어 있는 왕루오추안뽀관리추(网络传播管理处)의 향후 역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부서는 일종의 네트워크 전파 관리처로서 모바일TV, 이동TV, IPTV, 공공장소에서의 방송, VOD, 방송광고 송출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이 부서에서는 뉴미디어 영역과 관련된 문건의 제정에 참여하고 문건에 근거한 실제적인 관리를 담당한다. 광전총국이 이 부서를 신설한 것은 방통융합 국면에 대한 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가 한·중 양국 간의 지피지기(知彼知己) 수준을 한 단계 고양시켜 미래의 상호호혜적인 방송교류를 확산시키고 방송미디어 사업자들에게는 중국 미디어 시장의 실제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콘텐츠 비즈니스 전략을 마련하도록 도움을 주어 한국산 방송콘텐츠에 대한 반한류 규제 정책으로 인해 정체 혹은 쇠퇴하고 있는 대 중국 방송콘텐츠 진출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결론에서 세세하게 거론하지는 못하였지만 연구보고서 본론에 포함되어 있는 각종 자료와 동향분석은 향후 국내 방송콘텐츠 특히 디지털 방송영상 콘텐츠의 대 중국 수출 진흥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방통융합 환경을 맞이하여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의 대외 방송정책 동향을 파악하여 한·중 양국의 유관 정책기관 간 이해를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왕성한 방송영상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데 활용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