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정하신 생일과 선물
지금은 2004년 12월이고 2005년은 아직 한 달이나 더 남은 듯하여도 실은 다음 번 소식지를 보내드릴 때에는 이미 새해 정월도 중순을 향해가는 때일 터이니, 오늘 송구영신의 인사말씀을 미리 올립니다.
묵은해를 아름답게 보내고, 새해를 거룩하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작년 12월 8일 날, 우리 성가원과 성가정 공동체는 새 집을 마련하고 그 낙성 기념미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1주년 기념일을 맞이하여 조촐한 잔치를 벌이고자 합니다. 12월 8일 1주년 기념 미사 잔치에 꼭 참석하시어 기쁨을 함께 나누시기 바랍니다.
제가 12월 8일을 성가원과 성가정 공동체의 생일로 삼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975년 12월 8일에 제 어머니가 임종하셨습니다. 그 때 나는 말레이시아 페낭대학교 교수로 있었는데, 내 본명축일이라고 어머님께서 그날만은 쌀밥을 지어주시던 것을 생각하며 그날 저녁에 페낭 대학교 동료교수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순간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는 침실로 들어와 울었습니다. 그 때 어머님께서 눈앞에 나타나 말씀하셨습니다. “마리아야! 성모님께서 내 손을 잡으시고 하느님 아버지 곁으로 가자하신다. 너 반드시 부평 기지촌의 여성들 돕는 일을 하다가 엄마를 따라오너라. 성모님과 내가 도울 것이다.”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바로 그 시각이 어머님께서 임종하신 순간이었습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하고 우선적으로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 나자렛 성가원을 시작한 것이 20여 년 전의 12월 8일입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8일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새 삶을 설계하며 생활할 수 있는 나자렛 성가정 공동체를 개소한 겁니다. 어머님께서 유언을 남기고 가신 지 29년, 수많은 성매매피해 여성들이 성매매 방지법에 힘을 얻어 업소를 탈출하여 저희 성가정 공통체로 와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고 오랜 가정폭력으로 심신이 지쳐버린 어머니들과 어린 자녀들이 성가원에서 힘과 용기를 얻고 있으니, 어머님의 유언을 실현하게 된 것입니다.
9.23 성매매 방지법은 하느님이 마련해주신 법이고 우리나라를 지키는 하느님의 특별한 자비와 섭리로 이루어진 법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 새 법에 대하여 시비 운운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습니다. 이 법 때문에 경제가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벌어먹을 일이 없어서 인신을 매매하는 일에 종속된 비인도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비 인륜적인 성매매 관계의 업종으로 밥을 벌어먹어야만 하겠습니까?
더 기막힌 것은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방지법 때문에 수입이 없어졌다고 항의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매매 방지법의 내용이 업소에 남아있는 여성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므로 지역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업소 여성들에게 성매매 방지법의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하면, 그곳에 아직도 남아서 억압받고 있는 여성들의 오해가 풀리고 탈출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5년 전에 김 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11시에 만납시다>에 출연한 일이 있는데 그 이후로 15년 동안 한 달도 거르지 않고 10만원씩 성가회의 살림을 도와준 분이 계십니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시는 고 재혁 사장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참으로 고마운 인연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성가정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성가회의 전반적인 살림규모가 커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였는데 얼마 전 김 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한국, 한국인>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일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히 인터뷰에 응했고 방영 일정이 잡혔다는 소식을 오늘 전해 들었습니다. KBS 스카이 위성채널에서 12월 20일 오후 2시 30분과 밤 10시 15분에, 21일은 아침 7시에 방영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12월 24일은 KBS 제1TV에서 오후 4시 05분부터 방영될 예정입니다. 주변 친지들과 보시고 나자렛 성가회의 회원 배가 운동을 다시 한 번 펼쳐 보십시다. 하느님이 마련해 주신 절호의 기회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성가정 공동체와 성가원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회원님들의 사랑에 한없이 감사드리며 복된 성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2004년 12월 2일
나자렛 성가정 공동체원장 이 인복 마리아
나자렛 성가원 원장 심 미영 글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