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 페북 글 (2022.1.29.)
정경심 교수의 대법원 판결, 알맹이를 뺀 부실판결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가지 치명적 오류
<1. 첫 번째 문제; 정보인격을 보호하지 않은 실책>
1. 대법원은 교강사 휴게실에서 나온 컴퓨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채취,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교수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미 오래전에 정경심 교수가 사용하다가 그 손을 떠난 대학 공용PC라는 것이다.
2. 검사는 2019. 9. 문제의 PC를 압수해갈 당시 갓 6개월 된 조교와 대학행정지원처장의 임의제출동의서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은 PC안에 든 전자정보들에 대해 아무런 피침해법익이 있지 않았고 관심을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동의는 형식상의 동의라 볼 수 밖에 없고 그러니 나중에 전자정보 추출 과정(포렌식 과정)에도 참관을 거부한 것이다.
3. 이에 대법원은 피압수자는 동양대 측이고, 동양대 측이 참여권을 포기한 것이고, 정경심 교수는 참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정경심 교수는 정보주체로서 당시 압수사실 조차 통보받지 못했고 포렌식에 전혀 참여하지 못해 형소법이 부여한 참여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정교수는 컴퓨터 안에 든 정보 전반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 관리 처분권이 없고, 개별 정보로 식별되는 정보주체에 불과해 참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 것이다.
4. 그러나, 법이 정보주체를 보호하라는 취지는 컴퓨터 본체의 소유권이나 관리 처분권자를 보호하라는 것이 아니다.
형소법 제 106조 3항(219조)의 관점이나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정보인격을 침해하지 않도록 엄격히 보호하라는 것이라고 해야한다.
정보주체의 정의는 “처리되는 정보에 의해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 정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은 정보인격 보호 관점에서 정보주체의 권리를 형사사법 절차에서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의 관점에서만 고민하고, 수사의 현실성과 한계 사이의 선을 정해주어야 했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컴퓨터의 소유 관리 지배의 물적 관점에서 보면서 너무나 쉽게 검찰의 수사의 편의성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것도 원래 정교수 개인 소유인 PC를 오래전부터 공용공간에 두었기 때문에 (소유권이 포기된) 공용PC라는 궤변을 동원해서 말이다.
<2. 두 번째 문제; 전자정보의 오염 조작가능성을 일축한 판단유탈>
1. 문제의 PC를 동양대에서 탐색하던 수사관이 갑자기 “조국 폴더”라고 외치고 그 다음 “퍽이 났다”며 전원이 꺼졌으니 PC를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그 후 검찰은 강사휴게실 PC 참관을 통보하기는 커녕 압수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포렌식에 착수했다.
2. 정교수 측은 이에 대한 오염·조작 가능성을 기술적 관점에서 구체성 있는 근거를 가지고 제기해왔고, 다음 주장은 그 중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검찰은 해당 PC가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는 증거로 PC 사용시간에 관한 포렌식 분석자료를 내놨으나, 웹사이트 접속 서버들에 기록된 시간을 마치 해당PC 사용시간인 것처럼 교묘하게 짜깁기해 놓았다.’
‘그중 가장 기막힌 것이 “PC가 뻑이 났다”는 핑계를 대고 가지고 간다고 했음에도 검사는 임의제출 당일 정상 종료됐다고 법정에서 허위 주장을 했다.’
3. 정교수 측은 사실심에서부터 디지털 증거가 변조하기가 매우 쉽고, 변조이후 적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증거는 그 자체만으로는 증거가 완성되지 않고, 조작되지 않았음을 검사가 입증해야함에도, 검찰 측 분석관의 보고서나 검사의 주장은 디지털 기술적으로 숱한 모순투성이라고 주장해왔다.
4.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압수 집행 당시가 아닌 그 이후에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인위적 조작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만 증거능력이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검찰 측이 원본과 동일하다는 것을 합리적 의심을 거둘 정도로 증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쉽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2018.2.8.선고 2017도 13263 판결)
인위적 조작 없이 원본을 그대로 복사ㆍ출력한 것이라는 사실은 증언이나 진술, 기술적(해시값 등) 비교ㆍ검증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
5. 그런데 대법원은 ‘원본과의 동일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는 딱 한 줄로 언급할 뿐 아무런 판단이 없다. 앞서의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나는 태도이다.
조작 가능성에 대해 입증책임을 진 검사의 충실한 증명이 있었는지 또한 이에 대한 하급심의 납득할 만한 판단이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정작 아무런 설시도 없다.
6. 제대로 재판 받을 권리를 왜 정경심 교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인가? 왜 대한민국 헌법의 보호 밖에 두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