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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한약 전탕법을 숙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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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장수한의원 윤 성 중 원장 부자·초오·상륙… 1~2시간 전 미리 달여야 녹각·천산갑… 분말 후 다른 약재보다 먼저 끓인다 행인·어성초·영지… 오래 달이면 좋지 않다 약재의 전탕은 약효 발현에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같은 처방이라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달이냐에 따라 약효가 180도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 한방이다. 따라서 임상에서 본인이 처방하는 ;한약의 효율적인 전탕법의 숙지는 임상에서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전탕용기는 질그릇이 좋다
먼저 첩약의 전탕법을 알아보자. 통상 달이는 물은 약재량의 5~10배를 넣는다. 보통 일반적인 용기를 사용할 경우 초탕 때는 약재가 물에 잠기고 3~5cm 정도 위에 오도록 하고, 재탕 때는 1~2cm 정도 위로 오도록 한다. 중량으로는 평균 g당 10ml 정도로 환산하면 적당하다. 물론 처방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탕에 사용되는 용기는 보통 질그릇이나 강화유리로 된 것이 좋다. 쇠나 구리, 주석, 알루미늄으로 된 용기는 좋지 않다. 특히 철분은 한약재의 타닌과 결합하여 침전을 생기게&nbs p;하고 유효성분을 파괴하며, 알루미늄은 한약재의 유기산 성분과 반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표약·이기약(꽃이나 잎, 줄기류 등의 약재가 들어가는 처방)은 20~30분 정도 물에 담가 두고, 자보약(뿌리, 종자류, 과실류 등의 약재가 들어간 처방)은 1시간 정도 담가둔 후 달인다. 오래 두면 발효가 일어나 좋지 않다. 해표약의 경우 초탕 10~15분, 재탕은 10분, 자보약의 경우는 초탕 30~40분, 재탕은 25~30분가량 달인다. 초탕에선 정유성분의 약효물질을 얻기 위함이고, 재탕에서는 나머지 유효성분을 얻기 위함이다.
이렇게 두 차례 달이게 되면 약효성분이 거의 완벽히 추출된다. 처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국에서 인진호탕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초탕에서 88.43%, 재탕에서 10.68%로 거의 99.11%의 완벽한 추출률을 나타냈다고 한다. 복용할 때는 초탕과 재탕한 것을 합하여 살짝 끓인 후, 하루에 2~4회 나누어 복용하게 한다.
일반적인 전탕으로 추출되지 않는 약재는 미리 2~3시간을 달이는 先煎의 방법을 써야 한다. 석고·운모·대자석 같은 광물류나 용골·모려·진주 같은 패각류, 혹은 녹각·구판·대모·천산갑 같은 갑각류 한약재는 단단하여 물로 끓일 때 약효성분의 용출이 어렵다.
이런 약재는 미리 분말로 만들어 두었다가 다른 약재보다 먼저 끓인 후에 다른 약재를 넣어 달이는 것이 좋다. 녹각교를 미리 만들어 놓고 전탕액의 포장시에 넣듯 용출이 어려운 상기 약재도& nbsp;녹각교처럼 사나흘 정도는 충분히 달여서 포장해 두었다가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자, 초오, 상륙, 생남성 등의 유독성 약재도 독성을 저하시키기 위해 1~2시간 정도 미리 달이는 것이 좋다. 천죽황, 마자인, 석곡 등도 先煎을 해야 하며, 毛冬靑 같은 약은 6~8시간을 선전해야 한다. 또 정유성분의 손실을 막기 위해 後下라고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주로 방향성약재나 화엽류 약재인 박하, 국화, 사인, 총백, 목향, 곽향, 육두구, 백두구, 초두구, 단향, 침향, 세신 등의 약재는 전탕 완료 전 5~10분 전에 약탕기에 넣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별히 약재에 따라 오래 달이면 좋지 않은 약물이 있는데 조구 등, 행인, 어성초, 영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같은 약재라도 그 용도에 따라 전탕 시간이 다르다. 향유는 해표제에 넣을 때는 20분만 달이고, 부종 치료제에 넣는 경우는 좀 더 오래 달인다. 대황은 사하제에 넣을 때는 20분만, 습열을 제거할 목적의 처방에서는 2시간 정도 충분히 달여야 한다. 이처럼 약재마다 용도별로 적절한 전탕 시간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탕 시간에 따라 약효 달라진다
그리고 포황·송화분 같은 화분류 약재, 정력자·소자·토사자·차전자 같은 미세한 씨앗류나 표면장력이 강해서 물에 뜨는 약재는 별도의 면 보자기에 넣어서 달인다.
아교나 녹각교·꿀·이당·망초·현명분& nbsp;같은 약재도 탕제에 녹여서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인삼·녹용과 같은 비싼 약재는 별도로 달여서 달인 약액과 섞어 먹기도 한다. 생지황·생강·죽력 등의 약재는 즙액으로 복용시키기도 한다. 사향, 침향, 녹용, 삼칠근, 서각, 주사, 영양각 등의 고가 약재는 고운 가루로 만들어 약액에 타서 復하기도 한다.
전탕 시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일본에서는 近畿大學 동양의학연구소에서 소시호탕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한 바 있는데, 소시호탕에 함유된 saikosaponin, baicalin, glycyrrizin 등의 지표성분의 전탕 시간별 용출정도와 전탕 시간별 엑기스 수득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30~40분 정도의 전탕 시간이 가장&nb sp;적당하다고 결론을 내린바 있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의 전탕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짧은 것은 일본과 중국에서는 유통되는 약재의 절단 상태가 전탕에 유리한 상태로 절단되어 유통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한의사들이 2시간 이상의 비교적 긴 전탕 시간을 고집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약재의 절단 형태가 추출에 유리하지 않은 형태의 약재가 간간이 있어 전탕에 긴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는 추출률의 提高라는 측면보다는 약재의 상품성에 치중한 탓이다. 또 주로 한 제 단위로 달이는 우리나라의 전탕 방식은 약탕기 내부에서 물의 대류가 원활하지 않아 충 분한 전탕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가능하면 압력식 약탕기는 피해라
한 제씩 약을 달이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약재 보자기를 일단 약탕기 물에 담군 후 2~3시간 정도 불린 다음 달이는 것이 좋다.
이때 물을 붓고 바로 가열 스위치를 켜거나 신속히 달여 내기 위하여 더운 물을 부어서 달이는 사람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주로 단백질로 이루어진 세포막의 표면을 응고시켜 약효성분의 용출을 방해하므로 오히려 좋지 않다. 이렇게 상온수로 푹 불린 다음 해표약 같은 약은 30~60분, 자보약은 2시간 정도 달이는 것이 좋다.
이처럼 한 제 단위로 약을 달일 때는 약탕기 의 뚜껑을 열어두고 달이거나 가벼운 뚜껑을 덮어 달이는 편이 낫다. 약탕기의 뚜껑을 닫고 달이면 전탕수의 대류에 불리하고 배출되어야할 정유성분의 배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 後下나 別煎에도 유리하다.
압력식 약탕기의 경우는 내부가 고온·고압상태가 되어 고온에서 주로 용출되는 알카로이드 성분이 많아져서 약액의 쓴맛이 강하고 炭化된 느낌을 주어 복용감이 좋지 않다. 가능하면 압력식 약탕기를 피하거나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약액을 포장기로 넘기는 순간만 압력을 가하는 것이 좋다.
달인 약액은 차광·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못할 상황이라면 반드시 실내의 그늘지고 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 두어 야 한다. 팩 안에 생긴 침전물까지는 복용할 필요가 없다. 이는 대부분 산약이나 의이인, 백출, 작약, 연자육 등에 있는 전분이 糊化되어 형성된 것이다. 이런 호화현상을 방지하려면 고온·고압의 조건에서 장시간 전탕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