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창업이 붐을 이루면서 특이한 사연을 안고 사업가로 나선 여성들도 많다.남편 따라 유학갔다가 자신은 사업가로 변신했는가 하면 다니던 회사의 회장 눈에 띠어 아예 통째로 사업부를 물려받은 케이스, 조교생활을 하다가 모은 돈으로 차고에서 사업체를 꾼린 여사장도 있다.
■조교생활 모은 돈으로 '차고창업'
유무선 인트라넷 업체로 코스닥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서지현 버추얼 (www.virtualtek.co.kr) 사장은 대학에서 조교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차고 창업'을 한 신세대 벤처인. 코스닥 등록된 벤처기업 중 유일한 여사장인 그는 미국 휴렛패커드(HP)의 휴렛과 패커드, 자일랜의 김윤종 사장 처럼 한국판 '차고창업'을 한 주인공.
연세대 전산학과 1회(83학번)인 그는 대학졸업후 조교생활을 하면서 프로그램개발 작업실을 홍익대 부근에 마련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벌자'라는 생각으로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했으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반지하 작업실을 임대해 '지하 생활'을 전전한 끝에 버추얼텍의 기초를 다졌다.이 때부터 왈순 아지매처럼 모진 사업인생이 시작됐다고 그는 회고한다.
대학 동기생들과는 달리 졸업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대기업을 외면하고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선 데에는 특별히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규율이 엄격해 보이는 대기업 생활이 싫었고 자유롭게 즐겁게 일하고 싶었다는 것이다.그는 소호로 창업한 당시 "낮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밤에는 자유시간을 즐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직원수와 매출액이 각각 100명과 1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보통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하드웨어를 포함해 매출액을 부풀리는 것과 달리 자사가 만든 것만 매출로 집계한다는 게 서 사장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순익률은 30% 정도인 약 30억원이며 올해는 50억원 이상을 전망하고 있다.
■튀는 아이디어로 회장 회사 물려 받아
광계측기 업체인 이지디지탈(www.ezdgt.com) 사장이자 여성벤처기업협회 회장인 이영남 사장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다니던 회사의 회장 눈에 띄어 사업부를 물려받아 창업한 케이스다.그는 주변의 많은 사람이 반대했지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99년 말 LG정밀 민수사업부의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기계제품 제조업에서 정통 정보통신 장비제조업체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대학졸업 후 당시 부산의 중견기업인 광덕물산의 전자사업부에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남다른 친화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영업력을 발휘한 그는 조석훈 광덕물산 회장의 눈에 띠게 된다. 같은 회사에 다니던 장형서 씨(현 이지디지탈 공동 대표)와 조 회장의 중매로 결혼한 후 조 회장의 권유로 회사생활을 계속했다고 한다. 2년 뒤 둘째 아이를 낳고 퇴사했지만 내면에 가득차 있는 '장사꾼' 기질로 직접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88년 광덕물산의 조 회장으로부터 전자사업부를 넘겨받아 사업을 시작했으며 최근까지 산업용 계측기를 주력 상품으로 지난해 253억원의 매출(순익 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광계측기와 네트워크 장비 부문을 강화해 350억원(순익 35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장부 스타일에다 낮가림없이 소탈한 성격이다.
■무역업에 컨벤션 발개 달다
이수연 서울컨벤션서비스 사장은 무역업에 컨벤션사업을 접목한 재간꾼 여성기업인이다.무역 대행업체인 제임스무역을 10년 간 경영하다가 99년 컨벤션 사업에 눈을 돌린 그는 현재 두 회사를 경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컨벤션이벤트업협동조합 이사장도 함께 맡고 있다. 시장질서가 혼란스럽기로 소문난 컨벤션이벤트업계에서 70여 회원사를 거느린 조합의 초대 이사장으로 뽑힌 것이다.
그를 만난 사람은 대부분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놀란다. 전혀 다른 사안처럼 보이는 것을 질서정연하게 하나로 묶어 사업으로 연결하는 두뇌 회전력과 상상력은 보는 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현재 그가 운영하는 제임스무역은 전국 대학과 대학병원 기자재 수입의 70%를 대행하고 있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컨벤션이라는 사업을 무역업에 접목하기 위해 서울컨벤션서비스를 설립했다.
서울컨벤션서비스는 설립된지 얼마 안됐지만 세계중소기업자대회 등 중요행사를 성공리에 대행했고 올해에는 세계산업디자인총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수주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역대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가운데 최연소라는 기록도 세웠다. 여성이 초대 이사장으로 선정된 것도 처음이고 재직 중인 유일한 여성 이사장이기도 하다.
■유학 생활하다가 창업
전북 전주에서 아미티에라는 바이오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식 사장은 현재 신학대 교수인 남편 따라 스위스에 유학갔다가 교수들과 친분을 맺어 아예 사업체를 차렸다. 귀국 후 전북지역에 각 의과대학 교수들을 엔젤로 끌어들여 기술개발에 나셨다. 나아가 도쿄대 스위스 로잔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 교수들도 자문그룹으로 영입해 방대한 인적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도가 자동차회사 하나 유치하는 것보다 제대로된 벤처기업을 키우는 게 낫다며 도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초음파 진단용 겔을 생산하고 있다. 초기에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 달 이상 국회를 찾은 일화도 있다. 스팀청소기 업체인 이승주 리닉스 사장은 프랑스에 유학 중 연구소를 직접 설립한 후 제품을 개발하고 한국에서 창업한 케이스.20대 초반 스위스와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이승주 사장은 유학자금을 몽땅 털어 93년 프랑스에 알파연구소를 설립, 스팀청소기를 개발했다. 99년 7월 국내에 스팀청소기를 들여와 리닉스를 설립했다.그의 사업력을 눈여겨 본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바(VAR)주(州)의 씬(Signes)시(市) 관계자는 산업경제특구에 한국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면서 인근도로를 '서울로 (AVENUE SEOUL)'로 명명하기도 했다.
##여성기업인 경영 실태##
여성기업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부채비율도 낮은 편이다. 여성들은 사업을 적극적이고 모험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여성기업가들은 회사의 내실을 다져가는 방식으로 경영하기 때문에 부실률도 낮은 편이다.
이는 여성기업이 어느 한계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중소기업청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내놓은 '2000년 여성기업 실태조사 및 차별적관행조사 보고'에 따르면 여성기업의 수익률(당기순이익/자기자본×100)은 평균 20%로 매출액 순이익률(당기순이익/매출액×100)은 3.5%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중소기업의 평균 수익률과 매출액순이익률보다 다소 높은 것이다.
여성기업의 평균적 부채비율은 약 250%인 것으로 집계됐다. 벤처기업의 평균부채비율 282%, 대기업 295% 중소기업 334%로 조사된 것과 비교하면 여성기업의 부채비율은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여성기업들은 돈을 빌려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수중에 있는 돈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운영해나가고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모든 여성경영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적극적인 돌파력으로 경영을 추진해 나가는 여성 경영자들도 쉽게 볼 수 있다.제조분야 여성경영인들의 경우 기업운영을 하는 자금조달방법으로 금융기관 일반대출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정책자금(10.5%)과 사채(9.2%) 정도다.
반면 도소매.수리업, 숙박.음식업 기타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분야의 여성기업은 금융기관 대출(23.6%)이나 정책자금 이용률(1.7%)이 낮은 편이었다. 비제조업분야 여성기업들은 절반 이상이 '보석을 팔아 자금조달','남편이나 집안사람들의 도움' 등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여성제조업체 중 회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도 미미했고(0.5%)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0.1%). 여성기업 중 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는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코스닥등록기업은 버추얼텍 코코엔터프라이즈 등 2곳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각계 여성 네트워크 구축 활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상호 정보교환을 위한 여성 네트워크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다.99년 설립된 '21세기 여성정보화 포럼'은 여성의 정보화를 논의하고 실천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형성됐다. 학계 기관 기업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여성으로 구성됐으며 매월 조찬모임과 세미나 워크숍을 개최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컨텐츠코리아 이영아 사장이 회장을 맞고 있는 여성정보화 포럼은 정보 통신뿐만 아니라 사회 교육 경제 가정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한다. 토론을 통해 논의된 내용을 사회 각 분야에 여성들에게 확산하기 위해 그 동안의 자료를 모아 "밀레니엄 빅뱅, 우먼파워21"이라는 기념책자도 발간했다. 이 회장은 "정보화 사회를 맞이해 여성들이 주도적인 구실을 할 수 있는 실천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다"며 "회원 모두가 정보화마인드와 추진력 유연성을 갖추고 있어 각계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솔루션과 디자인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5명의 여성CEO로 구성된 우먼코어도 매월 정기모임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지난해 11월 첫번째 공식모임을 개최한 우먼코아는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노오심 유노케이엠씨 사장, 임은순 유니실버 사장과 조현숙 ETRI 본부장 등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우먼코어는 단순한 정보교환을 넘어 공동의 사업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회원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공동 프로젝트와 마케팅을 진행하고 사업협조를 위한 외주와 M&A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벤처기업가와 IT업계 종사자들이 모인 '이화IT'는 여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첫번째 벤처모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혜숙 링크인터내셔날 사장을 초대회장으로 출범한 '이화IT'는 이진민 마이클럽닷컴 부사장과 김이숙 이코퍼레이션 사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다.관련 연구개발 종사자와 언론인을 포함해 총 150여명이 회원으로 구성된 대규모의 모임으로 이화여대 전산학과와 디자인학과 등 정보통신 분야의 교수들이 자문진으로 참석하고 협력하고 있다.이화여대를 졸업한 광고 홍보업계 종사자들의 모임도 지난해 결성됐다.낸시 최 C.J.'s 월드 사장을 초대회장으로 출범한 '이화A&P'는 광고와 홍보분야에 종사하는 졸업생간의 사업협력과 인적자원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결성된 모임이다. 형성을 통해 같은 업종의 종사자들간에 친목도모와 정보교환을 담당할 이번 모임은 이대출신 뿐아니라 전체 여성의 광고와 홍보업계 진출을 돕는 의사소통의 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이화여대측은 기대하고 있다.
##외국기업 접대문화##
<정호선>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CEO들에게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금융시스템의 투명성 부족" "공무원 조직의 경직성" "외국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저마다 다양한 응답을 내놓는다.그 중 거의 모든 CEO들이 공통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 바로 한국의 '접대문화'.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술과 골프, 각종 향응으로 이어지는 접대를 주요한 수단으로 삼아왔다. 술 마시고 노래부르며 한데 엉기는 속에서 친밀감이 커진다는 인식 때문이다.당연히 2~3차까지 술자리에 동석하기 힘든 여성 기업인들에게 이같은 접대문화는 사업을 해나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특히 비즈니스에서 인적네트워크, 소위 '인맥'을 형성해나가는 것은 성공의 관건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는 점에서 여성 CEO들의 고충은 상당하다. CEO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 '핵심적인 인물과의 인적 네트워크'로 요약됨에도 여성기업인들은 친밀한 관계 형성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것이다.외국기업들은 아예 이 같은 과다한 접대 자체가 불가능하다. 의식이 성숙됐다는 점도 그렇지만 접대비에 대한 규제가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이다.이들은 최소한의 비용만을 손비로 인정, 세금 감면혜택을 주고 그나마 손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금액..일시.장소.목적.접대받은 사람의 이름과 회사명 등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자연스럽게 식사 한끼 정도가 큰 대접에 속하고 술집보다는 조용한 레스토랑을, 저녁보다는 점심식사를 선호한다.우리의 사업환경에 익숙한 사람은 '그렇게 밋밋해서야 어떻게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겠느냐'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생각은 다르다. 진정한 사업파트너는 함께 일한 경험과 이를 통한 신뢰로 차곡차곡 그 관계가 다져지는 것이지 결코 하룻밤의 술자리로 승부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외국기업의 여성경영자들은 인적관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거나 열세에 놓일 필요가 없고 이는 고위직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우리나라에서 전략적제휴를 통해 외자를 유치한 합작기업들의 기업문화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는 점만 봐도 외국기업의 접대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대부분 기업들이 임직원들이 10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았을 경우 회사에 보고해야 하는 등 영수증 없는 돈은 한푼도 쓸 수 없고 지나친 접대와 뇌물제공은 상상할 수도 없다.한국IBM은 '특정 공급자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과 함께 판촉용 물품이 아닌 기타 선물을 공급자나 고객에게 주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한국P&G와 리바이스코리아의 경우 전 직원이 접대를 받을 수 없고 간단한 식사라도 거래처 사람이 아닌 회사부담이 원칙이다 세계가 지구촌이 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변치 않는 우물안 개구리식 한국 접대문화는 이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는데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남성중심의 기업문화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