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충돌을 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애초 공식 합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시작한 회담이다 보니 각자의 레드라인(한계선)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 모습이었다. 다만 양측이 제시한 레드라인의 격차가 커 향후 양국 갈등 해결의 실질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제공: 세계일보
◆분쟁은 피하자… 미·중 관계 리셋 시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이날 처음 이뤄진 미·중 대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첫 일성으로 ‘관계 개선’을 꺼내들며 향후 갈등 완화 가능성이 감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이 충돌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시 주석은 양국 관계를 바른 궤도로 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이를 관리하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앞서 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양측은 대화와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캄보디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중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우리는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고 향후 2년간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진솔하게 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 역시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해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고 호혜적 협력을 추진하고, 오해와 오판을 피하며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바른 궤도로 다시 돌아가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표현만 다를 뿐 양국 간의 극심한 대립 또는 충돌을 피하자는 의미는 비슷하다”고 풀이했다. 미·중 양측이 관계 개선을 강조한 것은 두 정상이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을 마련해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등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뒀다. 시 주석 역시 지난달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며 안정적 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이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을 계기로 중단된 미·중 대화채널 중 일부를 복원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해 북한,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차례 전화통화를 했으나 대면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공: 세계일보
◆북한 위협, 대만 둘러싼 갈등 여전 미국은 회담 전부터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을 막기 위해 역내(동아시아) 미국의 군사력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이 이를 원치 않는다면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협조하라는 일종의 압박 전략이다. 기존 방법으로는 중국이 움직이지 않자 미국은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군사력 증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미국 군사력이 증강되면 단순히 북한 위협에만 대응하는 게 아니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중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지역으로 언제든 투입이 가능해진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도발을 방치해 동아시아에서 미국 군사력이 증강되면 대만 통일 실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중국 측의 힘에 의한 현상(現狀)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며 대립했다.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이 첨단기술 도둑질이나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기술에 대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보호무역주의를 시도하는 것에 날을 세웠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회피와 지원 등에 대해서도 중국에 항의했다. 중국은 오히려 서유럽 국가 주축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