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전한 실내 수영대회를 준비하는 과정과 당일 대회 풍경을 떠올려보았는데,
수영 대회 경험은 없어도 수영에 관심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09년 제7회 부울경 아레나 마스터즈 수영대회 후기
사직수영장에 물을 가득 채운 광경을 난생 처음 보았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되어 사람들 이름과 기록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모습과
경기가 있는 수영장 내의 각종 풍경들이 TV에서나 보던 장면들과 똑같이 펼쳐지니
처음 보는 나에게는 신비로울 정도였다.
수영을 시작한지 4년이 되어가는데, 내가 선수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출발선상에 서있을 것을 이제껏 상상이나 한 적이 있었던가....
2주전에 평소 강습 받는 수영장 강사의 권유로 마지못해 떠밀려 하듯이
마지막 날 접수 신청을 했지만, 사실은 이 대회의 공고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조금씩 마음이 향하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나에게는 2주간의 연습기간이 주어지고 월,수,금 평소처럼 새벽 강습을 받고
강습 없는 화,목은 직장의 일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사직 수영장으로 향했다.
늘 25M에서 수영을 해오던 터라 50M에 대한 적응이 필요했고...
각종 수영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출전종목에 대한 이론을 습득하면서,
그것에 대한 실습도 필요했다.
나는 자유형과 배영 종목에 출전 신청을 했었는데, 주 종목을 자유형으로 결정하고
배영은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자유형은 사직수영장을 갈 때마다 매번 속도를 측정해보았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수영을 하니 역시 1주째보다 2주째에 속도가
단축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것도 결국 한계는 있었지만....
접수하던 당시는 다른 영자들과 뚝 떨어져서 꼴찌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컸으나, 1주가 지나면서 작년 출전자들의 성적으로 볼 때 중간은 하겠다는
자신감도 생기니 외롭고 힘들던 나홀로 연습이 재미가 나기 시작했다.
첫 주의 토요일에는 강사의 권유로 초등부팀과 함께 훈련을 했었는데,
이를 악물고 아이들을 따라 다니면서, 수영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기도 했다. 아이들은 군말 없이 힘든 연습량을 감당해 냈다.
집중하지 않거나 게으름을 조금이라도 피우면 심한 야단을 맞기도 하고,
발바닥을 맞아서 아프다는 아이도 있었다.
평소의 운동량은 성인인 내가 강습시간에 하는 양의 6배 정도가 되는 데도
무엇이 이 아이들을 이렇게 열중하게 하는지 놀라웠다.
둘째 주 주말에는 동호회 야유회 관계로 전혀 연습하지 못했고,
경기 전날 토요일에 이 아이들과 사직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워밍업 정도로 수영하고 나와서 5M깊이의 다이빙풀에서 수십번의
스타트 연습을 했다. 이 날은 스타트도 어느 정도 감이 잡히고,
25M 속도를 재어 주던 강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매달권 진입을 노려 볼만하다는
귀띔을 해주면서 난 그야말로 의기충천하게 되었다.
드디어 경기 날!
경기가 있을 풀에서 감을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하여 새벽에 잠시 1시간
정도 풀을 개방하는 시간을 이용한 스타트 연습에 임했다.
그런데 긴장했던 탓인지 수경이 벗겨지기를 여러 번.. 시원스럽게 다이빙이 되지
않고 허벅지 쪽을 부딪치며 입수하기를 또 여러 번... 전날 잡았던 스타트 감은
어디로 가고 도무지 만족스러운 스타트를 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경기 끝날 때까지
걱정으로 인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애먹었다.
대회의 첫 경기는 팀별 계영이었는데, 응원소리 드높고, 역전하는 팀을 보는
스릴이 대회의 서막을 알리는 경기로는 제격이었다.
드디어 개인별 경기가 시작되고 나는 합해서 1분도 안되는 두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하루 종일을 수영장에서 긴장하며 머무는 것이 다소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부 선수를 둔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은 기다리는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며
지루하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는 듯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우리팀의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환호하며,
아는 분들의 경기를 보고 응원하고, 또 나 자신의 경기를 위해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지루할 수 없는
짜릿한 하루를 선사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서 매년 많은 사람들이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고.. 또 개인 참가보다는
단체로 참가하는 것이 하루를 축제처럼 즐기는 방법이라고도 느꼈다.
배영50M 나의 첫 종목!
배영 선수들을 위한 깃발이 양쪽에 설치되고, 나는 대기자들 틈에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다른 영자들처럼 수영복 위에 걸쳐 입은 티를 출발선 앞까지 나아가서
멋지게 벗어 두어야하나 아님 미리 벗고 들어갈까의 선택에서부터...
준비하기위해 물에 뛰어들 때(배영은 미리 뛰어든 다음 철봉을 잡고 준비하기 때문)
앉아서 들어가나, 아님 서서 뛰어들까 하는 갈등까지...
이렇게 사소한 갈등과 걱정으로 조마조마해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앞 팀의 성적이 전광판에 나타났다 사라진 후 우리조의 이름들이 전광판에
나타나면서, 내 이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 그때의 긴장감이란...
준비 신호에 어찌어찌 대충 뛰어들어 봉을 잡고 준비...
뱃고동 소리 같은 짧은 출발음...(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입수가 비교적 매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대책없이 처음부터 있는 힘을 다해 팔다리를
휘둘러댔더니 반이 지나면서부터 급격하게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점점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50M가 그렇게 멀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끝이 다 되어 가는 것을 알리는 깃발이 보이고 평소에 깃발부터 텃치판까지
세어 둔 스트록 횟수를 지났는데도 텃치판이 잡히지가 않았다.
마지막에 힘이 빠져 너무 느리게 저었나보다...
겨우겨우 세 번을 더 저어서 강하게 부딪혔는데, 그것을 본 사람들이 나중에
팔목이 아프지 않느냐고 물어도 아픈 것을 느낄 수조차 없었다.
물에서 나와서 걸으려니 다리가 휘청...
고작 4-50초 정도였는데 너댓시간을 운동한 것처럼 후들거리는 것이었다.
나오니 2등을 했다고 한다.(나중에 조별합산에서는 4등으로 밀려서 매달권진입에
실패) 25M까지는 1등으로 가다가 추월당했단다.
아쉬움이 밀려왔다. 마지막에 정신력이 부족했던건가 하는 자책과 함께....
나의 다음 경기 자유형에 기대를 걸어보면서.... 잠시 점심먹으며 휴식....
이래저래 다시 몇 시간이 흐르고 나의 두 번째 경기인 자유형 50M!
자유형은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더 커서인지 첫 경기만큼 긴장된다.
그래도 출발선에 서서 기다리며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면서 이런 나의 모습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멋지게 보일까하는 생각도 어렴풋이
해본다. 풋~ 두 번째라고 쬐금 여유가 생긴건가....
스타트 때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인다.
“고개숙이고 짧게 들어가자...고개숙이고 짧게..... 고개숙이고...”
스타트대에 서니 휘청한다. 발가락에 힘을 잔뜩 주었다.
출발음... “아~ 스타트 느낌이 좋았다. 저항없이 부드럽게 들어갔다.
강사의 지적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호흡과 일정한 속도로 가면서..
마지막에는 다소 버거운 듯 했지만 처음의 속도를 거의 유지한듯했다.
강하게 터치!...“ 양 옆으로는 나보다 많이 늦게 들어온다.
일단 안심.. 나와보니 1등이란다(나중에 조별 합산하니 2등으로 밀렸지만..).
승리의 짜릿한 쾌감...
이 느낌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힘든 시간들을 참아내고 연습하리라...
환호하는 우리수영장 관중들을 향해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입이 귀에 걸린다...
누구든 얼싸안고 환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대기석으로 돌아오니
강사가 엄지손가락을 높이 든다. 하이파이브!! 행복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뛴다. 이렇게 좋을 수가.....
태화강 2Km를 완영하고 온 것보다, 이 짧은 순간 이루어낸 승리의 결과가
나에게 더 큰 기쁨을 준다.
그것은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쉬고 싶다는 유혹을 참아내며 수영장으로
향해서 약간은 힘든 연습 시간을 홀로 참아낸 것에 대한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대회 출전은 운동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한발 짝 더 다가선 느낌이고,
새로운 것에의 도전이 내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또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어느 엄마의 수기에서 초등학생 때 수영을 시켰고,
대회 출전하는 등의 경험이 아이들의 평생에 큰 가르침이 되었다는 회고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나와 함께 훈련한 아이들도 대회를 준비하며 목표를 향해서
고통스런 훈련을 인내하는 모습들과 대회 당일의 긴장감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대견한 모습들을 보여 주었는데, 이 아이들은 평생 실패를 두려워않는 도전 정신을
값지게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 아이들... 나를 따라 수영장을 많이 다니면서 물과는 친해졌는데
그래서 빨리 싫증이 난 건지 더 이상 수영장을 가지 않으려 한다.
아이들은 정말 부모의 마음 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더니만....에휴~~
올 여름 두 번의 오픈워터대회와 이번 대회까지 세 번의 대회를 치루면서
적당히 그으른 피부와 볼록하게 나온 팔근육을 만지작거리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아무튼 내년에는 나의 경험을 밑거름삼아 실내수영대회에도 우리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하고 싶다!!!
첫댓글 언니~ 후기 읽으니까 언니가 더~더~ 멋져보이네요..*^^* 정숙이언니 짱짱짱!! 추카추카해요~~~~ ㅎㅎㅎ 저도 뱃속에 둘째 낳고나믄.. 열수할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