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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원 수필 평설
건강한 사랑과 삶의 진정성
-오세원 수필가의 작품세계-
문학평론가 리헌석
대전예술단체 총연합회 회장
1. 인간 승리의 표본을 보며
오세원 수필가는 1950년에 전남 광주에서 태어난다. 아버지는 교수이셨지만, 6남매의 자녀를 양육하느라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는 ‘커서 성공을 해야 한다.’라는 다짐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지산초등학교, 조선대학교 부속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 공업고등학교 기계과에 진학한다. <기계과 전공부 학생 30명 중 15명을 장학생으로 뽑는다는 입학 안내>와 <등록금을 낼 때마다 제 날짜를 지키지 못했던> 그 당시 집안의 경제적 사정에 의한 선택이라고 밝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대기업이던 ‘금성사’에 취업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기능직 사원인 자신과 대학 출신 사원의 신분상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대학 진학의 불씨를 되살려낸다. 그러나 대학 입시를 위한 예비고사 실패, 전문대학 진학, 전문대학 자퇴를 통하여 눈물겨운 체험을 겪는다. 이에 의지를 가다듬어 학원 종합반 수강, 예비고사 합격,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합격 등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의학도의 길을 걷는다.
눈이 나빠져 본과 1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으며, 예과 때 들여 둔 공부하는 습관이 본과에 올라가서는 서서히 위력을 나타내 성적이 상위집단에 끼일 수 있게 되었다.
예과 때는 독일어 서머스쿨도 받았고, 물리 시험 때는 한 문제 더 쓰려다 들켜서 시험지를 찢기는 일도 당했고, 몇 과목 재시험을 볼 때도 있었으나 80명 입학생 중 50명 정도만이 6년 만에 졸업할 수 있었던 졸업생 명단에 들었고, 의사 국가시험에도 합격이 되어 면허번호 17062번을 가진 의사가 되었다.
내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는 우리 집에는 두 동생도 대학에 다녔기 때문에 3명의 대학생, 3명의 중고등학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방 대학 교수였던 부친 월급으로 학비만 조달하기도 무척 어려웠던 때였다.
―「공고출신 의대생」 중에서
그렇지만 오세원 수필가는 만난(萬難)을 극복하고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된다. 이어 국군 군의학교에 입교하여 군의관 육군대위로 임관한다. 이후 101야전병원,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신경정신과 과장으로 근무한다. 군의관 전역 후에는 부산보훈병원 진료부장, 천안정신병원 병원장, 대전신생병원 진료원장, 아산재단 정읍병원 신경정신과과장, 아산정신병원 병원장을 역임한 후에 대전에서 ‘오세원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전문의로 근무하면서,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받을 만큼 주경야독에 의한 인간승리의 진면목을 보인다. 이후에도 충남대학교 경영대학원 CEO 과정,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고위과정을 수료한다. 최근에는 대한 신경정신과 개원의 협의회 부회장 겸 대전충남 회장, 한국태반학회 회장 등을 맡아 진료와 연구 활동에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이다.
신경정신과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상담을 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특별한 케이스를 선택하여 자연스럽게 글로 옮겨 신문이나 방송에 발표하고, 이 글들을 책으로 발간하면서, 의료인 오세원 원장은 수필가로 탄생한다. 1993년 첫 수필집 『질투하는 남자』를 발간하고, 이어서 『날마다 고독한 여자』 『여자는 사랑, 남자는 질투』 『과일나라에는 토마토가 없다』 등을 발간하고, 의료 관련 서적으로 『신기한 태반요법』을 펴낸다.
2. 여자의 삶과 고민에 대하여
오세원 수필가는 삶과 고민에 대한 상담을 자주하게 되고, 이들이 안고 있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위치에 있다. 수필집에서 보면, 다양한 케이스를 통하여 현대 여성들의 내면을 탐색하고, 나름대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몇 작품의 내용을 검토하면서 그의 혜안(慧眼)을 확인하고자 한다.
서두(序頭)를 <들판의 풀잎도 모처럼 내린 봄비를 흠뻑 맞고 초록빛을 더해 가는 모습이 개나리나 진달래의 꽃망울이 터트려질 날도 머지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거리의 꽃집에는 벌써부터 노란 후리지어며, 하우스에서 재배된 봄 장미가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로 시작한 「첫사랑에 빠진 여대생」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두 사례를 들어 ‘첫사랑’ 혹은 ‘짝사랑’의 갈등을 해석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란 이루지 못하더라도 후회가 없고, 이루어지면 사랑이 익을수록 보석처럼 빛이 날 수 있어야 된다.>는 견해를 밝힌다.
많은 소녀들이나 미혼 여성들은 자신의 장래 배우자에 대한 환상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주인공처럼 막연하게나마 어느 날 나타날 왕자를 기다리지만, 그런 꿈을 이룰 수 있는 여자는 드물다. 일부의 여자는 결혼 후에 달라지는 여러 가지 현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심리적 고충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여자의 결혼, 필수인가 선택인가」 중에서
이러한 충격으로 인해 결혼 후의 좌절과 불만, 배우자와의 심리적 갈등 때문에 정신과 의사를 찾아오는 환자는 남편보다 아내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직도 결혼한 여인들이 시댁 식구와의 심리적 문제가 정신과 치료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올드미스가 꿈꾸는 결혼」에서는 <노처녀들이여, 완전한 결혼을 꿈꾸지 말라. 아무리 좋다고 생각했던 결혼도 성공률이 30에서 50%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충고한다.
동시에 여성의 아픔을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메조소프라노의 구토」에서는 영화 ‘서편제’를 예로 들며 주인공 송화가 득음(得音)에 이르는 고통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메조소프라노를 지망하는 여선생의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말수가 적어지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불면증, 불안, 초조감, 두통, 먹기만 하면 토하는 증세가 나타나>는 현상에 <노래를 부르고 싶은 욕망을 억압하면 할수록 그 지도교수에 대한 심한 분노와 적개심이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은 후 토하게 만들어 버린 것>으로 진단한다. 이어 <지도교수에 대한 증오와 울분을 가슴에서 지우고 화를 한으로 만들어 가슴에 품을 수 있어야 편한 마음으로 새롭게 노래연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처방을 내린다.
「슬럼프에 빠진 새댁」에서는 방송을 통한 상담 내용을 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은 주부의 갈등에 대한 것인데, <주위 분들께 의논 드렸다가 핀잔만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보니 홧병이 날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이 생길 때 <남편과의 연애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면서 남편에게 편지를 써보는 방법>도 소개한다. 방송에서처럼 공개적으로 자신의 고충을 알리거나 이웃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선전하면서 갈등을 해소할 것을 권한다. 「아내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남편과도 상담을 하여 <서로가 불만의 원인이 무엇>인가 깨닫는 것과 <아내를 편하게 잘 해 줄> 것을 권한다.
저는 결혼 10년째 주부예요. 그런데 요즘 남편과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불행하다는 증거지요. 제 남편은 회사밖에 몰라요. -<중략>- 꼭 영화배우 같은 달콤한 애정 표현이 없더라도 아내에게 가끔 뜨거운 섹스라도 해 준다면 다소간에 불만이 있더라도 눈 녹듯 사라진다는 것쯤은 결혼한 남자라면 알고 있어야 되는 것 아니에요? -<중략>-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혼에 대한 생각들이 뚜렷하고 객관적인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거예요.
―「이혼하고 싶어요」 중에서
사실 부부가 이혼을 청구하는 예들은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거나, 생활비를 안 가져다준다거나, 외박이 잦다거나, 아무 이유 없이 두들겨 팬다거나, 부부관계 즉 섹스를 회피한다거나, 모욕적인 언행을 자주 한다거나 하는 증거>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해당되지 않은 이유는 오히려 여자 쪽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독자들을 향하여 「아내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권고한다.
오세원 수필가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는 신혼부부들일지라도 살아가는 동안, 성격이나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남편보다는 아내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긴다.>고 진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의 애정이나 관심, 그리고 사고방식의 전환이 있었을 때 가장 탁월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래도 <부부 사이에 금이 생겨 복원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 부부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다.
3. 남자의 내상(內傷)과 치유(治癒)
오세원 수필가는 자신의 생활을 유추하여 남자들의 일탈(逸脫)의지와 사고(思考)과정을 수필에 담아내기도 한다. 이와 함께 의사로서 경험한 일들을 결합하여 남자들의 욕구와 갈등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것이 개인적 취향에 머물 수도 있고, 일부 특별한 사람에 대한 사례일 수도 있지만, 독자들에게는 특별한 감동을 생성한다.
그는 <혼자서 조용히 떠나는 여행>을 통하여 <가끔 혼자만의 공상을 즐기는 버릇>이 있다고 고백한다. 수필 「프리지어 향기가 흐르는 거리에서」 그는 <아름다운 여인이 봄소식과 함께 프리지어를 한 움큼 사들고 나타나 나를 감격시켜 준다면 나는 정말 행복한 남자가 될 수 있을 텐데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볼 때>가 많았다고 밝힌다. 여행을 하면서 <내 옆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한 여인이 서 있다. 그녀의 눈망울은 온통 우수에 차 있고 많은 슬픔>을 겪은 여인이다. 이러한 상상으로 여행을 하는 자신을 통하여 <남자들은 가끔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이렇게 엉뚱한 상상을 해대기 때문에, 남편이 집을 비우는 날에는 집에 있는 마누라들이 마음을 못 놓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그 상상 속의 여인>을 기다리겠다는 내심을 토로한다.
남자들은 곧잘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도 하지만, 옮겼을 때에 오는 갈등과 괴로움 때문에 술을 마시기도 한다. 「술 한 잔 합시다」에서 그는 <누구와 이야기하고 싶을 때, 기분이 울적할 때, 아주 기분이 좋았을 때, 답답한 일이 생겼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술이 마음을 달래주거나 풀어 줄 수 있는 약물이라는 간접 증거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술 문화는 인류 역사와 함께 발달되어 왔을 것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종교의식이나 주술적인 도구로 술이 사용되기도 하였을 터이고, 현대에서는 사교의 중요한 수단이 되어 있다. 술이 현상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관심과 사랑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집사람이 김치를 담갔다. -<중략>- 우리집 김치는 서울식에 전라도식이 가미되어 있다. 나는 전라도, 아내는 서울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결혼 초에는 대부분 남자들은 아내의 입맛에 따라 김치를 먹는 경우도 있어 고향이 다르면 어려움이 많다. 약간 짜고 맵고 멸치젓국물로 담겨진 김치에 길들여진 내 입맛과, 약간 달고 싱거우면서 새우젓으로 담근 서울식 김치 맛에 배인 아내의 입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아내가 김치를 담근 날에는 가급적 밖에서 식사하는 것을 피한다. 양념에 갓 버무린 우리 식 생김치에다 하얀 쌀밥이 먹고 싶기 때문이다.
―「김치 김치 김치」 중에서
그는 신혼 초에 너무 싱겁거나, 너무 짠 김치를 먹느라고 고역을 치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내가 상처를 받을까봐 말을 조심했을 뿐이라고 한다. <생김치를 좋아하는 나와 신 김치를 좋아하는 아내의 입맛 때문에 어느 시기에 김치를 냉장고에 넣어야 좋을지를 결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힌다. 아내가 정성과 사랑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 즐거움과 행복, 그런 행복이 있을 때 남자들은 어깨를 펴게 된다. 그러지 못할 때 남자들은 내상(內傷)으로 힘들어 한다. 울고 싶을 만큼 아파도 겉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남자들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가을 소나타」에서는 젊은 여자와 불륜 관계를 갖다가 아내의 고소로 구속되었던 남자 이야기다. 이혼을 하고 젊은 여자와 행복하게 살 것 같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례를 보인다. <아내와 이혼 후 오히려 마음이 슬퍼지고 의욕이 없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젊은 여자를 만나고 있을 때도 편하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초라해지고 있음>을 더 많이 느낀다.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할머니가 키우고 있는 딸이 엄마를 찾을 때마다 어린 것에게 큰 죄를 짓고 있다는 마음>이 생기고, 그리하여 <전 부인과 합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나 자식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전 부인이 결정할 사항이지 남자의 몫이 아니라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천사에게도 질투심이 있어야 매력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어도 질투를 하지 않는 여성은 남성에게는 가시 없는 장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남자도 질투를 한다. 적당한 남자의 질투는 사랑의 양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남자의 질투는 여자에게 고통을 주면서 사랑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남자의 아름다운 질투」 중에서
오세원 수필가는 <아무리 믿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부부일지라도 가끔 상대방의 질투심을 자극해서 사랑의 농도를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남자의 질투는 언제나 은밀해야 된다.> <은밀한 질투는 여자를 부드럽게 만들고, 여자를 안심시킬 수 있으며,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은밀한 질투를 권한다. 그렇지만, 질투를 은밀하게 하기 위해서 남자들은 자존심을 상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요즘의 남자들은 주눅이 들거나 기죽어 살기 십상이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이나 마누라에게 무시당하고, 직장에서는 아랫사람이나 윗사람에게 거부당하고, 죽어라 일만하고 보람은 없으니, 자연스럽게 의욕이 떨어지고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요즘 남자들에게 씌워진 운명의 굴레로 보인다. 이러한 남자를 남편으로 둔 부인도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남편이 의기충천하고, 매사에 활력적이어야 자신도 동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일 터이다.
그래서 그는 「남자가 기죽어 산다면」에서 남편의 기를 살리는 방안을 제시한다. 남편의 기를 살려 줄 수 있는 좋은 아내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남편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가> <남편에게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해 줄 수 있는가> <필요한 때는 섹시한 아내가 되어 줄 수 있는가> <남편에게 고분고분한 아내가 되어 줄 수 있는가>를 제시하면서, 현명하고 좋은 아내가 행복한 가정의 필수 주체임을 강조한다. 그렇게만 하여 남편과 아내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이 사회도 조금쯤은 더 밝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4. 그리고 남은 이야기
오세원 수필가는 세상에 따뜻한 인정이 넘치기를 소망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을 나누면, 슬픔과 고통이 사라지고 행복이 가득하리라 믿는다. 이러한 소망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은 질정(質定)할 수 없을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지향(指向)이 아름다운 사회의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부정(父情)을 담아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자상한 아버지의 면모를 보인다. <아빠는 다섯 살 때 친 엄머가 출산 직후 돌아가셨고, 너의 엄마는 세 살 때 친 아빠를 잃었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누구보다도 어린 시절에 가정의 행복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면서 자랐단다. 그래서 너희들이 편하고 안정된 가정에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 아빠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온 자신의 내면을 밝힌다. 이렇게 호소하는 아버지의 말씀을 고3 시절에 들었기 때문에, 그 자녀는 무사히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으리라 추정된다. 이렇게 자상한 아버지이지만, 진실에 대한 식견에서만은 철저함을 보인다.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고 가지 과의 채소류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년감’이라는 애칭도 있지만, 요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토마토가 채소류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야채가게보다는 과일가게에 갔을 때 토마토를 구입하기가 쉽다. 토마토가 서양에서는 야채나 샐러드와 함께 먹게 되는 경우가 일반화되어 있다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토마토를 통째로 썰어서 간식용이나 중요한 비타민 공급원으로 먹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과일나라에는 토마토가 없다」 중에서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고, 채소라는 과학적 지식을 밝힌 글이다. <토마토가 과일이 아니고 야채라고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야채가게에서 토마토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즉 지식과 관습의 속성을 작품에 담아내는 지혜를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세상 이야기를 수필로 담아낸 그의 수필집은 많은 독자들로부터 관심을 환기시킨다.
그의 저서를 중심으로 인터뷰할 때에 밝힌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첫 번째 수필집 『질투하는 남자』는 개인 병원을 오픈 후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환자나 일반인들에게 정신건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식의 책을 한번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모아둔 원고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신건강 사례를 모아서 책을 만들었다. 그 당시에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이라 해외 여행기인 ‘도꾜에서 후꾸오카까지’ 와 아파트에서 새를 키우면서 느낀 점을 쓴 ‘십자매 사랑’, 남자의 질투 심리에 대한 수필인 ‘질투하는 남자’에 대해서 독자들이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두 번째 수필집 『날마다 고독한 여자』는 주로 여성 건강에 대한 내용이 많다. 그 당시 대전에는 <교차로> <훼미리 뉴스> 등의 지역 신문이 있었는데, 그 신문에 1주일에 한 번씩 ‘여성건강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주부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그 신문을 못 본 주부는 회사로 전화를 걸어서 그 신문을 받아 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한 1-2년 모아둔 원고가 <날마다 고독한 여자>로 태어난 것이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주부들의 마음 고통에 대해서 정신과 진료실에서 느꼈던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에 아마도 대리 만족감이 컸던 것 같다. 또 대전 극동방송에서 방송 상담한 내용도 요약해서 실었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대한 일반적인 궁금증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세 번째 수필집 『여자는 사랑, 남자는 질투』는 남성과 여성 정신 건강에 대해서 같은 비중으로 대비시켜 만든 책이다. 또 너무 병적인 내용은 정신과 환자들이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부드럽고 일반적인 내용과 개인적인 주변 이야기가 가미된 작품집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쓴 저자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 나갈까? 이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생활(?)을 좀 오픈한 것이다.
네 번째 수필집 『과일나라에는 토마토가 없다』는 세 번째 수필집 발간 후 9년 만에 나온 것이다. 개인 병원 오픈 초기에는 환자가 적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고민거리였는데, 그때 글을 참 많이 썼다.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스려 나갔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병원을 둔산으로 옮기고 나서 환자가 많아지자 상대적으로 글 쓰는 시간이 줄었는데, 한참을 지난 후 어느 날 갑자기 책을 한번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모아둔 원고를 정리하고, 또 쓰고 싶었던 몇 편의 수필을 벼락치기로 만들어서 책을 내게 되었다.
그는 글과 그림이 함께 있으면서 느낌이 들어 있는 명상집을 만들고 싶다고 새로운 의욕을 보인다. 너무 고리타분하지 않고, 내용은 재미있으면서, 부담 없이 자동차에서나, 기차에서나, 학교나 직장에서 쉬는 시간에 누구나 잠간씩 볼 수 있는 그런 책을 집필하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래서 오세원 수필가의 수필집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 사랑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신과의사 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마음의 갈등이 가족 사랑의 부족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집필하여 ‘가족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수필을 빚는 신경정신과 의사 오세원 수필가, 그의 수필이 삶의 진정성을 확보함은 물론,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랑받으리라 확신한다. 이러한 믿음으로 오세원 수필가의 작품 세계 감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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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을 읽는 동안 작가의 강한 의지와 정신적 사상이 얼마나 곧고 의지가 강한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담 가족사랑의 건강을 첫째로 실천하는 글과 여인들의 입장에서 남편과 동등한 인간성을 심리적으로 잘 파헤쳤다는것이 무엇보담 흥미롭습니다 시간이 되면 꼭 한권 빌려다가 보고 싶습니다 여기에서 국제 도서실이 있답니다 요즘 저는 덕혜옹주를 보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