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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두타산" 그리고 "청옥산"...
거기다가 "백두대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확 실리는 국토의 산줄기를 체험해 볼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전주 파티마신협산악회'의 산행에 우리클럽 몇분들이 합류해서 함께~
전주에서 저녁 9시 20분경에 출발한 버스가 무려 6시간 가까이 달리더니 깜깜한 어느 주차장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바람은 씽씽불어대고 ...
어디가 어딘지 당체 방향감각도 없이 산악회 리더의 통제에 따라 칠흙같은 산길 속으로 들어선다.
마치 지난해 설악산에 무박산행을 갔을때와 흡사한 분위기.
전체 인원 48명 중 마라톤 맴버일행이 11명인데 산악회 리더들의 입장에서는 출발전부터 이 요주의 인물들의 움직임에 신경이 곤두세워진 것 같았다.
자기 회원들에게 이사람들 흉내내다가 큰일 난다고 단속하는 한편으로 행여 이사람들이 통제 밖으로 벗어나 사고나 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
그러든지 말든지 언제라도 기회만 되고 명분만 생기면 그냥 뛰쳐 나가려는 다른 한쪽의 팽팽한 균형이 깨어진 곳은 두타산 정상.
3시 20분경 댓재 출발지를 떠나 헤드렌턴으로 길을 밝히며 산에 오른지 2시간여, 날도 밝고 랜턴이 필요없어지나 싶더니 두타산 정상에 막 이르렀을때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날씨 관계로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직접보지는 못했어도 산 정상에서의 해맞이에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기념사진을 찍기에 분주하다.
그러기도 잠시,
몰아치는 찬바람 속에 더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마라톤 일행중 하나가 갈길을 재촉하는데 이것이 곧바로 빌미가 되었다.
"아니, 대장도 안 떠나는데 누가 가자고 재촉하는 것여?"
"산에 오면 산악대장의 통제에 따라야지!"
"..."
"아니...이분들은 우리하고는 어차피 함께 가기가 뭐 하니까...그냥 먼저 보내드리는 것이..."
"그래도 청옥산 지나 B코스 갈릴때까지는 함께 가야지 맞지! 암!!"
"..."
"에이~여기는 길이 하나밖에 없응게... 그냥 보내드리고...나중에 백복령에서 만나믄 될것 아닌가비?"
"그려, 알아서 허라고...."
그렇게 해서 간신히 '분리독립(?)'된 마라톤 일행들이 해방된 노예들 날뛰듯 청옥산으로 향한다.
표준시간 1시간30분 보다 다소 빠른 1시간만에 청옥산에 도착해서 샘터에서 물긷고 정상 핼기장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산악회의 선발진이 도착해서 한마디 쏜다.
"거 별차이도 안나면서...우리랑 함께 가면 얼마나 재밋고 좋을껴?"
이 말이 상당히 자극제가 되었다.
"14시간 40분 걸린다는 요코스, 우리가 10시간 내에 끊어 봅시다 잉?"
마라톤일행에 끼어 여기까지 함께 했던 산악회원 한분은 이 대목에서 재빠르게 꼬리를 내려버린다.
"난...능선에서 뛸수가 없응게..."
이때부터 본색(?)이 들어난 11명의 대원들은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전혀 벌어지지 않은채 그야말로 짱짱하게 산길을 내달린다.
바위암봉으로 이루어진 고적대 정상을 지나고 B코스 하산로삼거리(무릉계곡쪽)를 지나 갈미봉, 이기령, 삼월산...
때로는 잡목숲에 머리며 팔등이 걸거치고, 때로는 돌바위 길로 터덕거리기도 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내리막의 기나긴 흐름에 진이 빠지기도 하지만 참 힘이 좋은 사람들이다.
마라톤에 빠져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또래들과는 비교되지 않는 왕성한 체력, 그 자부심, 그리고 열정...
세상의 갑부가 부럽지 않은 그것이 바로 산을 타고 있는 지금 여실히 나타나는 것이다.
끊임없이 시야가 막혔다 트였다 하고, 내려가면 또 올라가고 하더니 갑자기 길이 끊긴듯 시야가 휑~해지는 지점이 나타난다.
"야~길이다!"
산비탈을 빙빙 돌며 길이 나 있는 것인데 길고 지리한 산행이 거의 끝난것 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저건 찻길이 아니고 임도라고 여긴 아직도 깊은 산중이고 "
이기령에서 보이기 시작한 임도가 다시 코앞에 나타난 것은 원방재,
여기에서 일행들이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7Km이상 남아 있고 전체 거리 29Km를 풀코스 거리로 환산하면 10Km이상 남은 것으로 이제 막 32Km지점에 접어드는 형편인데...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할 시기인데...
저마다 막 옷을 벗어 제치고 임도 옆 냇물로 뛰어든다.
"회장님 저거 큰일입니다!"
"저러다가는 10시간 이내 완주는 장담을 못합니다"
'매사에 마라톤 뛸때와 같이 마음을 먹는다면...'
하여간 그러는 와중에 웃어가며, 서로 머퉁이를 주어가며 알콩달콩 막바지 길을 재촉한다.
원방재에서 2Km의 긴 오르막 끝에 있는 1000고지 정상에서 이번에는 점심을 먹고 가자커니 그냥 가자커니 한바탕 실랑이가 있다가 나머지 5Km를 마치고 나서 홀가분하게 먹자는 쪽으로 기운다.
남은 거리가 5Km라지만 아까처럼 마라톤으로 환산하면 7.25Km,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힘들고 타협하기 쉬운 35Km지점이 아니겠던가?
여기에서부터는 6대5로 일행이 자연스럽게 나눠진다.
이선창, 하태영, 강기상, 하재호, 송인성, 김형록
그리고 송정식, 주완수, 오태근, 이재진, 문성(전북대)
선두가 대망의 백복령에 도달한 것이 12시30분경
댓재를 새벽 3시20분에 출발한지 9시간10분여만에 목표지점에 도착한 것이다.
산이야 집만 나서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이고 높다는 산, 크다는 산 참으로 많지만 백두대간의 줄기라는 강원도 오지의 산줄기를 하룻밤 한나절 동안 다녀온 것은 분면 색다르고 의미 있는 체험이었다.
내침김에 대간종주로 목표를 바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