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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성 CEO
심드렁해질 때... 훌쩍 떠나봐~!
북마리아나 , 티니안(Tinian) 으로..
- 여행의 보석같은 은밀한 휴식이 보장되는 섬 -
계절을 거슬러 떠나는 여행은 늘 흥미롭다. 긴긴 겨울에는 모든 것이 지겹다. 긴 밤이 지겹고, 얼어붙은 듯한 추위가 지겹고, 몸을 둔하게 하는 두터운 옷들이 지겹다. 한가로이 여유를 즐길수 있는 곳이 그리워 질때 아무것도 안할 자유가 있는 섬. 한번 가면 절대로 잊을수 없는 곳으로 그래도 나는 떠난다. 여행밥을 먹는 사람이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지불해야한다. 자신의 발품이든, 시간이든, 돈이든 내어주지 않는 한 세상은 만만하게 자신을 내어 보여주지 않는다. 하물며 섬 여행은 많은 발품을 그리고 시간을 팔아야 그 보람도 맞고 맛깔스런 맞도 고스란히 돌아오지 않을까. 북마리아나 제도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사이판,,이라고 하면 저마다 무릎을 치며 사이판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10여분, 페리로 1시간을 가면 나오는 섬이 Tinian인데 그리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섬이다. 사이판을 출발한 고속페리가 푸른바다를 가로질러 달릴때 기분은 무척 상쾌하다. 일곱 빛깔을 낸다는 티니안의 맑은 바다위로 질주하는 쾌감과 함께 탁 트인 시야의 바다를 마음껏 감상할수 있어 이래저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볼에 와 닿는 따뜻한 기운의 바람 역시 반갑다. 이렇게 사이판에서 불과 1시간여 만에 와 닿는다. 티니안은 사이판과 이웃하고 있는 섬으로 사이판에서 불과 5km 정도 거리에 위치한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스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원시섬으로 맑고 깨끗한 바다와 함께 탁 트인 전망이 빼어나고 전통 타가(Taga) 유적과 차모르 문화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인구 약 3,500여명, 그중 한국인 이민자들의 후손이 20%차지할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국과의 인연은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보관되어있는 곳이 바로 티니안이다. 지금도 그 현장은 잘 보전되어 있는데 원자폭탄이 보관되어 있던 곳에 표석이 세워져 있고 그 당시 수송기가 이륙했던 활주로도 옛모습 그래도 남아있다. 사이판 못지않은 전쟁의 흔적을 섬 곳곳이 끌어안고 있는 티니안. 주민이름 중에 King(김) Sing(신) Shoi(최)가 들어간다면 분명 한국인 2,3세로 제2차 세계대전시 징용당한 한국인 후세이다.
티니안은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격때 육군 통신사령부가 머물던 곳이다. 일본은 이곳에서 위스키와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를 생산, 군수물자와 맞바꿨다. 일본인 자살절벽과 위령탑, 육군통신사령부는 주마간산의 코스이다. 일본인의 치부와 만행을 감추기 위한 노력은 산호세 마을 주변에 있는 화장터에서 엿볼수 있다. 우리나라 여인의 시신이 일본인의 만행을 낱낱이 기록한 일기와 함께 발견되자 일본인들은 이시신과 소지품을 전부 불태워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오른쪽에 자리잡은 한국인 위령탑은 이곳 51명의 교민들이 명절때 바다 차례를 지내는 곳으로 그들의 영혼을 달래고 있다. 티니안의 연평균 기온은 사이판보다 1℃ 가량 높은 28℃로 원주민 피가 25%이상 섞인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정부로부터 집을 지을수 있는 집터를 받는다. 정부는 이들에게 30년 동안 대지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집지을 건축비도 빌려준다. 이들은 땅을 놀리면 정부에 빼앗기기 때문에 코코넛이든 채소든 아무 거라도 심어놓는다. 티니안은 사이판보다 개인소득이 높다. 3천5백 중 일할 수 있는 젊은이는 6백명 정도다. 각 사업장은 원주민을 일정부분 고용해야한다. 7천 마리의 소와 1백마리 정도의 말이 이섬에서 서식한다. 이곳 돼지는 코코넛을 먹이로 먹고산다. 선착장에서 걸어서 5분안에 도착한곳은 타총나(Tachongna) 비치 공원이다. 원주민 아이들이 알몸으로 바닷물에 첨벙 뛰어든다. 모래찜질을 즐기는 아이들도 있다. 오토바이 대여점도 있다. 오토바이를 빌리는데 1시간 기준 10$, 2시간에 18$이다. 연인과 함께 시원스럽게 야자수 거리를 달려볼만 하다.
- 고달프지만 넌덕스런 민초들의 삶이 있는 곳 - 타가(Taga) 하우스는 4천년 전에 세운 원주민 무덤이다. 집유적으로 남서쪽 산호세(Sanjose)마을에 있다. “타가(Taga)는 17세기 스페인 국적의 선단(船團)을 막아낸 차모로족 족장의 이름이다. 철길은 일본인이 사탕수수와 사람을 부두로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것으로 한창때 10만명까지 인구가 늘어나기도 했다. 일본 장교들은 “뜨는 나라”의 국민이라며 동쪽거리 주변에 마을을 세운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지는 나라” 국민이라며 강제로 서쪽에서 살게 했다고 한다. 그들은 마을의 신사를 세우고 전세계를 지배할 꿈을 키웠고 우리나라 사람에게 참배를 강요했다. 원자폭탄을 탑재한 B-29기의 발진기지 기념비는 산호세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미국이 바로 이곳에서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끼에 투하시킨 일명 “작은 소년”과 “뚱뚱보”라는 원자폭탄 2발을 실어 보내 항복을 하게했던 발진기지이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잃었던 국권을 되찾았다. 활주로 4개와 고속도로 2개는 일본군과 미군이 군사상 필요로 세운 것들이다.
- 매혹적인 자연 빼어나 - 티니안의 매력은 우선 자연 환경에 있다. 섬을 가로지르는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주위에 온통 숲이 우거져 있다. 때때로 나무가 없는 들에서도 초목이 푸르게 우거져있다. 언뜻 보기엔 버려진 땅 같지만 목축을 위한 초지가 푸른 들판을 이루고 있다. 티니안에는 실제 수천마리에 소가 방목되고 있는데 사람인구수 보다 많다고 한다. 곧게 뻗은 도로인 브로드웨이는 티니안을 처음 찾은 미국사람들이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차를 타고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데 이곳에는 신호등이 하나도 없고 도로의 이정표와 함께 막다른 골목도 없다. 그야말로 사방팔방이 훤히 뚫려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 행운을 가져다주는 별모래 - 불루 비치에만 있다는 “별모래”는 남녀커플이 별점을 치는 별모래 밭이다. 산호가루로 이루어진 모래알들 중에 별 모양을 한 모래가 있는 이곳은 미혼남녀가 손바닥에 모래를 찍어 별 모양 모래가 많이 붙어있으면 행운이 따라와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별모래 비치
이곳에서 들러야 할곳은 불로우 홀 이라하는 바위다. 불로우홀은 브로드웨이 북쪽 보스턴 포스트 로드 우측에 있는 해변에 있는 바위들을 가리키는데 바위에서 바닷물이 솟아나와 분수를 이룬다. 거센 파도가 바위에 뚫린 구멍으로 밀려와 바닷물이 치솟아 오르는 원리이다. 파도가 센날은 물줄기가 10여미터 이상으로 높이 치솟아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이곳에서면 불로우 홀도 매력이지만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유쾌하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수평선은 찌든 도시를 벗어난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심은 산호세 마을이 전부다.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남쪽에 위치하는데 도심이라고 할 것도 없을 만큼 규모가 작고 한가하다. 오랜 세월동안 고달프지만 넌덕스러운 민초들의 삶이 배여 있다. 시청, 학교, 병원 등 대부분의 시설들이 이곳에 밀집되어 있다. 불꽃나무(Flame tree)외에 두개의 꽃이 만나야 비로소 하나가 되는 반쪽 꽃. 길쭉한 갈색 껍질 안에 옥수수 알맹이처럼 가지런히 솜뭉치가 박힌 목화나무 모양은 땅콩인데 맞은 대추인 땅콩나무. 숯으로 만들면 참숯의 3배 화력을 자랑하는 “땡아 땡아 나무”등은 역사의 아픔을 잊고 언제 그랬냐는 듯 고른 숨을 내쉬고 있다.
타가 비치는 석양의 낙조를 길어 올리며 연인과 함께 두손을 꼭잡고 바라보면서 구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으로 하루 이틀 머물다 가는 은밀한 휴식이 보장되는 원시 섬이다. 특급호텔인 티니안 다이너스 호텔엔 카지노가 있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제공한다.
여행에 있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우연에 있다고나 할까, 공명(共鳴). 미리넘겨 짚어 어림으로 혜아리거나 은근 슬쩍 기대하는 거개의 경우 결과나 현상은 실망으로 다가온다. 머리와 마음을 비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무언가 번쩍하게 마련이다. 여행의 보석 같은 순간도 우연에 있다. 잘 닦인 대로가 아닌 무심코 흘러든 혹은 심드렁하게 소로에서 갑자기 시야가 넓어진다. 그런 곳이 내가 사랑하는 멋진 세상 ,섬 여행이 아닐까? 익히 들려오던 그러나 살갑게 들리지는 못했던 숨은 비경을 열심히 소개하면서 어설픈 한국말 몇마디 섞어가며 티니안의 오래된 가십을 천일야화처럼 들려주는 현지 원주민 아저씨. 섬 이지만 뭍처럼 외롭지 않은 티니안. 우연히 들린 곳은 토산품 점, 한국에서 온 미스 티니안과 미스 사이판의 상큼, 발랄한 홍보활동을 반갑게 뒤로하고 , 이곳 샤머니즘 생활상을 몇켯 찍으려고 원주민 마을로 향한다. 생경한 자연의 풍경이 이방인을 시침 뚝 떼고 새뜻한 표정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한겨울에 떠나는 섬 여행. 동(動)이 아닌 정(靜)이 있을 따름이다. 고요하고 고요해서 무위한 시간을 보내기 더없이 좋다. 나는 오랜만에 그 싱거운, 그 맛적은 섬에서 진한 매력을 길어 올린다. 고요하고 부드러운 사색의 공간에서... 섬 여행은 완상의 美學이다. 수평선을 넘어 흐르는 파란하늘을 사랑할 수 있으니 완상(玩賞)이요, 바쁘게 달려온 지나온 길을 차근차근 돌아볼수 있으니 또한 완상(緩賞)이다. 딱딱한 散文 같은 일상에서 미련 없이 脫去하는 여행은 인생의 시이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끝임 없이 넘실대는 하얀 모래와 속이 휀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바다 그리고 자연의 리듬과 여백은 섬 여행의 연인이 되기에 일발 부족함이 없다.
마뜩찮은 인생사에 울화가 솟구쳐 오르거나 세상사는 일이 심드렁해졌을 때, 훌쩍 떠나봐! 떠나고 싶은 것은 어딘가 풍경이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어 줄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길을 떠나는 것은 무었을 보기위해서가 아니다. 그 무었을 만나기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허허롭고 싶을 뿐이고 비우기 위해서다. 마뜩찮을 때, 심드렁해 질 때, 그곳에 가면 웅크린 마음들이 일어설 수 있어 좋다. 2005.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