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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에 처한 불개를 되살리고 있는 동양대 고승태 교수가 이 학교 사육장에서 불개를 돌보고 있다. 불개는 현재 65마리가 있다. 조문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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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오후 경북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 본관 주변. 곧게 뻗은 소나무로 둘러싸인 사육장에서 100여 마리의 토종개들이 우렁찬 합창 소리를 내며 짖어댔다. 이곳에선 2000년부터 진돗개.풍산개.삽살개.불개 등 '토종개 가족'이 함께 지내고 있다.
"배고팠지? 새해에는 더 쑥쑥 자라거라." 토종개 가족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듬으며 사료를 주고 있는 사람은 이 대학 생명화학공학부 고승태(49) 교수. 7년째 토종개 사육만 고집하는 '토종개 지킴이'다.
고 교수는 사료를 주느라 흙투성이가 된 양복 바지를 털어내며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녀석들 기르는 재미로 산다"며 활짝 웃었다.
고 교수의 남다른 '토종개 사랑'은 1998년 이 학교에 첫 부임한 이후 선물로 받은 진돗개와 풍산개를 기르면서 시작됐다. 주인을 잘 따르고 영리한 토종개의 매력에 푹 빠져 스스로 '누렁이 아빠'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교무처장이던 고 교수는 별도의 공간이 없어 처장실 내에 개집을 만들어 키웠다. 그 때문에 본관 실내 곳곳에 개 배설물이 남아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항의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듬해부터는 고향 영주의 토종개인 '불개'를 찾아 나섰다. 불개는 영주 인근 소백산에 살던 늑대가 집개와 교배해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토종개. 눈.코.발톱 등이 붉은 색으로 '붉은 개'라는 말에서 유래돼 '불개'라 불린다.
이 개는 과거 '약개'라 불리며 약용으로 유명해 20여 년 전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60년대 말 영주에서 야생 늑대가 마지막으로 포획된 시기에 불개도 함께 사라졌다는 게 통설이다.
그는 "어릴 때 고향 마을에서 흔히 보이던 불개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렸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고 교수는 멸종 위기에 처한 불개를 되살리기로 했다. 우선 경북 지역 개소주.보신탕 가게 등을 뒤지기 시작했다.
닮은 개가 있다는 소문만 들려도 한걸음에 달려갔다. 1년여를 수소문한 끝에 한 식당에서 수놈 1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문제는 교배할 짝이 없었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그에게 지역의 한 목사가 자신이 키우던 불개 암수 5~6마리를 선뜻 내놓았다. 토종개 지킴이로 이름난 그의 열정에 대한 선물이었다.
"불개를 처음 찾았을 때 내 고향 영주의 자랑으로 살려내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적절한 사육 방법을 몰라 새끼들이 태어난 지 일주일을 못 넘기고 모두 죽어버렸다.
함께 기르던 진돗개에게 물려 죽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유일하게 살려낸 2세대 불개에겐 오래 살라는 뜻에서 '천수(天壽)'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사육장 규모를 늘리고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고 교수는 불개의 '달인'이 됐다.
매년 가족이 불어나 이제는 모두 65마리로 늘었다. 학교에서도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300마리가 넘으면 천연기념물 지정에도 나설 생각이다.
"털이 황색인 불개는 우리나라 전통 누렁이입니다. 과거 우리 조상은 이 누렁이를 풍요의 상징으로 봤습니다."
한 달 전 '누렁이 아빠'는 네 마리의 새 불개 가족을 맞이했다. 녀석들에겐 '천상.천하.천녀.천미'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병술년 첫 주말에도 또 다른 가족이 태어날 예정이다. 누런 털옷을 입은 불개와 그 식구들이 목청껏 짖어대는 한 시골 대학의 풍경. 풍요의 상징인 토종개들의 정겨운 합창 소리와 함께 개의 해인 2006년은 새 희망으로 부풀고 있다.
◆ 불개의 특징=경북 영주 인근 소백산에 살던 늑대가 집개와 교배해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토종개. 눈·코·발톱 등이 붉은 색으로 '붉은 개'라는 말에서 유래돼 '불개'라 불린다. 이 토종개는 일반 개와는 달리 나무를 잘 타며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강하다. 입을 다물고 있어도 송곳니가 그대로 드러나 늑대와 유사하다.
영주=정강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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