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마음현상(心所)'
은 그 밖의 모든 마음현상을 담고 있다.
모든 씨앗은 그 밖의 모든 씨앗을 담고 있다.
성냄의 씨앗은 그 안에 사랑의 씨앗을 담고 있다.
어리석음의 씨앗은 그 안에 깨달음의 씨앗을 담고 있다.
세포 속 각각의 유전자는 그 밖의 모든 유전자를 담고 있다.
좋은 환경 속에 있으면
건강하지 않은 유전자가 건강한 유전자로 서서히 바뀔 수 있다.
이런 통찰을 통해 현대 심리치료의 많은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우리가 이런 점을 망각하면 태어남과 죽음의 세계에서 표류한다(윤회).
하지만
'망각(失念, forgetfulness)'을
'알아차림(正念, mindfulness)'으로 변화시키면
거부하거나 버릴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된다.
-틱낫한 지음, 한창호 주영아 옮김, <<꽃과 쓰레기>>(이솔, 2012), 203쪽.
*모두 51가지 심소들 중 26가지가 '불건전한 마음현상(번뇌)'들이다.
이 중 근본번뇌는 탐욕(집착), 성냄, 어리석음(무명), 오만(자만), 의심, 잘못된 주장(악견) 6가지 이다.
*원서에 나오는 리얼리티(reality)는 모두 '실재(實在)'라고 옮겨야 한다. 그런데, 번역서에는 실체(實體 substance)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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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교사불자회에서 한 학기마다 불서 한 권씩을 읽어왔다.
작년에 읽은
일묵 스님의 윤회와 행복한 죽음은 불자로서의
생사관과 바른 신행의 길을 정립하여 주었다.
이번 학기에 채택하여 읽고 있는 불서는
틱낫한 스님의 꽃과 쓰레기이다.
대승불교의 양대 가르침인 반야와 유식 사상 중에서
대부분의 한국불자들은 유식 사상은 낯설고 어렵게 느낀다.
이제까지 반야사상은 공부하였지만
유식불교는 공부하지 못했다.
그리고 유식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없었다.
결국 혼자서 책을 통해 공부해야 하는데,
독학을 위한 쉽고 정확하고 마땅한 책이 없었다.
어떤 책은 너무 학술적이라서 읽기가 정말 힘들었고
어떤 책은 너무 쉽지만 알맹이가 별로 없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수행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
틱낫한 스님의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한국어 번역본은 아! 붓다)을 읽어면서
유식불교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이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대승불교에서 마음을 닦는다는 말을 많이하고
마음이라는 말이 불교의 핵심이라고 하지만,
도무지 마음의 구조와 마음의 작동 체계에 대한 이해가
나에게는 없었다.
바른 수행을 위해서는,
불교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유식불교 이해가 필수임을
느껴왔다.
이번에 번역되어 나온 이 책은 이러한 어려움을 말끔히 씻어준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정말로 좋은 번역의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맙고 환영한다.
책을 전체적으로 읽어보았다.
번역은 깔끔하고 충실하게 하였다.
인경 스님과 김명우 교수가 감수를 맡아보았으니 신뢰가 간다.
특히 유식불교의 한자 용어를 모두 달아 놓아서 공부하기가 좋다.
이 책은 분명히 스테디셀러로 불자들에게 입소문을 통해 넓고도 지속적으로
읽힐 것이다.
옥에 티라고 하였다.
2쇄부터는 이런 점은 수정하여 주시기를 제안드린다.
1. 책 말미에 색인을 친절하게 달아주면 좋겠다.
수 많은 용어들을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2. 원서에 나오는 리얼리티(reality)는 모두 '실재(實在)'라고 옮겨야 한다.
그런데, 번역서에는 실체(實體 substance)라고 하였다.
실재와 실체는 글꼴이 점 하나 차이이지만
그 뜻은 정반대이다.
실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칭하고
실체는 영원하고 개별적인 그 어떤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실재는 무상하고 무아인 여여한 모습을 말하고
실체는 영원하고 고립적인 개념(언어)가 지어내는 망상이다.
아트만이다. 반불교적이다.
번역서에 나오는 실체는 모두 실재라고 옮겨야 한다.
3. 279쪽 승가(상가의 음역, 수행공동체)의 한자는 '僧家'가 아니고
'僧伽'라고 해야 한다.
4. 225와 246쪽의 '옥수수 나무', '해바라기 나무'라는 말은 '옥수수 씨앗', '해바라기씨'와 구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렇게 번역하였다. 그런데 '옥수수 나무', '해바라기 나무'라는 말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마치 '쌀나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원문은 'plant'라고 하였으니, '볍씨-벼', '해바라기씨-해바라기'처럼 '옥수수씨-옥수수'라고 하면 번역이 매끄러워 보인다.
5. 185쪽의 '주위'는 '주의'의 미스프린트이다.
6. 275쪽의 '나무는커지고'는 '나무는 커지고'이다.
7. 246쪽의 'CIA'라는 알파벹은 한글판에서는 한글로 일관되게 '씨아이에이'라고 하고 괄호에 알파벹을 넣거나 아니면 '미국중앙정보국'으로 풀고 괄호 속에 알파벹을 넣으면 책과 출판사의 완성도와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8. 263쪽의 '의식적 호흡을 수행하는'은 '호흡을 알아차리는 수행'으로 바꾸면 원의를 더욱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9. 233쪽의 수련회(retreat)는 수행 모임, 또는 수행 결사로, 수련생은 수행 학생 또는 수행 제자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