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비결은 ‘진짜 새우’
맛의 역사 ① 농심 새우깡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trend) 속에 하루에도 몇 백 개의 제품이 출시되고 또 사라진다.
시대 및 세대에 따라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이 다르고 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으며
수십 년간 사랑받는 ‘장수식품’으로 군림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강산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남녀노소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제품이 있다. 대한민국 대표 ‘장수 브랜드’들이
시공을 초월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비결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注
올해 50세가 된 새우깡은 다양한 소통으로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농심 제공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어른 손 아이 손 자꾸만 손이 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CM송의 주인공 새우깡이 올해로 50세, 지천명(知天命)이 됐다.
떠들썩한 출시 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과자 종류만 수백 개인 세상이다. 이렇게 수명이 길지 않은 과자 시장에서
새우깡은 반세기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사랑받고 있다. CM송 가사처럼 새우깡은 한번 먹으면 어른이고 아이고
멈출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스낵이기 때문이다.
새우깡이 지난 50년간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국민 스낵’으로 장수만세를 부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고소한 맛의 비결은 ‘진짜 새우’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은 새우깡의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새우깡 특유의 고소한 맛의 비밀은 바로 ‘생새우’에 있다.
새우깡 한 봉지에는 5~7cm 크기의 생새우 4~5마리가 들어간다. 농심은 1971년 국내 최초로 스낵 개발에 나서며 맛 좋고
칼슘도 풍부한 새우를 주(主)재료로 결정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한 새우 소금구이 맛’을 살리는 게 제품의 개발 콘셉트였다.
고소하고 짭짤한 맛은 질리지 않고 유행도 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농심의 예상은 적중했다.
중독성 있는 고소한 새우의 맛은 새우깡을 호불호(好不好) 없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맛의 표본으로 만들었다.
할아버지부터 어린아이까지 3대가 함께 즐기는 ‘세대 통합’ 스낵이 된 것이다.
새우깡 맛의 또 다른 비결은 ‘가열된 소금의 열을 이용해 구워 만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자는 기름에 튀겨 제조하지만,
농심은 최적의 조직감을 살리기 위해 가열된 소금에 굽는 방법으로 만들었다.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부풀어 올라
특유의 바삭한 식감을 구현할 수 있었다. 농심만의 독자적인 공법과 기술은 이후 출시된 다른 모방제품과 확실한 차이점을
드러내게 된다. 경쟁사들은 새우깡 인기가 높자 앞다퉈 유사한 이름의 제품을 출시했지만, 외형만 비슷할 뿐 소금으로 구워
만든 새우깡 특유의 맛과 품질은 따라 할 수 없었다.
1971년의 새우깡과 광고.
◇1년을 밤새워 연구해 개발한 ‘국내 최초 스낵’
새우깡은 대한민국 최초의 스낵이다.
새우깡이 출시되었던 1971년 당시 제과 업체들은 비스킷·캔디·건빵 등을 주로 생산했다.
스낵과 같은 간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농심은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국내 첫 스낵 개발에 나섰다.
선구자로서 개발에 나서다 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개발 당시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밤을 새워가며 실험에 몰두했다.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t 트럭
80여 대 분에 이를 정도였다. 1970년대 초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었다.
이렇게 밀가루가 많이 소요된 이유는 새우깡 시제품 생산 과정에서 튀김 온도가 적절치 않아 태우고 버리기를 수없이
반복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먹기에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실험도 수백 번이나 거듭해야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나라 최초의 스낵’으로 탄생한 새우깡은 출시 초기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 서울 대방동 공장에는 새우깡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새우깡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스낵 시장에서 확고한 ‘1등 브랜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오래되었지만, 가장 젊은 브랜드
과자류 수명이 길지 않은 세상에, 새우깡이 반세기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결은 ‘젊은 소비자와의 소통’에 있다.
새우깡은 최고령 스낵이면서도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새우깡은 지난해 전국을 뒤덮은 ‘깡 열풍’과 함께 밈(meme·SNS 등에 올라온 여러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의 대상으로
등극했다. 소비자들은 ‘깡’과 함께 ‘새우깡’을 떠올렸고, ‘깡 열풍’의 주인공인 가수 비를 모델로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농심은 이에 화답해 비를 모델로 기용하며 자연스레 ‘깡 열풍’에 합류했다.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해 젊은 소비자와 소통하며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새우깡 고유의 맛과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국민 스낵’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첫댓글 오랜동안 사람 받는 새우깡
어제 모도를 오가며 배에서 갈매기랑 새우깡으로 놀던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