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올해 드라마틱하게 부활한 책입니다. 2004년 출간돼 잊혀진 이 구간(舊刊)은 시청률 45%를 찍은 연속극 ‘내 딸 서영이’의 여주인공(이보영)이 한 TV 책 프로그램에 나와 추천하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습니다. 시장에서 죽은 책도 스타 배우가 쥐고 흔들면 벌떡 일어나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지요. 이 책을 펴낸 열림원은 “그 ‘벼락 같은 축복’으로 올해에만 100만부 넘게 판매됐다”면서 “행복이 화두인 책이라 독자의 공감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왜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을 느끼는가?
“쥬 마뻴 꾸뻬, 내 이름은 꾸뻬입니다. 나는 파리의 정신과 의사입니다.”
프랑스 파리 중심가 한복판에 진료실을 갖고 있는 성공한 정신과 의사 꾸뻬. 그의 진료실은 언제나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친절하면서도 자극적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를 찾는 여자, 환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슬퍼하는 의사, 사랑의 상처를 입어 더 이상 미래를 내다볼 수 없게 된 점성가 등….
어느 날, 꾸뻬는 마음의 병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그 어떤 치료로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하여 마침내 꾸뻬는 진료실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지 ‘행복의 비밀’을 찾아 나서기 위함이다.
꾸뻬의 진료실에는 겉으로 볼 때는 불행할 요소가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불행을 토로하러 찾아온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가 실제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쓴 실화 소설이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인 만족이 행복의 기준이 되어가는 시대, 복잡한 현대인의 심리의 핵심을 짚어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마음을 움직인다.
프랑수아 를로르는 늘 불안한 심리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어떤 심리학적 설명보다 한 편의 이야기가 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첫 번째 실수는 행복을 삶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것
여행의 좋은 점은 낯선 곳에서 비로소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된다는 데 있다. 꾸뻬는 신비로운 동양적 색채와 감성을 기대하며 첫 여행지인 중국으로 향하지만, 중국은 이미 서양과 다를 바 없는 현대적인 첫인상으로 꾸뻬에게 실망만 안겨준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 뱅쌍은 이미 일에 지쳤다고 말하면서도 일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언제 그만둘 것이냐”고 묻는 꾸뻬에게 친구 뱅쌍은 “300만 달러를 번 다음”이라고 대답한다. 일을 그만두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꾸뻬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수첩에 행복의 비밀 하나를 적는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꾸뻬는 중국에서 행복에 대한 생각에 큰 영향을 준 두 명의 운명적인 사람을 만난다.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연약한 여성 ‘잉리’와 행복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어느 노승이다. 꾸뻬는 잉리를 처음 보았지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사랑이 주는 행복과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런 고통과 쓸쓸함을 안고 꾸뻬는 기차를 타고 어느 산속으로 향하는데, 그곳 사원에서 한 노승을 만난다.
꾸뻬는 노승에게 자신이 여행하는 이유를 털어놓는다. 그가 보기에 사람들은 진짜 불행한 일도 없이 점점 더 불행해져가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불행감에 시달려야 하는지 알고 싶어 여행을 하고 있다고. 꾸뻬의 물음에 노승은 “첫 번째 실수는 행복을 삶의 목표라고 믿는 데 있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하고, 여행을 마치거든 다시 찾아오라고 당부한다.
꾸뻬는 중국에서 몇 가지 행복에 대한 비밀을 작은 수첩에 적었다. 꾸뻬는 다음 여행지로 향하기 위해 친구인 장 미셸이 사는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아프리카는 독재와 가난, 잦은 범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였지만, 꾸뻬는 그곳에서 뜻밖의 발견을 한다. 물질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불안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꾸뻬는 행복이 아주 특별하고 엄청난 것이 아니라 더 구체적이고도 사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꾸뻬의 친구인 장 미셸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며 자신이 이곳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으며, 여기서의 모든 날이 의미가 있다고 답해준다. 장 미셸의 말을 듣고 꾸뻬는 작은 수첩에 행복의 비밀을 추가한다.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꾸뻬는 여기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한다. 노상강도에게 납치를 당해 생명을 위협받는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꾸뻬를 살린 것은 행복의 비밀이 적힌 작은 수첩이었다. 강도의 우두머리가 꾸뻬가 적은 행복의 비밀들을 읽더니 꾸뻬를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꾸뻬는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해진다.꾸뻬는 마지막 날 밤을 기분 좋은 파티로 마무리하고 세상에서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은 나라로 향한다. 자신이 정리한 행복의 비밀을 행복에 관한 권위 있는 교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 비행기에서 유일한 의사였던 꾸뻬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여자를 구하게 된다. 그 여자의 이름은 자밀라였다.꾸뻬는 자밀라에게서도 놀라운 행복의 비밀을 하나 듣는다. 자밀라에게 행복이란 남동생이 커서 전쟁터에 가지 않는 것, 여동생에게 좋은 남편과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들이 커서 원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었다. 자밀라가 말한 행복에는 자신의 행복이 없었다. 꾸뻬는 자밀라의 말을 작은 수첩에 정리한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이곳에서 행복을 연구하는 교수를 만난 꾸뻬는 행복을 측정하는 방법을 보게 된다. 행복에 반응하는 뇌의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다. 꾸뻬는 이것을 보고 ‘뇌의 미소’라고 하며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반이 찬 병을 볼 것인가, 반이 비어버린 병을 볼 것인가?실험을 마치고 교수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꾸뻬는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교수에게 묻는다. 교수는 삶에 기분 좋은 일이 가득할 때 행복이 온다고 하는 부류와 행복이 사물을 보는 관점에 달려 있다고 여기는 부류가 있다는 답변을 해준다. 꾸뻬는 그 말을 듣고 아주 중요한 배움 한 가지를 얻은 듯했다. 반이 채워져 있는 병을 보는 사람과, 반이 비어 있는 병을 보는 사람이 지닌 행복의 차이에 대해서!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교수와의 만남을 이룬 꾸뻬는 여행의 마지막 지점으로 중국에서 만났던 노승을 다시 찾았다. 노승은 꾸뻬가 정리한 행복에 대한 배움 목록을 읽어 내려갔다.배움 1.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배움 2.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배움 3.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배움 4.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배움 5.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배움 6.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배움 7.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배움 8.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배움 9.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배움 10.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배움 11.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배움 12.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배움 13.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배움 14.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배움 15.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배움 16.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배움 17.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배움 18.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배움 19.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배움 20.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배움 21.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배움 22. 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더 배려할 줄 안다.배움 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노승은 꾸뻬의 작은 수첩을 다 읽고 어떤 말도 없이 산책을 하며 꾸뻬와 함께 산속의 풍경을 감상했다. 꾸뻬는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바로 시간을 갖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행복하기로 선택했다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붙잡아라사실 꾸뻬는 노승을 찾을 때부터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한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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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9일 '꾸뻬씨의 행복여행’작가 프랑수아 를로르(오른쪽)와 소설가 정이현이 서울 중구 프랑스문화원에서 행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노승은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마음은 늘 행복을 찾아 과거나 미래로 달려 나가므로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꾸뻬에게 답해준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로 선택했다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노승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노승을 만난 뒤 꾸뻬는 다섯 종류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했다. 두 종류는 직업이나 취미와 관련된 흥분한 상태의 행복이고, 다른 두 종류는 삶에 대한 만족을 느끼고,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평화로운 상태의 행복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이 있다.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은 불행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귐은 다른 사람에게 우리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보다 근원적인 행복으로 사람들을 데려다준다.꾸뻬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여전히 정말로 불행한 사람들, 혹은 실제로 불행하지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꾸뻬는 자신의 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여행에서 발견한 배움들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그의 삶의 되었다. 그리고 꾸뻬는 다음 글귀가 적힌 카드를 선물하기를 좋아하게 되었다.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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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림원 편집부 조혜정
- 조선닷컴, 2013.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