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상승의 신비- 『마법의 산』(Thomas Mann, 원당희 역)

[정해수]

독일 작가 만(Thomas Mann)의 소설『Der Zauberberg』이 우리나라에서는 『마의 산』이란 제목으로 번역·출판되어 왔다(범우사, 을유문화사, 열린책들, 동서문화사 등). 하지만 원당희 박사의 번역으로 2013년 세창문화사에서 만든 책은 제목을『마법의 산』으로 바꿔 출판하였는데...

역자의 말에 따르면, 전체를 관통하는 책의 내용으로 봤을 때 어딘지 음산하고 사악한(?) 기운이 도는 '마(魔)'란 단어는 책의 제목으로 어울리지 않으며, 따라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산은 악마가 아닌 마법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역자는 영미권의 번역서들도 '마(魔)'에 상응하는 단어를 'devil'이 아니라 'magic'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마법의 산』이란 제목이 보다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소설은 주인공 카스토르프가 조선소의 기사 취업을 앞두고 3주간의 일정을 예정으로 하여 스위스의 산중 다보스에 있는 베르크호프 요양원에서 요양 중인 사촌 요하힘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거기서 뜻하지 않게 요양원의 고문관으로부터 주인공 자신도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으며, 따라서 그곳에서 몇 달 정도 머무르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카스토르프는 무려 7년의 세월에 걸쳐 그곳에서 요양하는 가운데,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영적인 성숙을 이루게 되는 것으로 소설은 전개되고 있다.

스위스의 깊은 산 속에 자리잡아 소설의 전체적 배경이 되는 배르크호프 요양원은 유럽인들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환자들이 입원하여 요양하는 곳이기 때문에, 산 아래의 시민사회적 삶의 공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곳으로 줄곧 묘사되고 있다. 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요양원과 산 아래 평지의 삶은 특히 시간에 대한 이해에서 대척점에 선다고 하면서 질적 시간 대 양적 시간, 주관적 시간 대 객관적 시간, 내적인 시간 대 외적인 시간, 체험된 시간 대 기계적 시간, 의식의 시간 대 현실의 시간, 디오니소스적 시간 대 아폴로적 시간 등으로 대비시켜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깊은 산 속 요양원의 삶의 모습과 관념이 지상의 그것과 극명하게 대조되기 때문에 마법이 지배하는 산이 되는 것이다.

베르크호프에서 요양하는 카스토르프에게 질병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본다. 어제까지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던 동료들이 다음 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또 새로운 환자들이 주검이 떠나간 방을 채우는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가운데 자아의 성숙을 더해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7년 간의 요양원 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카스토르프의 영적 성숙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인물은 크게 네 명을 들 수 있다. 에로스(사랑)와 타나토스(죽음)를 상징하는 쇼샤부인, 이탈리아 출신의 인문주의에 터한 계몽주의자 세템브리니, 신에의 의지를 강조하고 배금주의를 저주하는 수도사 나프타,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서 한 밑천 끌어모은 현실주의자 페퍼코른이 곧 그들이다.

소설의 전반에 걸쳐 이들은 끊임없는 대화와 치열한 토론을 하는 가운데 카스토르프의 정신세계에 연금술적 신비(미래를 지향하는 계몽으로서의 신비)를 통하여 자연스러운 영적 성숙을 도와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죽음과 질병은 늘 그들의 삶의 배경이 되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인데, 페퍼코른의 죽음으로 쇼샤 부인이 요양원을 떠나고 나프타는 권총 자살로 삶을 마친다.

그리고 유럽 전체가 청천벽력의 소용돌이, 즉 제1차 세계대전에 빠져들게 되면서 세속을 떠난 딴 세상이었던 요양원도 격랑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된다. 우리의 주인공 카스토르프 역시 짐을 싸고 하산길에 오르는데, 갑자기 소설의 마지막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편성된 독일군이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데...거기 한 병사가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 중 '보리수'를 흥얼거리며 포탄이 진동하는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는 모습을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한스 카스토르프였다. 죽음은 그렇게 카스토르프 주변을 서성이는 게 아니라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정해수]

원당희군이 번역하고 교정은 세창미디어 사장이신 이방원 동문이 보셨다는구먼 그랴. 그때 그들의 나이 이미 이순(耳順)을 넘겼다고 하면 믿을 사람 몇이나 될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