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5-21 22:25:06
141차 삼각산 정기산행기
일시 : 2007. 5. 20 (일)
곳: 삼각산
참가 : 재일(대장), 상국, 광용, 재봉, 문수, 봉수, 상호, 정호, 상용부부 총10명
코스 : 백화사매표소- 의상봉능선- 대남문- 대서문- 보국문- 칼바위계곡- 정릉매표소
이번 정기산행은 중간에 약간의 혼선은 있었지만, 서총의 사려 깊은 대처로 삼각산으로 정했던것 같다.
그런데 계시판에 올라오는 댓글이 조용하다. 간혹 참가불가 사연만 올라오니, 이러다가 서총과 둘이서
오봇하게 번개산행같은 정기산행을 하는게 아닌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그동안 정기산행이라면 최소한 5명이상은 움직이던데, 이번에 갑자기 조용들 하니까, 산행대장이 못
미더워 그러나싶어서 섭섭한 마음 가눌길 없네... 그러나 충분히 이해한다. 피치 못할 개인사정들이 있을 것이라는 걸.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산행 당일에 예고 없이 나타난 의리의 사나이들이 나를 감동시키네!!
강남에서 재봉,문수,광용,상국이가 왔고, 부평에서 봉수가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신촌에서 정호, 일산에서 상호, 상용이 부부가 동참하여 대군을 형성하니, 산행대장으로서 체면도 살고, 너무 고마버서 눈물이 앞을 가리네...
대군을 이끌고 이번 산행코스 들머리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오늘 산행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서 마음이 다소 무거우나, 대원들이 이리 많이 참석해 주시고, 날씨도 쾌청하야 더할 나위없이 좋은 조건이다.
서총이, 대장은 앞장 서야 된다며 나를 앞으로 쫓는데, 나는 뒤에 오는 신쫄들이 걱정되어 자꾸 뒤로 쳐진다. 선두에 문수,재봉이가 앞장 서서 내달리니, 뒤에 따라 붙는 쫄들은 숨이 턱에 차서 연신 헥헥거리네... 그러나 홍일점 상용마나님(지형엄마)은 바짝 따라 붙이면서 오히려 추월할 태세를 보이니, 산행실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우리 30산우회에 동참하는 마나님들은 우찌 이리도 하나같이 쟁쟁한 실력들을 뽐내우?
산행 후 30분 가량 지나서 암벽등반코스로 접어들기 전에 잠깐 1차 휴식을 취한다.
전날 비가 왔는지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어 다들 빠른 걸음으로 왔지만 그렇게 힘들어 하는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지금부터 암벽등반(초보자들에게는 이 정도 수준을 암벽등반이라 부르자)을 시작할건데, 조심들 하이소..!!
내 기억에는 의상봉능선코스가 힘든 둥반코스인데 등반사고는 거의 없는 코스로 알고있다. 이것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우회코스가 있기때문이리라,,, 그래도 지형이엄마한테는 이것도 힘든 코스라서 염려가 된다. 서방님 도움을 받아서 어렵게 올라오는데 속으로 우리를 얼마나 원망했을까싶다. '이 남자들이 사람 잡을 일이 있나, 우째 이런 데를 날보고 올라오라카노?' 그래도 기본 뚝심은 있어 잘도 올라간다.
정호는 한달전 남한산성산행때 처음으로 참가하고, 이번이 두번째 산행인데, 지난번하고는 산행강도가 다르제? 육수를 얼마나 흘리는지 2리터짜리 보리차물을 연신 마셔도 갈증을 못삭인다. 앞으로 산행 자주 나오면 육숫물 적게 나오고 비게살 정리된다, 자주 나오거래이...
상호는 지난주 소백산 여독이 아직 남아 있는지 계속 뒤에서 어려운 걸음으로 뒤좇아온다. 상호야! 5번만 연속해서 출전해 봐라, 그 다음부터는 비시기 날라다닐 수 있을기라... 더 나이 묵기 전에 몸 잘 챙가거래이. 상호야!
봉수는 학생시절부터 산악부 활동을 한 전문 산악인이라카네...참말이가? 봉수 왈 "나는 걱정하지 마래이.. 내가 뒤에서 상호, 정호 데리고 온다고 힘 들었다 아이가.. 나는 산이라카먼 자신있다!!" 펭귄하고 말하는 어감이 비슷한 걸 느낄 수 있는데, 펭귄은 혼자서 앞으로 내 뺐삐고, 봉수는 뒤에서 밀고 가는것으로 봐서 서로 다르다고 봐야지??
상용이는 조깅과 베드민턴으로 다져진 몸매로, 이 정도 산행은 전혀 문제 없는 모습이다. 마눌님과 떨어질세라 꼭 붙어서 가는 모습이 금슬 좋은 모범 부부로 손색이 없네요...부럽심니다..
의상봉 중턱에 올라서니, 와!!! 전방에 펼쳐진 풍광이 가슴을 탁 틔워주네, 뱅욱이 말마따나 찍인디 찌여
그러고 바로 코 앞에 큰바위 하나가 무엇을 연상시키기에는 너무 제 마음대로 생겨서 이름을 못 짓고 있는데, 상국이가 "이 바위 함 올라 가보까"하니까, 지형엄마 "올라가지 마이소, 올라가먼 그 바위하고 같이 굴러 떨어져~예". 그러고 보니 그 큰바위가 아슬하게 산중턱에 걸려 있다. 수 만년동안 그렇게 버텨온 바위를 어찌 한번에 굴리라카요...
의상봉능선에서 뒤를 보니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노적봉, 원효봉(이것을 5봉이라고 하나?)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데, 그냥가기 아쉬워 사진 한방 찰칵. 의상봉능선을 지나니 연이어 산등성이가 줄을 서 있다.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이 봉우리들을 아무리 외워도 올때마다 까묵는다. 그러고 보니 까마귀 한마리 지나가네, 상국이가 빨리 까마구사진 찍어라고 재촉한다.
쉽지 않은 능선을 타고 오다 보니, 배가 빨리 고파오네, 밥 묵고 가자고 난리다. 증취봉 지나서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고 밥상을 편다. 우선 1.6리터짜리 맥주 한 병을 따서 10명이 골고루 입가심을 하고 도시락과 김밥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가져온 술들을 꺼집어 내는데, 가지각색이다. 막걸라, 매실주, 오미자술
한잔 하면서 상국이가 진홍이의 빙모상중에 있었던 '본처~왔네'타령을 못 들은 사람들을 위해서 재방송한다. 다시 들어도 재미있다.
그런데 상용마나님께서는 이 자리에서 웃어야 될지, 냉담한 표정을 지어여 될지 헷갈린다.
속으로 '이 남정네들이 오리지날 본처를 앞에 두고 무슨 악담을 하는기여, 난 못 알아 들은 것으로 하께요...
점심을 먹고나니 배는 부르고, 기분은 알딸딸~하니 좋은데, 다리는 어이해 이리도 무거운고? 취기가 가실때 까지 무거운 다리를 끌고 나월봉, 나한봉을 넘는다. 715m 고지(봉우리 이름이 없단다)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중에, 광용대장은 지난 소백산에서 잃어버린줄 알았던 아가씨 GPS를 꺼내 놓고 좌표를 확인한다. 그러면서 지도의 좌표를 고쳐야 한다면서 나하고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 전문 산꾼이로다... 광용이 뒤에 따라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남장대 , 동장대가 어디에 있고, 가사동암문,청수동암문이 어떻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혼자 왔을 때는 전혀 몰랐던 역사공부를 새롭게 배우니 즐거웁구나...
대남문에 당도하여 단체사진 한방 찍고, 광용이는 집안일 때문에 여기서 헤어진다. 집에 왠만한 일이 있어도 산행에는 꼭 참석하려는 성의가 너무 고맙다. 잘 가거래이 광용대장... (14시 30분)
이제 대서문, 보국문을 거쳐 칼바위능선을 타고 내려 가야하니까,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걸음을 재촉하여 보국문에 도착, 잠깐 쉬면서 서총의 깊은 생각을 들어번다.
칼바위능선이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몇일 전에 여기서 사망사고도 있었고, 대원들의 남은 체력이 넉넉치 못하고 더우기 마나님까지 계시니, 다음 기회로 미루자는 이야기다. 모두가 동감이요!!!
보국문을 지나 칼바위계곡을 가벼운 걸음으로 내려가면서, 흐르는 계곡물에 발도 한번 담구면서 유유자적한 산행을 마무리 한다.(17시 20분)
뒤풀이는 두부김치,해물파전에 보쌈을 안주삼아 동동주를 배 두들기면서 마시고, 즐거운 산행후담을 얘기한다. 여기서도 펭귄이야기는 등장하는데, 펭귄이 멀리 대구까지 가서도 우리 산행이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단다. 펭귄은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항상 같이 할 수 있으니, 늘 좋은 친구야...
오늘 즐겁고, 무사한 산행을 함께 해준 대원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141차 산행대장 김 재 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