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지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자전거 탄 풍경, [보물]-
노래의 가사처럼 초등학교시절 나에게 가장 큰 재미는 고무줄놀이였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최선을 다해 고무줄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참 놀다보면 엄마의 "○○야, 저녁먹어" 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빨리 먹고 다시 나오자는 눈빛을 주고 받으며 집으로 들어가 저녁만 후다닥 먹고 다시 나와 밤늦게 까지 고무줄놀이를 했다. 동네 무서운 아줌마의 "그만 들어가, 너무 시끄럽다"라는 외침이 들릴때 까지 우리는 정말 신나게 놀았다. 잘 하고 못 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노는게 즐거웠다. 홀수로 짝이 맞지 않거나, 늦게 합류하는 아이가 있으면 '깍두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놀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 놀이터에서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각종 학원들과 스마트한 기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로 인한 '어쩔 수 없음'으로 이해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그 시절 우리는 다양한 놀이를 통해 너와 나의 다름을 배웠고,친구에게 잘못했을때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잘 못하는 친구도 끼어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너무 어릴 적부터 무한경쟁시대에 살다보니, 뒤처지면 안 되고, 놀이도 학원에서 배우고 있으며, 스마트기기를 친구삼아 놀고 있다. 또한 남들보다 더 좋은 직업, 더 좋은 대학이라는 구호아래 자라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특목중, 특목고, SKY를 위해 선행에 선행에 선행을 하고 있다. 이런 구조니 초등학생이라도 마음껏 놀 수 없는 것이다. 아무생각없이 그냥 놀기만 하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은 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원래 고등학교의 동아리 활동도 자신이 흥미있는 것들을 즐겁게 하는 놀이시간이었다. 노래부르기, 영화감상, 체육활동, 사진찍기, 요리 등등.그런데 요즘은 동아리 활동 또한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스펙일뿐이다. 자신의 진로에 맞춰 치밀하게 계획하여 활동해야지, 그냥 놀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는 것처럼 보이는 동아리는 권장되지 않고, 진로에 관련된 탐구활동위주의 동아리만 살아남고 인기동아리로 남게 된다. 원래 춤을 좋아하는 아이가 진로때문에 과학동아리를 선택해서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면 짠한 마음이 든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마음만 가질 수 없어 진로를 위한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친구와 얼굴을 맞대고 노는 즐거움에 대해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나는 자율이나 진로 시간을 활용하여 한 달에 한 번 둥글게 모여 앉아 우리의 한 달을 이야기하는 서클프로세스 시간을 갖는다. 신발을 벗었을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의 효과를 알기에 가능하면 신발을 벗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아이들에게는 놀거니까 편안한 체육복을 입고 오라고 한다. 둥글게 모여 앉아 어색한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줄 놀이이다. 수건돌리기, 친구몸짓따라하며 춤추기,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모션놀이 등을 한바탕하면 어느새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나 어려움이 보이지 않고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만이 보인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가장 잘 배운다. 놀이는 기쁨과 만족을 주고 일상의 어려움에 초연해지게 돕는다. 미친 듯이 아이들의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지금의 문화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놀 권리가 있다.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 44)
열심히 놀고 난 후 아이들과 둥글게 앉아 서클로 오늘의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학교생활의 힘듦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위로해 준다. 놀이로 말랑말랑해진 공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 주고 이야기를 꺼내게한다. 그런데 이 활동을 할 때 하지 않은 말이 있다. “이 활동은 생기부에 적힐거야!” 라는 말. 경쟁으로 지친 아이들에게 생기부걱정없이 잠시나마 놀이를 통해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은 욕심에서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나중에 생기부에 잘 기록해준다.
힘든 입시로 10대를 차열하게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옆에 있는 친구들의 얼굴을 SNS로만 보게 하지 말고 바로 옆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며 놀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마련해주려 계속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은 놀아야 숨쉬고, 놀아야 사니까.
#노워리기자단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아이들의이름은오늘입니다 #놀아야산다
첫댓글 오, 도입부의 밝고 따뜻함을 잘 유지하면서 마무리 지으셨어요. 너무 좋네요!
"이 활동은 생기부에 적힐거야" 오... 정말 끔찍한 말이네요. 학교에서 보내는 모든 활동이 평가와 기록의 대상이 된다니... 너무 끔찍할 거 같아요. ㅜㅜ 선생님 글 덕분에 숨막힐 거 같은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서클 프로세스! 좋네요. 어른들도 적용해도 좋겠어요.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떠올라서 혼자서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
권신영선생님이 교사라는 소개가 글쓴이 소개에는 나올텐데, 글 중간에는 없어서 조금 의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앞의 글 먼저 읽고 왔는데, 딱! 궁금하고 더 있었으면 했던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
교사로서 현장에서의 고민과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시도…! 가 잘 그려진 글. 현직 선생님만 쓸 수 있는 글이라 더욱 귀해요. 그나저나 신영 선생님이 만나는 아이들은 복을 많이 받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