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사랑을 위한 노년의 라이딩
날씨 참 변덕입니다.
지난 4일 금요일은 바람 제법 불어도 자전거 타기 좋았습니다.
나이 들어 달라지는 건 아마도 건강에 도움 된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먹는 것이나 움직이는 것이나...
그래서
건강 비법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게지요.
그래서
내가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믿는 게지요.
가양 나들목에서 만난 게 10시 반.
귀 따갑게 들었던 아라뱃길을 보려는 것이었지요.
왜 꾼들이 그토록 반대했는지
정말 그 뱃길이 나라 망치는 공사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젊은이 못지 않은 몸 지닌 원청융은
반포에서부터 왔는데도 전혀 피곤한 기색 없고
요즘 들어 부쩍 라이딩에 취미 붙인 이승홍은
가양대교를 건너왔는데도 씩씩 거림이 전혀 없더군요.
사전 점검을 한 이정우가 코스를 설명하면 앞장 섰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가느라 조금은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올 때 패달 밟는 것이 어찌나 가볍던지....
선착장에서 인천 서해갑문까지 곧게 뻗어있는 길
아라뱃길 따라 달리는 건 제법 멋과 운치가 있었습니다.
나는 이보다 좋은 자전거 길을 9년 동안 만나지 못했습니다.
조용하고, 붐비지 않은, 그러면서도 상큼한 길.
정돈만 제대로 되고 편의 시설이 들어선다면
꽤나 멋진 곳 중의 하나가 될 듯 보였습니다.
원청융은 유유자적 흥얼거리는 것이
영락없는 뚝방길 달리는 산골학교 선생님입니다.
가다 쉬고
구경하다 달리고...
서해갑문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가 코앞입니다.
더 이상 갈곳 없는 바닷길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아직은 버려진 땅
그 곁에 목을 축이도록 기다리고 있는 노점상이
탐방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식가이기를 자처하는 이승홍은
이정우가 내놓은 꿀떡과 막걸리도 허기를 채우고
상것들인 나머지는 컵라면 먹는 행복을 누립니다.
산동성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자장면 냄새가 난다며
이정우가 연상 코를 벌름거립니다.
수평선
정박해 있는 화물선
샤갈의 러시아 하늘 같은 회색빛 황사
땅끝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
끄르륵 끄르륵 갈매기 소리 상상하며
비릿한 바닷바람을 한껏 들이마시는 오늘의 행복을 만끽합니다.
쉼터에서 만난 80살 할아버지가 그러더군요.
오랫동안 산에 오르는 재미로 살다가 얻은 건 무릎 고장인데
10여년 자전거 타기로 말끔히 해결했다고.
예찬론을 또 폅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마누라와 언제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일세.”
멋쩍은 웃음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는 ‘젊은 노인’이 사뭇 달리보였습니다.
47.86km를 달리는데 총 6시간 47분 걸렸습니다만
실제 움직인 시간은 3시간 32분
평균 시속 13km 였으니 그야말로 편안한 라이딩이었습니다.
역시 전공은 못속이는 것일까요? 아니면 티를 내는 것일까요?
뜻밖에 숫자를 알려준 건 꼼꼼한 성격의 이정우였습니다.
그가 보내온 지나온 행적을 보니
먼 곳을 다녀왔다는 것에 가슴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제 또 얼마나 달려야 초보 딱지 뗄 수 있을지....
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