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는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리라.”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낳은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를 기념하는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마음의 텃밭에 당신 말씀의 씨앗을 뿌려주시고 그 씨앗을 통해 풍성한 열매를 맺어 주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의 기적을 이야기합니다.
우선, 오늘 복음의 말씀은 지지난 주일이었던 연중 제 15 주일에 들었던 복음 말씀이기도 합니다. 마태오 복음의 이 비유 말씀은 하늘나라의 신비에 관한 비유로 구성된 마태오 복음 13장의 첫 번째 비유로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씨 뿌리는 이의 비유 말씀입니다. 자신의 밭에 씨앗을 뿌려 나무를 가꾸고, 그 나무에서 열매를 얻기 위해 땀을 흘리며 정성으로 보살피는 하느님 사랑의 보살핌, 그 보살핌으로 자라난 나무들이 자신이 받은 사랑, 곧 토양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각자의 결실을 서른 배, 예순 배, 백배로 열매를 맺게 되리라는 예수님의 이 비유의 말씀은 하느님의 우리 각자에 대한 사랑의 보살핌이 우리에게 어떻게 전해져 오는지를 비유적으로 잘 표현해 줍니다.
그런데 이 비유의 말씀을 들으면 언제나 우리에게는 같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땅일까? 돌밭일까, 가시덤불 속일까 아니면 좋은 땅일까?”
그러면서 이 물음은 만일 내가 지금 돌밭이나 가시덤불 속과 같은 상태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만 내가 좋은 땅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라는 굉장히 실질적인 질문으로 귀착됩니다. 돌밭과 가시덤불로 남아 있고 싶지 않은 우리의 원의가 어떻게 해야만 실제적인 결실을 얻을 수 있을까? 아니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변화를 어려워하고 어쩔 때에는 변화라는 것이 영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돌밭이 또 가시덤불이 좋은 땅으로 변화하는 그 변화가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만일 가능하다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하며 그것을 위해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해야만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 뿌려지는 내 마음의 밭이 좋은 땅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오늘 독서의 탈출기의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영도자 모세에 의해 파라오로부터 탈출하고 홍해 바다를 건너 하느님이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광야와 사막을 지나 40년이라는 길고 긴 여정 앞에서 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기 시작한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에게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에게 불평하는 그 말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그때, 이집트 땅에서 주님의 손에 죽었더라면! 그런데 당신들은 이 무리를 모조리 굶겨 죽이려고, 우리를 이 광야로 끌고 왔소?”(탈출 16,3)
기껏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자유의 몸으로 탈출시켜 주었더니 그들이 한다는 말이 정말 어이없기 이를 데 없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달라고 하는 격으로, 광야에서의 당장의 불편함으로 그간 있었던 모든 일을 잊은 사람들처럼 그들은 말합니다. 차라리 노예 생활하던 이집트로 다시 돌아가 노예가 되어도 좋으니 고기국이나 먹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눈앞의 시련 앞에 나약해질대로 나약해지는 인간의 비참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그들에게 하느님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양식 만나를 매일 아침 내려주시고 저녁이면 메추라기 떼가 날라 와 그들이 먹게 해 주십니다. 매일 매일 하늘에서 양식을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이 같은 사랑은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처럼 마음속으로 하느님을 시험하며, 욕심대로 먹을 것을 달라고 투정부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께서는 광야에 상을 차려주시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킵니다. 그 기적을 시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은 높은 구름에 명하시고, 하늘의 문을 열어 주시어, 만나를 비처럼 내려 그들에게 먹이시고, 하늘의 양식을 그들에게 주셨네.”(시편 78(77),23-24)
이 같이 하느님은 매순간 의심하고 눈앞의 당장의 시련 앞에서 하느님께 투정을 부리기 일쑤인 나약한 우리에게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켜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 기적은 마른하늘에서 먹을 양식이 떨어지고 메추리 떼들이 날라 와 양식을 주는 놀라운 기적입니다. 오늘 독서의 탈출기가 전하는 이 기적 이야기는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들으며 우리 마음 안에 생겨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바로 하느님에게 불가능이란 없으며, 하느님의 그 전지전능하심에 돌밭도 가시밭도 좋은 땅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복음의 비유 말씀 안에서 우리가 좋은 땅이 되기 위한 조건은 오직 한 가지, 곧 하느님 그 분을 믿고 그 분이 하시는 일에 불가능은 없다는 것은 굳게 믿으며 나의 모든 것을 그 분께 봉헌하는 자세, 바로 이 믿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바로 그 믿음으로 하느님은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라는 도구를 통해 당신의 놀라우신 뜻을 이루시는 권능의 하느님이시라는 것은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전합니다.
이 같은 의미에서 오늘 복음환호송은 오늘 독서와 복음의 이 메시지를 간략하게 아주 잘 정리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는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리라’
우리 마음이라는 밭에 뿌려진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이며, 그 씨를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 뿌려진 하느님의 작은 텃밭입니다. 그 텃밭을 일구시는 분은 우리의 주님이신 하느님이시며, 그 텃밭에서 열매를 이루시는 분도 바로 주님이신 그 분이십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 분이 나의 작고 거친 텃밭을 그 분의 뜻대로 가꾸어 나가시도록 그 분의 보살핌에 나의 모든 것을 맡기는 것뿐입니다. 그것으로 나의 작고 거친 텃밭에서 그 분의 사랑의 거름으로 이미 뿌려진 하느님의 말씀의 씨앗이 수백 배의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 사랑에 오늘 하루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맡기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는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