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스듬히 세워진 두 개의 선들>
5월 26일 수요일 오전 10시,
하늘은 푸르러 흰 구름 더 아름답고,
모처럼 먼데까지 시야가 탁 트이는 청명한 날씨에다, 바람까지 살랑거려 사람들 마음도 깨끗해집니다.
<송파여성문화회관> 회원분들과 함께 조각작품을 감상했습니다.
'문화'라는 두 글자를 달고 온 분들답게 필기도구 팜플렛 다 갖춘 모범 관람객들입니다. ^^^
200명이 넘는 인원이라서 조각해설 4팀, 전시장 관람 4팀으로 나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동선[動線]입니다.
앞팀과의 간격을 유지해야 조각 해설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팀은 해설의 첫 작품인 <형상의 전설>부터, 2팀은 왼쪽으로 벗어나 있는 <엄지손가락>부터,
내가 맡은 3팀은 마당의 가운데 서 있는 <올림픽-화합>부터,
4팀은 해설의 마지막 작품인 <비스듬히 세워진 두 개의 선들>에서 시작하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햇빛을 받아 <올림픽-화합>의 재료인 스텐레스 스틸의 두 기둥이 거울처럼 모든 풍경을 다 비쳐줍니다.
푸른 하늘, 흰 구름, 신록을 띤 나무들, 꽃들과 풀들, 조각작품들과 잔디밭이 어른거리고,
그 위로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화합과 통일을 염원하는 작가의 바램과는 정반대로 남북대결의 극한상황이 벌어지는 현실 앞에 작품 해설은
한 편의 희극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 앞 쪽에서 작품해설 연수를 받고 시연을 하고, 오늘 드디어 첫 해설에 나선 도슨트들과,
자녀들에게 작품 해설을 들려주기 위해 열심히 해설의 내용을 적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디서건 삶은 벌어집니다.
스페인의 작가 그라우 가이가는 스페인 사람들처럼 베틀로 천을 짜 옷을 만들어 입는 '대~한민국' 사람들을 보면서,
나라가 다르고 민족이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은 같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경계를 넘어서>라는 베틀 모양의 작품을
언덕 위에 세웠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4개의 막대를 비스듬히 세움으로써 "경계를 넘어서는" 인류애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완성시켰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2AF90C4BFE4A948B)
![](https://t1.daumcdn.net/cfile/cafe/142AF90C4BFE4A948C)
가벼워진 마음으로 작품 해설을 진행했습니다.
거친 면이 드러난 사각형 대리석 위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한 반지처럼 둥근 대리석 작품이 흰 색을 빛내며 서
있습니다. 형제들에게조차 미움을을 받고 따돌림을 당하던 <미운 오리새끼>가 온갖 고난을 참고 견딘 끝에 눈부신 하얀
백조로 거듭 태어나는 아름다운 동화는 페루 사람 베니토 로사스의 작품 <무제>에 새겨져 있습니다.
지금 막 골짜기로 떨어지는 <스핑크스> 는 위태롭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같이 보이지만,
"물의 뜨락"위에서 용솟음치고 있는 <서울을 위한 표지>는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을 층층마다 담은 <화살>이 되어
하늘을 향하여 서 있습니다.
<마망>의 작가 루이즈 부르조아,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 남편의 부정을 외면하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연민,
그런 부모를 보며 어린 가슴에 평생 가도 남을 상처를 간직하고 사춘기를 보낸 루이즈.
작품 <단편들>은 루이즈의 고통과 분노와 연민을 전선[電線]을 감는 바퀴 다섯 칸 빈 공간의 어둠을 통해 보여줍니다.
마지막 작품은 조지 리키의 <비스듬히 세워진 두 개의 선들>입니다.
바람 따라 흔들리며 두 개의 선이 하늘에 그려내는 무수한 도형들,
무녀의 살풀이 춤 같기도 하고 , 공옥진의 병신춤 같기도 하고, 민속춤 꼭두각시춤 같기도 하다가,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오면,
작가의 말대로 인간의 회상을 넘어선 자연과의 맑은 공존[共存]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뒤풀이는 첫 해설을 마친 도슨트들의 자평과 연수를 담담한 여숙기 박현성 두 선생님들의 조언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작이 반, 누구나 첫 걸음부터 시작하는 법입니다.
웃음과 아쉬움이 섞인 대화 속에서,
작품 앞에 오래 서 보고, 둘러보고, 생각하고, 찾아내면서 해설의 가닥을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