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집총간 > 문정공유고 > 文貞公遺稿卷之五 > 祭文 > 閔維重
聖居山祈雨祭文 忠淸監司時 현종9년. 1668년 (무신)
跨北迤南。有峙屹然。聖居肇號。神迹久傳。俯視衆嶽。雄鎭一方。澤物佑人。祛害降祥。欽玆有靈。禮崇秩望。苟失其應。人將安仰。往歲不幸。極無爲孼。民方阻飢。瑣尾塡壑。今又洊災。旱魃肆虐。晝而凄風。夜無零露。一雨未霑。三春已暮。川澤揚塵。田疇拆龜。麥秋斷望。播穀愆時。蘊隆未已。有若焚赭。哀我良農。號泣四野。目惟庸愚。猥叨藩寄。職事無稱。災沴備至。民之盡劉。國亦何托。耿耿隱憂。日夜煎迫。仰時明神。齋沐請命。鎭玆邦服。不見運動。民物乃育。聖化靈澤。億載並流。奈何于今。神不降休。亢陽爲災。膏澤久絶。田疇皆坼。川瀆殆竭。春耕旣愆。夏耘亦失。嘉生百物。罔不萎閼。陰雲乍集。旋卽解駁。小雨纔霑。立見霽廓。方數百里。如在焚灼。伊誰之咎。俾民罹毒。藩臬承流。余愧匪人。聰明端一。神德孔仁。胡不降殛。于余一身。忍令無辜。溝壑于塡。矧惟西土。連歲饑凶。殿屎餘氓。服勤田功。庶幾有年。以養以生。如何不幸。暵乾洊丁。民天旣斁。邦本將蹶。我是用急。明神于瀆。有浮斯諶。無幽不假。浩浩深淵。靈迹所托。肸蠁昭應。奚異古今。挹此淸波。霈以甘霖。甌窶汗那。旣優旣渥。豈止蘇枯。可期豐穡。民之受賜。神亦享報。毋靳盛惠。庶鑑虔禱。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4
성거산 기우제문(聖居山祈雨祭文)
북쪽으로 뻗고 남쪽으로 이어진 곳에 우뚝 서 있는 산이 하나 있습니다. 그 산은 성거산(聖居山)으로, 신령스러운 자취가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주변의 여러 산을 내려다보며 한 지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 산은 만물을 적셔주고 사람들을 도와주며, 재난을 막아주고 복을 내려줍니다. 신령스러운 힘을 지닌 이 산은 오래전부터 제사로 공경받아 왔고, 사람들이 이를 우러러왔습니다.
하지만 만약 신의 응답이 없다면 사람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 불행히도 무위(無爲)로 인한 재난이 있었고, 백성들은 기근에 시달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재난이 계속되어 가뭄과 가뭄의 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낮에는 찬 바람이 불고 밤에는 이슬조차 내리지 않습니다.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아서 이미 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강과 호수는 먼지로 덮였고, 논밭은 갈라져 있습니다. 보리 추수는 기대할 수 없으며, 곡식을 심을 시기도 놓쳤습니다.
대지가 아직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데, 이 불쌍한 농민들은 넓은 들판에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 뿐인데도, 조정에서 나에게 이 지역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재난이 끊이지 않아 백성들이 모두 죽어가고 있습니다. 나라가 어디에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깊은 걱정에 밤낮으로 마음이 조여옵니다.
지금 나는 신령스러운 산을 우러러보며 재를 올리고, 간절히 명을 구합니다. 이 땅을 진정시키고 백성들이 다시 살아나도록 해주십시오. 신의 힘이 발휘되지 않으면 백성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신의 성스러운 덕과 은혜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왜 신께서 복을 내려주지 않는 것입니까? 가뭄이 재앙을 일으켜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논밭은 모두 갈라지고, 강과 개천은 거의 말라버렸습니다. 봄 농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여름 김매기도 실패했습니다. 모든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습니다.
잠시 구름이 모였다가 금방 흩어져 버립니다. 조금 비가 내리더니 금방 다시 맑아졌습니다. 몇백 리나 되는 땅이 마치 불타는 것 같습니다. 누구의 잘못으로 백성들이 이런 고통을 겪는 것입니까? 나는 지역을 다스리는 관리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신의 지혜와 덕은 아주 크고 인자하십니다. 어찌 나 하나에게 벌을 내리지 않으시고, 무고한 백성들이 구렁텅이에 빠지도록 하십니까?
게다가 서쪽 지방은 여러 해 동안 기근에 시달려 왔습니다. 백성들은 겨우 목숨을 부지하며 힘겹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겨우 한 해를 버텨내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또다시 가뭄이 닥쳐서 백성들의 삶이 파탄에 이르게 합니까? 나라의 근본이 무너지게 생겼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급히 신에게 간청하는 바입니다. 신께서 이 땅에 거하시어, 깊은 심연에서 응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크나큰 신령의 힘으로 이 맑은 물을 퍼 올려 단비를 내려주십시오. 가난한 자들이 기뻐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말라버린 대지에 비가 내려 생명을 구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백성들이 신의 은혜를 입고, 신도 그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부디 큰 은혜를 아끼지 말고 이 간절한 기도를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기우제문은 가뭄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한 기도를 담고 있으며, 신에게 비를 내려달라는 간절한 청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