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델발트에서 바흐알프제, 뮈렌과 루체른을 거쳐 슈토스 능선에 오르기까지,
그림 속을 걷는 듯한 트레킹의 감동을 담아서.
[2부] 하늘이 내게 준 길 – 바흐알프제와 슈토스 능선에서
그 풍경 속을 걷고, 나를 다시 만나다
그린델발트 – 초록 계곡에서 시작된 하루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간 그린델발트는
유럽의 고전 엽서 속 마을처럼
평화롭고 정갈했습니다.
퍼스트(FIRST) 곤돌라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갈수록
나는 무언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마치 내가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고,
자연의 품에 안기는 느낌이었어요.
바흐알프제 트레킹 – 그림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트레일의 시작은 완만했지만,
그 아름다움은 숨 막힐 정도였습니다.
산비탈 위에는 들꽃들이 소곤소곤 피어 있고
멀리 융프라우가 어깨를 드러낸 채 미소 짓고 있었어요.
길은 호수 쪽으로 천천히 이어졌고,
드디어 도착한 바흐알프제.
그곳은,
지구가 만든 가장 조용하고 고요한 무대였습니다.
호수는 유리처럼 반짝였고,
그 위엔 알프스의 설산들이 고스란히 비쳐 있었습니다.
나는 그 물가에 앉아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을 바라보며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채찍질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나 자신도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잘 왔다’는 생각.
그걸로 충분했어요.
뮈렌 – 차가 없는 마을, 마음이 먼저 걸었다
그다음 날, 우리는 라우터브루넨에서 케이블카와 기차를 갈아타고
작고 조용한 산마을, 뮈렌에 도착했습니다.
이 마을에는 자동차도, 소음도 없었고
단지 바람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우리가 걷는 발자국 소리뿐이었습니다.
산책길을 걷다 잠시 멈췄을 때
마을 너머로 펼쳐진 눈 덮인 산맥들.
그 아래 들판을 천천히 걷는 나.
누가 이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줬다면
나는 “이건 너무 이상적이야”라고 말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그림 속에,
나는 지금 실제로 서 있었어요.
루체른 – 고요한 호수, 잠든 마음을 깨우다
루체른의 카펠교를 건너며
지나온 며칠을 천천히 떠올렸습니다.
사람은 풍경 앞에서 겸손해지고,
고요한 물 앞에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날, 슈토스로 가는 산악열차에 몸을 싣고
나는 또 한 번 알았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는 것.
슈토스 능선 트레킹 – 나는 드디어 나를 믿게 되었다
Fronalpstock 전망대에 섰을 때,
발아래로 펼쳐진 세상은 말 그대로 신이 만든 풍경이었습니다.
푸른 호수, 구불구불한 계곡,
그리고 그 위를 흐르는 얇은 구름 띠.
나는 그 풍경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능선 길은 살짝 위태로웠지만,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나는,
자연이 주는 감동에 몸을 맡기고 있었으니까요.
그 능선 위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3부에서는
슈탄저호른에서 인생을 회전처럼 돌아보는 순간,
베로나 오페라에서 터져버린 감정의 절정,
그리고 그 여행이 남긴 인생의 문장을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