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1인1기 국악배우기 운동을 제창한다
글/이인원(한국국악교육원 원장)
최근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어린이 유괴 살인사건이나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강력범죄들을 보면 범죄 당사자들의 심리상태가 매우 불안하고 비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죽일 놈들이라고 하며 중벌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심정이다. 그러나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그런 비뚤어진 마음들을 갖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그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사회적 환경들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사회에 대한 분노의 싹을 키웠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계기를 맞아 밖으로 분출되면서 사회에 큰 충격과 아픔을 안겨주는 악순환을 계속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들이 자라온 교육환경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알다시피 우리의 교육은 입시위주의 지식교육에 치우쳐 있다. 중고등학교는 좋은 대학을 가기위한 교육에 온통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까지 그런 경쟁 대열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의 심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학생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기보다는 밟고 올라서야할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은 사회와 현실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교육은 입시위주의 편가르기식 교육에서 인성을 중시하고 각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시키는데 중점을 둔 교육으로 바뀌어야한다. 특히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의 심성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야말로 인간 심성의 기본적인 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서로 협동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받은 아이들과 상대방을 단지 경쟁상대로만 인식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최선인 것으로 교육받은 아이들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예악(禮樂)을 중시해 왔다. 예악(禮樂)을 정치의 근본으로 생각하고 음악으로 나라를 다스리려 한 것이다. 이것은 음악이 인간의 심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간파한 데서 나온 지혜이다. 특히 세종대왕은 이를 위해 나라의 음악을 정비하고 널리 장려하였으며 스스로 수백 곡의 곡을 지어 연주하도록 하였다. 우리는 여기에서 음악을 통하여 백성을 어루만지고 백성들이 서로 화합하며 살기를 바라는 세종대왕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국악은 조상 대대로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온 음악이다. 그 음악 속에는 조상들의 인생관과 삷의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아픔과 고통을 인내하고 극복하며 이를 흥과 신명으로 승화해내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세계가 그 속에 담겨져 있다. 또 그 속에는 개인과 전체가 하나로 융합되어 조화를 이루는 화합의 세계가 담겨져 있다. 국악의 대표적인 장르라 할 수 있는 풍물이나 사물놀이를 보면 개인과 집단의 조화가 음악을 통하여 아름답게 표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각종 강력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이때 우리는 아이들의 심성교육을 위하여 모든 청소년들에게 국악을 한 가지씩 가르치도록 정부당국에게 권고하고 싶다. 국악을 배우는 아이들은 우선 성격이 활달해지고 다른 아이들과의 협동심도 크게 는다. 또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도 국악을 배움으로써 우울증이나 소외감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을 얻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온 국민이 국악을 한 가지씩 배우는 ‘전 국민 1인1기 국악배우기 운동’을 제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