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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릿쟁기 틈새로의 추억 - 11
오늘은 후배 장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다. 1년 후배 가운데 장식이라는 녀석이 있었다. 장식에 대해서 좀 설명하자면 키가 아주 크고 준수한 1년 후배였다. 권포와 김포의 고등학교 후배였지만 내가 많이 챙겼다. 늘 자전거 뒤에 장식을 태우고 다녔다. 난 장식을 자전거에 태우고 안동의 모든 오르막길을 정복했다. 정복자 선배란 정말 위대하며 후배는 정말 무섭다. 키작은 내가 자전거에 늘 키가 180이 넘어보이는 녀석을 후배라고 뒷자리에 태우고 다녔으니...난 그렇게 녀석을 키웠다. 오르막 올라갈 때 날 돕는다며 뒤에서 앉은 채 다리로 설렁설렁 밀어주면 참 힘이 되었다. ㅠㅠ 왜 갑자기 슬플까... 내 인생에서 장식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5cm는 더 컸을지 모른다. 한참 클 나이였는데......몇년 전 어린 장식의 두 아이와 인사를 나눴다. 장식은 날 이렇게 소개했다. "얘들아! 인사드려. 저 아저씨가 아빠를 늘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다녔어." 어린 녀석들이 총기도 좋다. 눈을 반짝이며 이상하다는 듯 날 쳐다봤다. 유치원에서 뭘 그리 좋은 것을 먹여서 저리도 총기가 좋을까? 장식의 아버지는 철도공무원이었다. 장식은 철도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장식과 몇몇이 안동시 용상동 모처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전화한통이 왔다. 싸이코 508이였다. 싸이코 508은 우리와 아무상관 없는 장식의 선배임을 밝힌다.
"장식, 어디로?",
"형~, 우리 용상 ㅇㅇ에 있어요. 빨리와요.",
"나 돈 없는데 어야지?".
"형~ 알아서 와요. 우리 여기 계속 있을 꺼에요. 오늘 우리집 비었어요. 아버지 야근이고 어머니 외가 갔어요."
"알았어. 니가 오늘 나 재워줘."
그리고 2시간 후 싸이코 508이 용상 ㅇㅇ에 나타났다. 녀석은 진짜 싸이코다. 장식은 싸이코 508을 보고
"형~ 왜 이래 늦었어요?"
"자전거를 잘 못 골랐어."
라고 말하며 싸이코 508는 술집 문밖을 가리켰다. 거기엔 세발자전거가 있었고 뒷자석에는 소화기가 실려있었다.
"형~, 저 세발자전거는 뭐래요?"
"오다가 너무 힘들어서 쓰레기 버리는데 있길래 타고 왔어."
"그럼 소화기는요?"
"이야기 하자면 긴데......"
싸이코 508의 이야기는 이렇다. 안동시내를 가로질러 용상을 향해 걸어가던 도중 안동역 화장실에서 잠시 볼일을 보고 안동역에 잠입했다고한다. 놈은 안동역 한쪽에 세워져있는 객차를 발견했다. 텅빈 객차 안에 들어간 싸이코 508은 비치되어 있는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아 객차 안을 하얗게 분사해버렸다. 장식이 왜 그렇게 했냐고 물으니 한번도 소화기를 써본 적이 없어서 한번 작동시켜보고 싶었다고 했단다. 그리고 작동하지 않은 소화기를 비치해놓지 않았을까 실험해보고 싶기도 했단다. 객차를 하얗게 만든 싸이코 508은 남은 소화기 하나를 챙겨서 안동역을 빠져나와 용상으로 걸어오는 도중 쓰레기 더미 속의 세발자전거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타고 ㅇㅇ까지 열심히 달려왔다고 한다.
"형~ 여기까지 오는 것 본 사람 없어요?"
"어! 사람들이 다 내 쳐다보던데."
싸이코 508은 이런 작자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 ㅇㅇ에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장식의 집으로 가기위해 일어났다. 세이코 508은 ㅇㅇ앞에 세발자전거를 버리고 소화기만 챙겼다. 장식의 집은 용상 ㅇㅇ 아파트 1층이었다. 싸이코 508은 1층 화단에 소화기를 버리고 장식의 집에 들어가 하룻밤을 잤다.
다음날 아침 장식의 집이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아침 늦게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장식의 아버지는 장식을 부르셨다.
"장식아~, 식아. 나와봐라."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장식은 눈을 비비고 거실로 나갔다. 아버지가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어제 누구 이상한 사람 왔었나?
"음...아뇨...왜요? 아무도 안왔어요."
"이게 왜 여기 있노?"
장식의 아버지는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
"예?"
"여기 내 이름 보이지?"
장식이 아버지가까이 가서 소화기를 보니 소화기 관리라고 적힌 칸이 <정>과 <부>로 나뉘고 그 <정>자 아래에 장식의 아버지 이름이 적혀있었다. 싸이코 508은 장식 아버지가 관리하는 객차를 엉망으로 만들고 소화기를 훔쳐 그집 아들 방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장식의 아버지는 한 동안 자신을 테러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행동과 말을 조심하셨다. 장식의 아버지는 지금까지 그 사건의 범인이 자기 아들의 선배놈 싸이코 508임을 모르고 있다.
장식과도 참 많은 추억이 있다.
첫댓글 뛰어난? 분이시다.
그분 지금 무엇을 하실까?
억수로 궁금하네.😚😚😚
장식의 아버지는 그일로 좌천되었다가 퇴직하셨고 싸이코 508은 몇해전 안동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장식은 안동 모처에 서식하며 곳곳에서 주니어들을 데리고 출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