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내가 무척 아끼는 어린이 과학백과가 있는데, 12권중에서 제 8권이 민물고기 편이예요. 거기에 가시고기라는 조그만 물고기가 나오죠.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에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자식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알아서 알들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고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해요.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로
가버리죠.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 버려요. 아빠 가시고기는 왜 죽어 버리는 걸까요?
그 이유를 책에는 설명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뻔 한 거 아니겠어요. 사명을 다했으니 가는 거겠죠. 가시고기는 언제나 아빠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그래서 가시고기가 있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슬픔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요. 아, 가시고기 우리 아빠.
- 가시고기
조창인 장편소설 밝은 세상 -
위의 글은 가시고기에 나오는 주인공의 아들 다움이의 독백입니다. 이 책은 오래전에 나와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책이죠. 그 동안 읽다가 접어 놓은채 이 책 저 책 읽으며 바쁘게 보내다 이번 주간에 마저 읽고 감동에 겨워
소리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아들을 살려보려고 집을 팔고, 셋집도 내놓고, 치료비를 마련 못하다가 끝내
간암으로 쓰러지며 자신의 각막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한 아빠, 그리고는 건강을 회복한 아들을 이혼해서 프랑스로 간 엄마에게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너무도 가슴 아파 몇 번이나 흐느껴 울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불치병에 걸린 아이를 둔 선배의 모습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내 희망이 뭔지 아나? 아이를 위해 그 무엇이라도 대신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거야. 하지만 말이다. 아무 것도 대신할 수
없어. 그게 참 견디기 힘들다. 불치의 병으로 죽어 가는 아들을 대신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사명을 마치고 죽어 가는 가시고기의 사랑 -
작가가 표현하는 그 작은 물고기의 모습 속에서 아빠로써 나의 모습은 어떤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책은 우리의 마음을 살찌우는 양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