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질환, 약 없이 쉽게 낫는다”
전홍준
의학박사, 하나통합의원 원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대체의학과 초빙교수
1. 난치병을 쉽게 고친 사람들
나는 광주에서 조그마한 클리닉을 개원하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지방도시인데도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고, 가끔은 외국에서도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서 한편으로는 미안하면서도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대게 고혈압, 당뇨, 통증, 자가면역질환, 암 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환자들로서 좀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에는 고혈압이나 당뇨, 류마티스처럼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지겨워 약을 끊고 싶다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거의 대부분 약을 끊고도 병증이 좋아졌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이런 결과는 나의 의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환자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해서 실천했기 때문이다.
모든 만성질환은 그 근본 원인이 과식이나 과로, 스트레스 등에 의한 피의 오염인데, 이런 혼탁한 피를 맑게 해독하면 병은 곧 좋아진다.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따르는 삶과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병은 재발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처럼 쉽고도 단순하다.
내가 환자들에게 가르치는 치료법은 야생동물들의 섭생법에서 배운 지혜이다. 야생동물들에게는 만성난치병이 거의 없다.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 같은 대사장애가 없으며 중풍에 걸려 절룩거리고 다니거나 암 때문에 고통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이들은 결코 자연의 질서에 어긋난 섭생을 하지 않는다. 과식하는 일이 없고, 자연 그대로의 생식을 하며, 상처를 입거나 병증을 느낄 때는 본능적으로 휴식을 취하며 굶어버린다. 그러면 피가 깨끗해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져 자연치유력이 드러난다. 야생동물들은 낮에는 마음껏 뛰어놀지만 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무엇보다도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말고는 마음의 고통이 없다.
병 없는 야생동물들과 비교해볼 때 사람들은 화학물질로 오염된 음식물을 과식하며, 낮에 운동은 하지 않고 심신이 과로하며 밤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늘 지나친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무리한 생활이 피를 오염시키고 만병을 일으킨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국내외의 많은 환자들에게 피를 해독시켜 병의 원인을 고치는 다양하 자연치료법을 적용해보았다. 그 결과, 가장 짧은 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3단계 요법」이라는 쉽고도 단순한 방법을 발견하였다.
목표는 혼탁한 피를 맑게 해 주고, 그 맑은 피가 전신에 잘 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거의 모든 병이 다 좋아진다. 왜 좋아지는가?
병의 원이인 혈액의 오염이 사라지니까 본래 갖추어져 있는 생명력이 드러나는 것이다.
나는 우선 혈액검사, 모발조직중금속검사, 자율신경의 균형을 확인하는 검사 들을 통해서 혈액의 오염에 대한 정보와 혈액순환의 상태를 체크한다.
여기서 얻은 정보를 근거로 하여,
① 제 1단계: (10~15일간)
아침식사는 당근사과쥬스나 녹즙 한 잔, 생강차 한 잔정도, 점심과 저녁식사는 생곡식가루, 생야채, 해조류, 견과류, 과일을 주식으로 하는 생채식을 한다. 야생동물처럼 불로 익히지 않은 생식을 하는 것이다. 이 1단계 10일 동안에는 혈압약이나 당뇨약 등 그동안 복용해온 약이 있다면 평소처럼 계속 복용한다.
낮에는 햇볕을 받으며 걷기, 밤에는 더운물 목욕 후 충분히 휴식하기, 그리고 긴장이완과 스트레스조절을 위한 운동법이나 자연요법을 병행한다.
② 제 2단계: (7~10일간)
앞의 1단계를 마칠 즈음이면 혈압이나 혈당이 거의 다 정상수준이 된다.
이때부터는 모든 약을 끊어도 된다. 2단계에서는 7일 내지 10일간 씹어 먹는 일체의 음식을 잠시 그만두고 당근사과쥬스나 녹즙 같은 과일야채쥬스, 야채효소액, 생강차, 더운물만을 섭취하는 일종의 절식프로그램을 실행한다. 평소대로의 일상생활을 계속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낮에 걷기와 같은 운동도 계속한다. 7~10일간의 절식을 마친 후 약 3일간은 미음을, 그 후 3일간은 죽을 먹는 회복식 과정을 거친후 밥을 먹는데, 약 1개월 정도 채식 위주의 소식을 취한다.
이 2단계가 끝날 무렵이면 혈압이나 혈당은 예외 없이 다 정상수준을 회복하며 통증이나 피부질환 등 거의 모든 병증은 사라진다.
③ 제 3단계:
혈액 내에 중금속오염이나 필수영양소의 불균형이 있다면 이 3단계에서 교정한다. 당뇨나 류마티스, 아토피 환자들에게는 생식을 좀 더 하도록 권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이때부터 평생 동안 아침식사는 과일야채쥬스 한잔정도, 점심과 저녁은 곡채식 위주의 소식을 권한다.
어떤 경우 동물성 음식을 과식하였다면 그 다음날은 과일만 먹는 과일절식법을 실천할 때 피가 곧 맑아진다. 물론 낮에 걷고 밤에 충분히 쉬는 생활습관을 계속한다. 만일 그 후에 무리한 생활을 하게 되어 어떤 병증이 재발한다면 위와 같은 3단계요법을 다시 하면 된다.
이 방법은 당뇨나 고혈압, 통증이나 비만을 약 없이 근치시키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3대 사망원인인 암, 뇌졸중, 심장병을 예방해주는 뛰어난 효과도 있다. 지금 같은 노령화시대에 흔히 보는 치매, 우울증, 불면증 등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도 큰 효능이 있다.
2009년 11월 KBS “생로병사의 비밀” 프로그램에서 나의 클리닉을 소개한 일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고혈압, 당뇨, 심장병, 뇌경색 등 만성퇴행성환자들이 약을 한 줌씩 먹다가, 위의 3단계요법을 통해서 약을 다 끊고도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 TV 프로그램을 본 50대의 재미교포여성이 그해 겨울 나의 클리닉을 찾아왔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편두통, 알레르기피부질환 등 여러병원에서 많은 치료를 받아왔는데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다.
앞의 1단계 10일간, 2단계 10일간을 실천하였는데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모든 약을 끊고도 고혈압, 당뇨, 두통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체중감량도 많았고, 특히 피부와 눈빛이 너무 곱고 깨끗해져서 나도 놀랄 정도였다.
본인의 병적인 문제가 사라지자 미국인 남편(비만, 우울증)을 데려오고, 친정가족들, 동창생들, 그 외의 많은 사람들에게 위 3단계요법을 소개하는 등 우리병원의 홍보대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기까지 하였다.
2009년 초 50대의 여성 환자가 찾아왔다.
이 환자는 고혈압, 두통, 어지럼증, 견비통, 요통, 손발 저림, 가슴압박감, 소화 장애, 변비, 안구통, 불면증, 불안장애 등 수많은 증세를 호소하고 있었는데, 2년간 미국에 교환교수로 다녀온 후부터 이런 증세가 발병하였다는 것이다. 미국생활이 가져다준 스트레스와 서양음식을 과식한 것이 교감신경을 긴장시키고 혈액을 오염시켜 혈액순환장애를 가져왔고, 그것이 여러 가지 병증의 원인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환자는 그동안 대학병원에서 많은 검사와 약물치료를 받았고 한방병원에서 침구치료, 한약, 건강식품 등으로 치료하였으나 증세가 개선되지 않자 나의 클리닉을 찾아왔다. 종전에도 이런 환자들을 만날 때에는 거의 예외없이 생채식과 절식등 해독법을 권했는데 이 환자의 경우에도 앞서의 제1단계 10일간의 생채식요법, 이어서 제 2단계 10일간의 절식요법을 실행하였다.
그 후 이 환자의 모든 증세가 사라져버렸다.
이 두 명의 환자의 고질적인 병증이 왜 그처럼 쉽게 사라져버렸을까?
그것은 피가 맑아져, 맑은 피 속의 충분한 산소와 좋은 영양소가 모든 세포에 잘 전달되어 신진대사가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환자 말고도 당뇨, 만성통증, 류마티스, 만성간염, 아토피, 피부질환, 신증후군, 알레르기비염, 비만, 협심증, 뇌경색, 자가면역질환, 각종 암, 기타 만성질환등의 병증이 개선된 사례들은 여기서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지만, 병명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모든 병의 원인인 피의 오염이 해독되어 맑은 피가 충분한 산소와 균형 잡힌 영양소와 수분을 모든 세포에 잘 전달하여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면 모든 병증은 다 사라진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2. 모든 병의 원인은 하나, 피의 오염
만병일독(萬病一毒)이라는 말이 있다. 만 가지 병이 하나의 독, 곧 피의 오염으로부터 생긴다는 뜻이다. 지나친 스트레스, 과로, 과식 등 무리한 생활을 하면 교감신경이 긴장되고 스트레스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혈관이 수축하게 된다. 또 이런 생활습관은 피 속에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적혈구, 혈소판 등을 많이 생성시켜 과잉영양분, 중간대사산물과 함께 피를 혼탁하게 만든다. 이런 혼탁한 피가 혈관 속을 흘러가려면 콜레스테롤이나 지방성분처럼 점액도가 높은 찌꺼기들이 혈관 벽 쪽으로 밀려나야만 하는데 이런 노폐물들이 혈관 내 벽에 달라붙게 되는 것이 고지혈증이고, 이것이 심해져서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딱딱해지면 동맥경화증이 된다.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이란 오염된 혼탁한 피가 좁은 혈관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 노폐물을 혈관 벽에 달라붙게 하고 비교적 맑은 피를 혈관 중앙통로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체 스스로가 자구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탄력성이 떨어지고 좁아진 혈관을 통해서 탁한 피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골고루 보내려면 심장과 혈관이 불가피하게 압력을 높일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고혈압이다. 그러므로 혈압이 올라간 것이 잘못된 게 아니고 혈관통로가 협착 되고 피가 탁하게 된 것이 잘못이다. 심장과 혈관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온 몸 구석구석까지 피를 잘 돌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혈압을 높이지 않으면 전신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 피와 혈관내벽의 오염된 상태를 그대로 둔 채 혈압만 낮추는 약을 쓰게 되면 전신에 피를 잘 돌리고 있는 자기치료과정을 방해하는 꼴이 되고만다.
혼탁한 피 속의 과잉영양분이냐 중간대사산물이 분해되고 대사되지 못한 채 축적되면 대사를 맡고 있는 기관들, 특히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같은 기관이 과로로 지쳐 대사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당분과 같은 과잉영양분을 밖으로 배설시켜야만 하는데 이것이 당뇨이다. 생체가 자신의 능력 한계 안에서 대사 작용을 수행하고자하는 현명한 지구책, 자기치료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끈적끈적한 피의 찌꺼기가 관상동맥의 통로에 쌓이게 되면 협심증, 심근경색증이고,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다. 피 속의 기름기가 간에 침착되면 지방간이고, 요산이 혈관에 쌓이면 통풍, 전립선의 혈액순환장애로 부종이 오면 전립선비대증이다.
오염된 피가 관절마디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면 관절류마티즘이나 다발성관절염의 원인이 된다. 대부분의 두통, 어깨 결림, 요통 등 만성통증은 근 골격계의 구조이상이 원인이 아니라 오염된 피가 흐르지 못한 상태, 곧 혈액순환장애가 원인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통즉불통(通則不通)이요, 불통즉통(不通則通)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통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밝힌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을 나는 통증환자를 치료하면서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 곧 피가 잘 통하면 통증이 없고 피가 막히면 통증이 생긴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만성통증의 원인은 혈액순환이 나빠 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좁아진 혈관 속으로 점도가 높은 피를 한사코 통과시키기 위해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혈관확장호르몬을 분비시키며 생체 스스로가 안간힘을 쓰게 되는데 이것이 통증으로 지각된다.
이런 통증환자들에게 생채식이나 절식을 시키면 칼로리 공급이 차단되니까 우리 몸은 피 속의 노폐물을 연소시켜 필요한 칼로리로 이용하게 된다. 혈관 벽에 붙어있는 지방성분 등 노폐물이 청소되고 피가 맑아져 세포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잘 되니까 통증이 곧 좋아진다. 통즉불통(通則不痛)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혈류장애로 인한 두뇌의 산소부족과 관련이 있고 이명(耳鳴)은 좁은 혈관을 통해 혈구가 어렵사리 통과할 때 청신경이 감지하는 마찰음이라고 추정된다. 이런 어지럼증과 이명환자에게 약 10일정도 절식을 시키면 대부분 극적으로 좋아진다. 피가 맑아져 뇌에 산소공급이 잘되기 때문이다.
수족냉증과 손발 저림은 대부분 신경손상과 관련이 없으며 혈액순환장애가 원인이다. 우리 몸의 어느 부분이라도 냉증이 있는 곳은 거의 틀림없이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이고, 손발 저림이란 좁은 혈관의 틈새로 탁한 피를 보내려고 안간힘을 쓸 때 느껴지는 증세이다. 이런 증세들도 생채식과 절식 후에 거의 다 극적으로 개선된다.
아토피, 알레르기피부반응, 습진, 건선, 진균증 등 만성난치성 피부질환들의 근본원인은 대부분 피의 오염과 관련이 있다. 조물주가 피 속의 독을 땀구멍을 통해 밖으로 쓸어내고 있는 자기정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하면 이런 환자들에게 약 10일간의 절식 후 몇개월간의 생채식을 시켜보면 거의 대부분 깨끗하게 좋아진다.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중이염은 단순히 코와 귀에 생긴 병이 아니라 피의 오염이 근본원인이다. 그래서 코와 귀만 치료해서는 잘 낫지 않는다. 이런 증세는 사실 병이 아니라, 피 속의 독이 코와 귀를 통해 배설되고 있는 자기치료과정인 것이다. 절식과 생채식을 실행하면 대부부 좋아지는데 이는 피가 정화되어 더 이상 코나 귀를 통해 독을 배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나 치핵은 겉보기로는 다리나 항문주변의 정맥혈관이 확장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다니나 항문주변의 정맥순환장애만 있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은 전신의 혈액순환장애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들은 국소적인 수술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되고, 따라서 피가 맑아질 때까지 계속 재발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절식과 생채식을 시키고 사지모세혈관의 미세진동운동을 실행하면 십중팔구 수술할 필요가 없이 좋아진다.
생리통과 자궁근종 또한 혈액순환장애가 근본원인이다. 생리 때 자궁이 피를 소모하게 되므로 따라서 자궁은 피의 공급을 받아야 하는데, 혈액순환이 나쁠 경우에는 혈관을 확장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이런 자구책이 생리통으로 느껴진다.
자궁근종은 만성적으로 자궁의 혈류가 나빠서 생긴 대사 장애의 결과이다. 자궁근종환자들에게 장기간 생채식과 온열요법으로 혈류를 개선시키면 자연스럽게 근종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탈모는 두피에만 국한된 병증이 아니라 전신의 혈액순환장애와 관련이 있다. 두피의 말초혈관들이 막혀있어 혈액순환이 안 되면 머리털의 모근(毛根)이 두피에 뿌리를 박고 살 수 없게 된다. 마치 척박한 땅에는 풀이 나지 않는 것처럼 두피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안되니까 머리털이 돋아날수도, 자랄 수도 없게 된다. 탈모환자에게 절식과 생채식,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해소법을 실천하면 극적인 효과가 있다. 두피의 혈류가 개선되어 모근이 뿌리를 내려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마치 땅이 비옥해지면 풀이나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암의 원인에 대한 학설은 다양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정설은 없다.
암세포의 특징은 비정상적인 미숙한 세포가 무차별적으로 분열하는 신생물이다. 좋은 환경에서 모든 세포는 생로병사(生老炳死)의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만, 저체온, 저산소, 고혈당의 환경에 처하게 될 때는 어떤 세포들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칠 수 없으므로 불가피하게 미숙한 채로 분열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암세포가 생기는 배경이다. 암이라는 비상수단의 생존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 저체온, 저산소, 고혈당의 원인은 혈액의 오염이다.
위에서 살펴본 병증 이외의 다른 모든 질병들도 그 원인을 잘 살펴보면 오직 하나의 원인, 곧 혈액의 오염과 피의 독으로 귀결될 것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통증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병증들은 그 실체를 바로 보면 억압해야할 나쁜 병이 아니다. 혼탁한 혈액의 악조건 속에서도 혈액순환을 잘해보려는 자구책이며 생체의 자기치료과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피의 오염이라는 근본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병증은 끝끝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3. 증세의 치료만으로는 병이 낫지 않는다.
현대서양의학이 오해하고 있는 것중의 하나가 증세를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설사나 열이나 통증 같은 증세들을 병이라고 생각하니까 이 증세를 없애는 것을 치료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설사에는 지사제를, 열이 나면 해열제를, 통증에는 진통제를 tM는 것과 같은 처치를 당연한 치료법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지만 증세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무엇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부패한 음식을 먹게 되면 복통이나 구역질, 설사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설사란 부패한 음식이 위장관으로 들어오면 세균이나 독성으로 우리몸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그런 부패한 음식물을 몸 밖으로 빨리 배출시켜 우리 몸을 보호하려고 조물주가 만들어놓은 치료법인 것이다.
대부분의 증세란 스스로를 치료하고 있는 과정이니까 그것을 바로알고 그 증세를 존중하고 따라가면 대게는 저절로 좋아지게 되어있다. 어떤 약이나 음식물도 취하지 말고 더운물에 염분이나 설탕을 조금 섞어서 마시는 정도를 하고 있으면 부패한 음식이 설사를 통해 다 배출될 때 쯤이면 저절로 증세가 좋아지게 된다.
그런데 설사라고 하는 자기치료과정을 병으로 잘못 생각하여 곧바로 지사제를 쓰게 되면 어떻게 될까? 부패한 음식이 배출되지 못하고 장내에 남아있기 때문에 고통이 장기화되거나 병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꼴이 되고 만다.
감기에 걸리면 흔히 열이 나고 입맛이 떨어진다.
열은 백혈구가 몸에 침입한 감기 균을 잡아먹기 좋도록 조물주가 만들어놓은 치료법 중의 하나이다. 열이란 세균을 비실비실하게 만들어 힘을 쓰지 못하도록 공격하는 일종의 불(火)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같으면 화력으로 적을 집중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균을 섬멸하기 위해 백혈구들이 집중적으로 불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때 해열제를 써서 열을 꺼버리면 죽기 직전의 세균을 살려주는 꼴이 되고 만다.
마치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어서 불을 꺼버리는 것이나 같다고 할 수 있다. 해열제를 쓸 때 일시적으로 열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거의 틀림없이 다시 열이 오르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그 세균이 섬멸될 때까지 불 작전을 계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증세란 스스로를 치료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바로알고 증세를 없애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증세가 더 잘 드러나도록 도와주는 요법을 하면 대게는 신속하게 낫는다. 입맛이 없다면 밤 대신에 과일야채쥬스나 더운물만을 먹게 하고, 열이 날 때는 오히려 열을 더 올리기 위해 각탕법 등으로 땀을 흘리게 하는 식으로 하면 하루나 이틀 사이에 대부분의 증세가 다 사라지고 활기를 되찾게 된다. 왜? 생체의 자기치료과정을 앞당겨 끝내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에게 처음부터 해열제와 항생제 따위로 증세를 억압하는 반 생리적인 치료를 함으로써 병을 오래가게 하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현대의학의 많은 의사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고혈압이라는 증세를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혈압이란 병이 아니고 생체의 자기치료법이다. 피가 맑고 깨끗하여 탄력성이 있으면 혈압을 높일 필요가 없을 텐데 피가 탁해지고 혈관통로가 좁아지면 어쩔 수 없이 심장과 혈관은 피를 전신에 흐르도록 하기 위해 혈압을 높이는 자기치료법을 써야만 한다.
서양의학 교과서에 본태성고혈압의 원인은 잘 모른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고혈압을 병이라고 생각하고 원인을 찾으니까 원인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만성통증이라는 증세도 병이 아니고 자기치료과정이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신체부위에서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스스로 혈관을 확장시키는 호르몬을 분비해가며 안간힘을 쓰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통증으로 느껴지게 된다. 따라서 통증이란 피를 한사코 통과시켜 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자기치료법이다. 오늘날 많은 통증환자들에게 약물, 수술, 물리치료와 같은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잘 안 되는 이유는 혈액순환장애라는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혈압이나 통증환자들에게 약 2주간의 생채식 및 절식프로그램 같은 자연치료법을 쓰면 거의 예외 없이 혈압이 정상화되고 통증이 극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과정에서 칼로리 공급이 중단되니까 혼탁한 피 속의 과잉영양분이나 노폐물이 모두 연소되어 칼로리로 재활용되므로 혈관 내 벽과 피가 깨끗해져 혈액순환이 자연스럽게 된다. 아무런 무리 없이 피 순환이 잘 되니까 혈압을 높일 필요도, 혈관을 확장시키려고 애쓸 필요도 없게 된다. 따라서 고혈압과 통증이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고혈압과 통증만이 아니라 당뇨, 비만, 알레르기, 비염, 기타 거의 모든 증세들도 이와 같은 단순한 방법으로 쉽게 치유될 수 있다.
이처럼 증세란 인체가 세균이나 노폐물, 물리적 침해와 같은 악조건에 놓일 때 생체 스스로가 자신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취하는 자기치유과정이므로 이런 증세들을 무조건 없애려고 하는 것은 이러한 자기치유과정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증세를 항상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가령 몸에 열이 가벼울 때는 이열치열의 방법이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극심한 고열이 계속될 때는 발작 등을 일으켜 뇌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럴 때는 일시적으로 해열을 시키는 요법을 써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에 대해서도 “통증자체가 자기치유과정이다”, “아프면 낫는다” 이 말도 맞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심각한 토증을 방치할 때는 쇼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진통이 꼭 필요하다.
고혈압의 경우도 혈압이 높다는 것은 저닛ㄴ에 혈액순환을 잘 시키기 위해 스스로 취하는 자구책이므로, 피의 오염이라는 원인은 그대로 둔 채 혈압만 낮추는 약을 쓴다면 말초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꼴이 되지만 그렇다고 고혈압을 무조건 방치하는 것이 꼭 옳은 일만은 아니다.
심장이나 혈관이 지금 압력을 높이지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그대로 방치하면 심장이나 혈관 벽을 손상시킬 수 있게 되고, 높은 압력을 못 이겨 뇌혈관의 파열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이럴 때 피를 맑게 하는 원인치료를 당장 하지 못할 경우라면 혈압을 낮추는 대증요법을 일시적으로 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므로 증세를 없애고 억압하는 방법이 반생리적이라고 해서 그러한 증세를 무조건 방치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유념해야할 점은 증세를 관리하는데 있어서 경우를 잘 살펴 유연하고 탄력성 있게 대응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증세자체가 곧 병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증세란 우리 몸에게 생체가 “원인을 근복적으로 해결해주세요” 라고 호소하고 있는 신호인 것이다. 그러므로 피를 맑고 깨끗하게 해주는 것과 같이 근본원인을 해결해주면 우리 몸의 증세는 곧 사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병의 원인이 해결되니까 우리 몸은 “증세”라는 이름의 비상치유대책을 더 이상 쓸 필요가 없게 되니까.
4. 평생 약을 먹겠는가? 질병을 완치하겠는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태우 교수의 저서 「질병완치」의 표지에는 “평생 약을 먹겠는가? 질병을 완치하겠는가?”라는 부제목이 쓰여 있다. 일평생 약을 먹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환자들, 그리고 평생 동안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는 의사들은 이 물음을 놓고 한번쯤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유교수는 그동안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몇 십 년 동안 많은 환자들에게 약을 쓰는 치료를 해왔는데 병이 낫지 않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왜 낫지 않는가 살펴보았더니 약물치료가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결과(증상)를 치료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교수는 “건강진단을 믿지 말라, 병원을 믿지 말라, 병의 원인을 치료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황성수박사의 저서 “고혈압, 약을 버리고 밥을 바꿔라”는 요즘 언론을 통해서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의사들은 고혈압 환자들에게 평생 동안 약을 끊으면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반해서 황박사를 약을 버리고 현미채식을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나는 이 의사들만큼은 용기가 없어서 “건강진단과 병원을 믿지 말라. 약을 버리라”고까지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의사들의 가르침을 접할 때마다 마음속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나를 찾아온 환자들에게 생채식과 절식, 낮에 걷고 밤에 쉬게 하는 단순한 자연요법만으로 먹던 약을 모두 끊고도 건강해진 사람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보아왔다. 지금도 나를 찾는 많은 환자들은 혈압약이나 당뇨약, 항암제, 관절염약 등을 끊고 싶다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바로 약을 끊게 하지 않고 약 2주간이나 4주 동안 지금 먹고 있는 약을 계속하면서 생채직, 곧 생곡식가루, 생채소, 해초류, 과일, 견과류만을 먹는 섭생법과 자연요법을 실천할 때 병증이 많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피가 맑아져서 혈액순환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 후 점진적으로 약을 끊고 약 1주간이나 10일정도 절식, 곧 야채효소나 과일쥬스, 더운물, 약간의 염붐만을 취하게 하면 거의 예외 없이 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간기능 등이 정상상태로 회복된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더 이상 약이 필요 없게 된다.
그 후 아침식사는 당근사과쥬스와 생강차 한잔 정도, 점심과 저녁식사는 현미밥과 생채소를 주식으로 하고 낮에는 적당한 운동, 밤에는 충분한 휴식, 반신욕과 같은 생활습관을 계속하면 된다. 그 후 혈압이나 혈당이 다시 오르게 될 때는 이 방법을 다시 쓰면 된다. 이것은 이처럼 쉽고도 단순하다.
몸은 무겁게 오염되어 있으면서 약만 한 줌씩 먹고 있는 환자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환자들을 볼 때는 정말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냇물이 맑아서 잘 흘러가면 어떤 벌레나 세균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물이 흐르지 못해 웅덩이에 고여 부패하면 부패한 물이 원인이 되어 그 결과로서 파리나 모기와 같은 여러 가지 벌레나 세균 등이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살충제나 항생제와 같은 약물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물이 부패해있는 동안에는 이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문제를 근원에서 해결하는 전략은 벌레나 세균이 서식할 수 없도록 물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하여 흐르게 하는 것이다. 오염된 물은 그대로 둔 채 파리에는 파리약을, 모기에는 모기약을 뿌리는 방법은 피의 오염은 그대로 둔 채 고혈압에는 혈압약을, 당뇨에는 당뇨약을 쓰는 서양의학의 대증요법과 같다. 병의 원인은 그대로 두고 병의 결과만 지우려고 하니까 평생 동안 약을 써도 낫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많은 의사들은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병, 류마티스 같은 만성질환자들에게 평생 약을 쓰는 대증요법에 매달리고 있을까? 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늘날 현대의학의 의사들이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질병의 결과만 지우려고 덤비는 이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B.C 300년에서 A.D 500년까지 약 1,000년간은 히포크라테스 의학, A.D 500년에서 르네상스 시기까지 약 1,000년간은 갈레누스 의학으로, 이러한 초기 2,000년 동안의 의학은 자연과의 조화와 융합, 체질론에 기초한 전체 성의학으로서 동양의학과 아주 유사한 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 16세기에 베살리우스(Vesalius)가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라는 연구를 통해서 해부학을, 17세기에 윌리암 하베이(William Harvey)가 “혈액순환에 대하여”라는 연구를 통해서 생리학을, 18세기에 모르가그니(Morgagni)가 “질병의 장소와 원인에 대하여”라는 연구르 통해서 해부병리학의 기초를 세웠다. 이 무렵부터 질병이란 히포크라테스나 갈레누스가 보듯이 체질의 문제나 자연과의 부조화가 아니라 몸의 구체적 어느 장기에서 염증이나 종양 따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기 시작하였다.
의학자들의 시야가 자연과 인간 전체를 보는 데서부터 몸의 한 장기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기침에 장기의 이름이 붙여지기 시작하였다. 18세기말 바샤(Bichat)는 해부병리학을 더 세밀하게 분석하여 조직병리학을, 19세기말 비르효(Vircho)는 세포 단위에서 병의원인을 규명하는 세포병리학의 체계를 세웠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분자생물학이나 유전자학 등과 같이 미세한 분야에서 질병의 원인과 해결점을 탐구하는 쪽으로 더 깊게 파고들게 되었다. 왜 파고든다는 표현을 쓰는가하면 르네상스 이후 의학자들은 땅속 깊이 한 우물을 파고 들어가는 것처럼 깊게 파고들어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대의학이 이처럼 오로지 한 우물을 파듯이 깊게 파고 들어가 탐구해온 것이 옳은 길인가? 꼭 옳기 때문에 이 길로 간 것이 아니고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역사 가운데 많은 일들이 꼭 옳은 방향으로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땅속 깊이 들어간 사람의 시야에는 깊은 땅 속만 보이고 하늘은 조그마하게 보일 뿐 다른 자연환경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 현대의학의 의사들의 시야가 이런 상태라는 것이다. 인간 전체 그리고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는 보이지 않고 장기와 세포만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의사들은 깊은 곳도 잘 보아야 하지만 땅 속에서 밖으로 나와 넓은 하늘과 주변의 자연환경도 모두 함께 살펴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게 할 때 그 환자의 몸과 마음 전체를 꿰뚫어볼 수 있게 되고 환자와 환경과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매우 쉽고도 단순하게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안목과 지혜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987년 일본 후쿠오카의 안도병원에서 연수 받을 기회가 있었다.
안도선생은 내과의사로서 특히 심장과 간의 치료에 명성을 얻고 있었는데 외국에서도 많은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이 의사가 주로 쓰는 치료법은 절식과 자연식, 쑥뜸, 흡각요법과 같은 단순한 방법이다. “이 방법이 이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의술이니 한국에 돌아가거든 환자들에게 많이 활용하고 다른 의사들에게도 가르쳐주라”고 나에게 당부하였다. 당시 그 분은 80세나 된 어른이고 나는 젊은 의사였으므로 그 분 앞에서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정녕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 방법을 쓰지 않았다. 음식의 절식, 쑥뜸, 흡각요법 따위로 병이 치료된다는 것이 도대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1994년 어느 날, 40대 중반의 협심증 환자가 심한 흉통을 호소하며 찾아왔다. 이 환자는 군대 고급장교 출신으로 대기업의 간부사원이었는데 그동안 스트레스가 많은 삶을 살아왔다. 지난 5년 동안 국내의 이름난 심장병 전문의들로부터 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자 절망한 나머지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정신과치료도 받고 있었다.
이 환자를 보는 순간 안도의사의 생각이 났다. 이 환자에게는 더 이상 정통서양의학에 대한 기대가 없었으므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안도의사의 치료법이라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일간의 절식, 앞가슴의 쑥뜸, 전신에 대한 흡각요법(흡선치유법)을 실행하였는데 정말 극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안도의사의 말대로 가히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의술이라고 할만 했다.
이 환자가 좋아진 후, 수많은 고혈압, 당뇨, 심장병, 우울증과 같은 환자들이 나에게 찾아왔다. 외래를 통해 이 방법을 교육시킴으로써 대부분의 환자들은 더 이상 약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근본적으로 치료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하버드대학의 심장병전문의 허버트 밴슨 교수의 “약없이 고혈압 이겨내기”와 워싱턴대학의 당뇨병전문의 닐 버나드 교수의 “약없이 당뇨병 이겨내기”등을 통해서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이 평생 약을 써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절식, 운동과 휴식, 마음의 관리와 같은 스트레스조절로 완치될 수 있다는 것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암 면역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자이자 내과의사인 일본 니이카타대학의 아보 도오루 교수는 위장관의 폐색 때문에 불가피하게 수술을 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암환자에게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자연치료를 하는 것이 생존율과 삶의 질의 향상, 궁극적인 치료성과가 훨씬 좋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암환자를 보살펴온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나는 전적으로 아보 도오루 교수의 견해에 공감하고 있다. 한마디로 암환자는 수술, 항암, 방사선 등 3대 치료 대신에 생활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치료성과가 있다는 말이다.
아보 도오루 교수의 저서 “약을 끊어야 병이 낫는다”, "의약이 병을 만든다"는 의사나 환자 모두가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환자의 병을 치료한답시고 무심코 쓰는 약이나 수술이 도리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고 있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살펴볼 일이다.
환자들도 날마다 무심코 먹는 약이 자신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알아보고 먹을 일이다.
아이들에게 열이 나면 부모들은 곧바로 “열은 나쁜 병이다. 병은 고쳐야한다, 그러니 병원에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데려간다. 병원에서는 쉽게 해열제나 항생제 따위를 써서 열을 내리는 치료를 한다.
이런 행태는 부모나 의사나 근본적으로 한번쯤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식의 치료가 병을 낫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병을 키워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지게 하는 불쌍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열과 같은 병증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증세는 대부분 고치지 않아도 된다. 증세 자체가 스스로를 치료하고 있는 자기치유과정인데도, 그걸 모르고 병을 치료한답시고 자기치유를 방해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결국은 병을 악화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열과 같은 증세가 일어나면 조급하게 해열제를 쓰거나 병원에 가지 말고 하루나 이틀정도 과일쥬스나 물만 먹게 하는 절식, 완화제나 관장으로 배변 촉진, 더운물에 발을 담그고 담요를 덮어 땀내기와 같은 자가치료를 하면 십중팔구는 병원에 갈 필요가 없이 바로 좋아진다.
이런 방법이 원인치료를 도와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회복되게 한다.
혈압이 높거나 혈당이 높은 증세가 나타날 때도 처음부터 곧바로 약을 쓰지말고 약 일주일이나 10일정도 절식을 하고, 그 후 아침식사는 당근사과쥬스 한 잔정도, 점심과 저녁은 현미 ? 채식, 낮에 걷고 밤에 잘 쉬는 것과 같은 간단한 방법이면 대부분의 고혈압이나 당뇨는 곧 좋아지는데 혈압이나 혈당이 조금 높다고 해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면 이것은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혈압이 오르고 혈당이 오른 것은 생체 스스로가 그럴 필요가 있어서 취하고 있는 자기치유과정인데, 혼탁한 피라는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약으로 그 증세만을 없애려 하는 것은 도리어 병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이런 병증들은 그 사람의 삶이 어딘가 자연의 질서에 어긋났으니 그것을 바로잡으라는 메시지임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 통증, 피로감, 종양 따위의 증세가 나타나면 그 증세만을 바로 제거하려고 덤비지 말고 증세의 뒷면에 숨겨져 있는 진짜 원인을 찾아내서 그 원인을 해결할 때 건강이 회복되고 병이 완치되는 길이 보일 것이다.
5. 좋은 의학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
오늘날 사람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 축산업, 수산업의 기본구조는 반생태적이고 반자연적이다. 농업을 예로 들면 일부에서 친환경농업, 유기농업, 자연농업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주류는 화학농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학농법이란 화학비료와 제초제, 농약에 의존하는 농사법이다.
토양을 살리는 퇴비 대신에 화학비료를 쓰면 땅이 굳어지고 산성화되고 미생물들이 죽어 지력이 떨어지게 된다. 지력이 떨어지면 농작물에 병충해가 많아지게 되는데, 그러면 농약을 쓴다. 농약을 쓰면 병충해가 잘 해결되느냐하면, 그렇지 않다.
곡식이나 채소, 과일 등을 수확하기 직전까지 수십 번씩이나 농약을 쓰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어패류와 축산물의 생산과정에서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으로 수백만마리의 짐승을 폐사시킨 일이 있었다. 왜 야생동물들은 구제역 감염이 거의 없는데 집에서 기르는 동물들에게만 집단적으로 발병하는가? 그것은 화학사료와 반생태적 사육환경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먹고 있는 대부분의 식품은 이런 구조 속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이것들은 천연식품이 아니고, 마치 공장에서 만들어낸 식품과 같아서 화학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날마다 먹고 있는 많은 음식무들은 실제로 공장에서 제조되어, 반은 소화가 된 것들이다. 거기에는 수많은 식품첨가물과 보존제와 향신료, 착색제가 들어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먹고 있는 음식물은 대부분 화학식품이다.
화학식품을 먹게 되니까 체력이 떨어진다. 마치 화학비료를 쓰면 지력이 떨어지듯이. 요즘 아이들이 겉보기로는 예전보다 키도 크고 체중도 많이 나가고 발육이 좋아 보이지만 면역력이 저하되어있다. 비유컨대 양계장 닭처럼 겉보기로는 살집이 있어보여도 강한 생명력이 부족하다. 체력과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어서 감기도 자주 걸리고, 작은 충격이도 쉽게 골절이 되고, 아토피와 비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자가 아주 많다.
성인들에서 흔히 보는 고혈압, 당뇨 같은 대사장애, 암, 만성통증, 자가면역질환의 유병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난치병환자의 대량생산공장과 같다고 이야기 할 정도다.
땅의 지력이 떨어지니까 농작물에 병충해가 많아지듯이, 사람들의 체력, 면역력이 떨어지니까 병이 많아지는 것이다. 병이 많으니까 약을 많이 쓰게 된다. 약을 쓰면 병이 낫는가? 약을 써도 병이 근본적으로 낫지 않는 이유는 농약을 아무리 많이 뿌려도 농장물의 병충해가 근절되지 않는 것과 같다.
반생태적이고 반자연적인 문명의 구조가 바뀌어져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곧 생명의 농업, 생명의 의학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수만 명의 환자들에게 약물을 거의 쓰지 않는 생태주의적인 의료, 곧 자연식이나 곡채식 위주의 소식 등의 방법으로 치료하였고 자연의 질서에 맞는 생활습관을 따르도록 가르쳐주었다. 많은 환자들에게서 약물위주의 현대의학으로서는 상상할수 없는 실로 극적인 치유가 일어났다.
이런 결과는 나의 의술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사람들이 생활방식과 습관을 바꾸어 스스로 치유한 결과이다. 서양의학의 시조인 히포크라테스와 근대의학의 시조인 파라켈수스가 가르치기를 의사란 병증만을 고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분들이 왜 이런 이야기를 강조하였는지 나는 그동안의 임상경험을 통해서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
현대서양의학은 뛰어난 진단기술,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놀라운 응급의로, 외과학의 발전, 예방의학과 공중보건의료의 향상 등 탁월한 장점이 많지만, 반면에 만성퇴행성질환에 대한 약물위주의 치료가 가져다주는 비효율성과 치명적인 약점도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의료인, 의료소비자, 나아가서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지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늘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의료제도는 의료기관에 찾아오는 환자수가 많아야하고, 환자들에게 많은 투약과 의료행위를 하지 않으면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이 시스템 속에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과 개인들은 더 많은 의료 행위와 약을 쓰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나느 장담하건데, 오늘날 환자들의 10중 8,9는 식생활과 같은 생활습관과 라이프스타일만 바꾸면 더 이상 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약을 잘 써야되겠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의 건강을 돕기 위해서 참으로 해야 할 일은 약을 끊게 하는 것이다.
국가와 건강보험회사는 약을 많이 쓰지 않고도 의료기관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좋은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의 생활양식과 습관을 바꿔 병을 쉽게 고칠 수 있는 의학적 방법들을 얼마든지 많이 개발할 수 있다. 의료인들로 하여금 이러한 생활요법이나 상담치료를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거기에 합당한 의료비를 지불해주는 정책을 수림할 수 있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국가가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의료기관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약의 소모가 줄어들게 되면 제약회사와 약국의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같은 화학약품 대신에 생리활성화물질, 해독과 면역증진 그리고 영양개선 등 생태주의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건강증진제품들을 개발하고 공금하는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나아가서 인간과 환경이 서로를 살리는 공생관계의 생태주의적인 농축산업, 수산업이 주류가 되도록 국가와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면 농어민들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 가능하다고 본다. 오늘날 지구상의 인류의 5분의 1은 굶주림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고, 5분의1은 과식에 의한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지금 한국인 환자의 절대다수는 과식과 관련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소식과 절식요법을 실천하고 환자치료에 응용한 겨로가, 적게 먹는 소식과 절식이야말로 건강의 원천이고 최상의 치료법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적게 먹고 적게 쓰는 생태주의적인 삶이 사람들의 피를 맑게 하고 심신을 건강하게 해줄 뿐아니라 지구환경도 깨끗하게 보존해주고 주변의 뭇 생물들을 함께 살리는데 기여할 것이다.
곧 좋은 의학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좋은 의학, 좋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갈 때 이것은 다만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나는 확실히 믿는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