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전후해 꽤 오랜시간을 정형외과 병동에서 보내게 됐다.
통증은 무통 주사가 대신 해줬고
강한 항생제 진통제 소염제들이 위장을 깎아 내렸지만
그런 대로 웃긴 사례들이 많아 웃음이 나오는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나 정도면 금액이나 수술경과를 보나 경증에 속해
대부분 허리를 수술 한 사람들 보다 가볍게 돌아 다닐수 있고
그사람들 보기엔 특별히 환자처럼 보이지도 않아
가벼운 맘으로 지내고 있었다.
다만 밤으로만 찾아오는 통증에 수없이 뒤척이며 끙 끙 앓다가
진통제를 맞기도 했지만 말이다.
7인이 쓰는 다인실병동은 가지가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추석 뒷날 쯤인가 할머니 한분이 들어 오셨다.
병실에선 그렇잖아도 나이든 아줌마 할머니들의 수다가
굉장히 떠들썩 하는데 그중에 압권이 딸이 있어야 된다는게
중론이고 가장 우선시하는 바램이다.
아쉽게도 새로 들어오신 할머니는 딸이 없었다.
아들만 넷이라고 하는데 교회 다니시는 권사님이신데 다행히
양옆에 권사님이 두분 계셔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어디에 얘기 할곳이 없었던지 84세나 된 할머니는
물어 보지도 않는 얘기 보따리를 있는대로 풀어 놓고 계셨는데 ..
아들만 4명 장남도 이혼하고 혼자 차남도 이혼하고 혼자
셋째만 결혼해서 안양에 살고 손자하나
막내는 이혼하고 해외 멀리 있다고 하는 데 어디인지도 모르신다.
가만 보니 허리를 못 쓰셔 들어 오셨는데 검사 조차도 부담스러워 못하고 계셨다.
이건 쩐도 없으니 더 문제다.
3일이 지나자 요양 병원으로 모시자고 아들들이 결정 한 모양이다.
장남도 류마티스 환자이고 수급자인데 차남이 엄마를 거들고 있는데
이제 일 나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차남이 엄마 한테 그말을 전하는건지
그럼 날 이제 버리는거냐? 하고 아들한테 물으셨다.
아들은 대답도 못하고 눈만 빨개지는 모습에 참으로 안타까웠다.
앞에 있는 어떤 환자는 속도 모르고 요양병원에 가면 어쩌고 저쩌고
눈치 없이 아는체를 하고 있고
이제는 죽어서나 나오겠지 하며 안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가 보다.
옆에서 권사님들하고 내가 나서서 위로 해드렸다
요즘 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를 주기 때문에 옛날 양로원하고는 다르고
그곳에선 치료랑 간병이랑 다 해주고 주위에 같은 분만 계시니까
더 좋으실거라고... 아들도 돈 벌러 가야지..
할머니 양치도 목욕도 밥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데
할머니는 움직이도 못하니 서로를 위해서 그곳에 계시다가 나으시면
나오셔 아들하고 사시라고....
농담으로 그곳에 가셔 할아버지도 만나 딸도 하나 만드시라고 했더니...
웃으시며 옛날 남편도 지겹다고 했다.
남편이 옛날에 화곡동 날라리 춤꾼이었다나...
아들들 인물을 보면 그랬을 법하기도 하다.
멀끈하게 생긴 남자들이 그 모양으로 사는게 안 되어 보였지만
우리들의 미래는 아닐련지 가슴 아파 왔다.
퇴원을 하고 물리 치료를 받으면서 한번 올라 가 봤더니
할머니는 요양 병원으로 가셨고
다른 분이 자리를 차지 하고 계셨다.
부디 할머니가 건강을 되찾으셔서 원하신대로 아들들 곁에서
노후를 마감 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병든 노후 어떻게 대처 할것인가...
깊게 생각해 보는 어느 날 이었다.
첫댓글 우리들의 미래를 보는것 같군요..
자식들 다 소용없다고 하시든 노인이 생각나네요..
건강하게 살아야 될텐데 걱정이 앞서네요..
9988234 라는 얘기가 있지요.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만 앓고사흘만에 죽는거...
99세면 너무 오래 산건가? 100세 시대인데 팔팔하게만 산다면 99세가 무슨 흠 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