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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에게.
여보게 청도 화악산에는 벌써 완연한 봄이 춤을 추고 있었네.
연초록 빛 움이 터는 산자락에는 탄생의 물결이 넘실대고
간지럽도록 영롱한 햇살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네.
방어진 남목고갯 길가에 피어나는 노란빛 개나리가 있었지만
울산의 봄은 영남알프스의 높은 산과 골이 많기 때문인지
울밀선을 지날때 까지도 봄의 모습이 어정쩡했는데 밀양을 지나
이곳 청도 고을에 자리잡기 시작한 봄은 감미로운 환희를
느끼게 했네.
포근한 날씨 탓도 있거니와 뭔가 웅비 할것 같은 기분이 일었네.
봄바람이 그랬나 보네.
뜻밖에도 어제 토요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서태영 감사님을 비롯한
악우님들이 준비한 축하연에 감동을 하고 말았다네.
많은 악우들의 축하속에 케익을 짜르는 내 손이 자꾸 떨리더구만
고마움을 전해주게나, 아리따운 악우들의 정성에 너무 감사하다고
나도 허물을 벗고 봄과 더불어 다시 태어날 채비를 해야겠네.
벌써 내나이도 중년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 아직은 30대라 여겨지네.
신세대 후배들과 만나는 기회가 많은 편인데 너무 깍듯이 예를
차려서 나를 대하다보니 괜실이 나이가 많아보여 괴로울때가 많다네
매년 맞는 생일이지만 이제부터는 중후하고 자신이 넘치는
새로운 변모를 시도 하고 싶다네.
미역국을 먹으며 부모님께 전화를 올렸는데 괜히 콧등이 찡하더라고.
예약을 해놓고 약속을 어긴 야속한 악우들이 여럿 있었는데 마구
화가 치밀어 참느라 혼줄이 났다네.
산악인은 첫째도 둘째도 인격이 갖추어 져야만 되는 것이네.
인격이 허술한데 산을 잘 탄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연락이라도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는가?
어떻게 해야만 잘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네.
여러명의 악우들이 약속을 어겼지만 화악산을 오르는
44명으로 된 무한의 등산 행렬은 그야말로 정다운 모습이었다네.
입맛을 다시며 지나친 비닐하우스 속의 한재 미나리를 뒤로하고
가파르고 스릴이 있는 등산길을 따라 화악산 등정을 시작했다네.
처음 온 몇명의 악우님들이 염려가 되었지만 진지하게 산을
오르는 패기와 근성이 참으로 보기가 좋았네.
세상에 쉬운일이 어디 있겠는가?
가다 서고 또 가다가 서서 숨찬 모습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져 지켜만 보았네.
어차피 자기 인생은 자신스스로가 해쳐나가는 외로운 여로.
패기가 바닥이 나자 오기로 오르더구만. 이를 다문 악바리.
내가 처음 산을 찾았을때의 모습이 주마등 처럼 스쳐가더군
호흡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까무라지 듯 괴로워했던 그때.
젊은 패기로 그래도 잘 조련하여 현재 3년째 산을 오르고 있네.
젊음만 믿고 산만 오르면 된다는 초보자의 마음에서 벗어나서
어느새 세상을 관조하고 참 자연의 미를 느낄 수 있는 혜안을
넓히며 어느새 산악인이 되어가는 나를 회고해 본다네
사실 무한에 오기전에 울산의 산악회는 거의 다 탐방했었네
산수, 문수, 정상, 새천년, 목요, 원조, 영조......
장덕재님과 콤비가 되어 남한 산천을 두루 탐험했지
나그네의 방랑이라 표현을 해두지.
무한에도 꽤 여러번 왔었는데 처음에는 버스가 방어진까지
왔기에 왔고 둘째는 무한 사람들과 많은 정들었기 때문이었네.
한 동네사람 처럼 맺어진 정이 살아있고 질서가 있는 무한이 좋았네.
아뿔사 하는사이 내가 애시당초 염려한대로 총무부장, 사무국장으로
초고속승진을 시키면서 나는 무한에 몸담고 말았지.
이수만회장님의 사심없는 부탁을 거절 할 수는 없었다네.
별로 능력도 없는데 그분이 나를 택한 이유는 지금도 의문이네
1년 반동안 임원을 맡으며 제대로 한것도 없이 참신한 후임자에게
소임을 넘길때가 된 듯 하네.
봄도 되고 사람도 바꿔야 제맛이 난다네 뭐하나 제대로
남긴것 없이 무능하게 일하다 가서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이.
그래도 자네는 좋겠네 그려 싱싱하고 참한 새국장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일세
야인으로 돌아가 소원했던 덕재님과 또다시 유람길에 오를 참일세
장덕재님은 나와 현대중공업에 함께 근무하는 동료인데 오랜
문학써클 활동을 통해 친분을 맺은 호형 호제 하는 분이라네.
무한이 만들어 낸 소중한 만남과 정, 탁월한 봉사정신은 너무인상 깊었네.
정상에서 바라본 속세는 내가 왜 산을 오르는지 이유를 말해주었다네.
대자연의 미와 지혜와 암시는 나로하여금 시를쓰게하고 수필을 쓰게했네
도토리 키재기를 하듯 용기종기 첩첩히 서있는 봉우리들은
파노라마였네.
정상에서 아랫 화악산까지는 밋밋한 오솔길 같은 산책로였네
파안대소를 하는 첨온 10분의 방어진 아주머니들의 흥겨움에 덩달아서
실컷 웃었네. 솔솔부는 봅바람 탓이러니 했는데 봄은 여심(女心)에도
재잘거리더구만. 여성이 남성보다 육체적으로 봄에 민감하다는데
뇌세포가 반응을 하여 감성과 흥분을 들추어 낸다는 구먼
산책을 하며 봄기운을 느끼며 걷는 길이 흥미로왔네.
아랫 화악산에서 점심을 먹었네.
봄 밭 내리쬐는 양지에 둘러앉아 성찬을 한것도 운치가 있었네.
내려오는 길은 봄의 탄생이 장관이었네. 노란 개나리 꽃망울이
마치 갓난 아이의 웃음처럼 기쁨을 선사했다네.
그러니 등산을 하게 되면 젊어지고 순수해지고 자기 성찰을 한다지 않는가.
어느새 자연에 동화되어 인생의 철학을 관조 할 수 있는 나를 본다네.
참 신기하고 요술스러운 것은 소리없이 슬거머니 왔다가 삼라만상을
초록 빛으로 만들어 놓는 봄의 정체가 무엇인가 였네.
짙은 향기가 나기 시작하는 노란색 꽃망울이 태동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풍요로운 자연의 품이 너무나 포근했다네
개울가에 내려와 세수를 했네. 많은 상춘객들이 야류를 즐기더구만.
온통 비닐하우스로 덮혀있는 평양이란 마을의 전경은 비닐하우스로
가득했고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 하더구만.
즉석에서 미나리에 고기를 싸서 먹는다네.
오래된 소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었고 오래된 고가는 한적했다네.
분재처럼 가꾸어진 소나무가 평양리 고을의 역사를 쓰고 있었다네
마을 방송은 산불조심을 알리는 홍보메세지가 울러 퍼지고 있더군
산불조심 수십번 강조해도 좋은 것이지.
무한도 산불로 인한 식수를 위해 매년 성금을 보냈잖는가.
올해도 50여만원이 성금으로 보내질것 같으이 .
순박한 주민들의 표정도 봄이 오듯 환했고 미나리 다듬기 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현장을 보곤 했네.
화악산에서 흘러온 개울물로 키운 미나리는 키도 커고 상품가치가
뛰어나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네
우리네 농촌이 특화된 작물로 거듭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
가지치기를 한 감나무가 보이고 그옛날 새마을 운동때 덮어씌운
함석 지붕이 운치를 더해주눈 시골의 마당있는 집이 인상 깊었내.
넓은 마당에 풀이 나는 것으로 봐서 늙은 노인만 사는 집이거니 짐작을 했네.
청도가 고향인 산행대장님이 신청을 해둔 미나리로 하산주를
마시기 위해 밀양 근교로 이동을 했네.
한재미나리 맛은 소문대로 좋았네.
이곳의 고개이름인 한재에서 따온 한재미나리라네.
술과 미나리로 야유회를 즐겼네..
살림경험이 많으신 어머니들은 어느새 두렁에 앉아 쑥을 뜯었는데.
봄 아줌마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같았다네.
둥그렇게 둘러 앉아서 소줏잔을 기울리며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되었네.
이름을 묻고 고향을 묻고 몇마디 주고 받다보면 나이가나오고.
형님 아우사이는 쉽게 맺어지는 그러면서 세상에 태어나 또 친구를
사귄 기념으로 한 잔의 술잔을 기울리고, 웃고, 즐기는 무대.
삼라만상이 꿈틀거리는 역동적인 분위기도 만끽했다네.
맑은 공기, 감칠맛 나는 초록 빛 움들.
하여간 자연은 베풀 수 있는 모든것을 남김없이 베푸는
넉넉함이 있었고 나는 소중한 삶의 지혜를 터덕했다네.
밀양에서 울산까지 도로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시골의 모습이
평화롭게 펼쳐지고 있었네 넉넉한 그곳이 좋았다네. 석남터널을
지나 고갯마루에서 무한춤방을 열었다네.
단체로 온 12명의 아주머니들을 위해 마련한 무대가 가관이었네.
벌써 울산으로 돌아 왔는데 기쁨이 있었네. 귀소본능의 발효였지.
다시 찿아갈 다음 주를 기약하며 일상으로 돌아와
승화된 삶을 꿈꾸기 시작해야겠네.
잘있게나 다음주에 또보세나.
첫댓글 마지막 사진:언양 석남재. 바위가 멋있엇습니다
우리는 맨날 사진만박고 맨날맨날 짤리기만하네 우리도 좀올려주시면안되나요. 이젠 모델노릇도 종처야지 대강건강하세요,
언제가도 한결같은 산..부럽네요..함께하고푼 맘...이맘을 알련지..전 전라도 광주데 어떻게 가야하는지.자세하게 좀 가르쳐 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