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에서 원자폭탄이 투하된 두 도시중에 하나인 나가사키를 관광하는 날이다. 나가사키는 후쿠오카(하카타)에서 2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도시로 큐슈지방에서는 비교적 크고, 볼거리가 많은 도시이다. 때문에 하카타역에서 7시 55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예약했고, '카모메'라는 기차를 타게되었다. 8시경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위해선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고, 떄문에 6시에 일어나야했다. 어제는 우리 세명이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나가는데 까지 한시간 반이 걸렸지만, 오늘은 한시간만에 숙소를 나설수 있었다. 역근처 빵집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카모메를 타기위해 8번 승차장으로 향했다.
승차장에는 하얗고, 날렵하게 생긴, 일명 '쌔끈한'기차가 막 들어오고 있었다. 이것은 카모메중에서도 '시로이(하얀)카모메'란 기종으로 겉보기는 신칸센기차같이 고급스러워보였다. 기차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얼른 기차안으로 뛰어들어가 이리저리 내부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내부는 아주 현대식 디자인에 의자시트는 검은색 자구으로 이루어져 마치 '사장님의자'를 연상케했다. 좌석도 넓고 안락해, 고급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차임을 한눈에 알수 있었다. 카모메기차의 심볼은 원안에 갈메기가 나는 형상으로, 큐슈신칸센의 이름인 '쯔바메(제비)'와 같이 조류에서 이름을 딴 것 같았다.
우리를 태운 이 기차는 2시간만에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나가사키까지 오면서 창밖을 보다가 느낀점은 '큐슈에는 아파트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부 1~2층의 단층집이 주를 이루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일본은 지진과 화산활동이 잦고, 또 큐슈는 일본내에서도 화산활동이 많은 지역이라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에서 내려서 일단 나가사키역의 규모와 내부를 구경한후 첫번째 일정인 '26성인 순교지'로 향했다. 26성인의 조각말고는 별로 볼것 없는 공원이었지만 도둑고양이 들이 공원곳곳에 많이 보였다. 고양이를 무척 귀여워하는 나로써는 준비해간 오징어포를 주며 만져보려고 시도하고 막 도망가는거 쫒아가면서 즐거운시간을 잠깐이나마 보냈다.
그후 '평화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평화를 기념하기 위해 동상과 공원이 조성되어, 관광명소로 널리 알려진곳이다. 과연 찾아가보니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들이 졸업사진으로 사용하기 위한 사진을 찍고 있었으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서명운동같은 켐페인을 하고 있었다. 무슨켐페인인지 알아봤더니 원자폭탄의 실험, 생산을 반대하는 내용의 켐페인이었다. 내가 한국인임을 밝히자 한국어로 된 안내서를 보여주셨다. 나는 켐페인에 동참하기로 결졍하고 한자로 서명을 하고 영어로 집주로를 써 넣었다. 평화공원에는 평화를 기념하는 평화기념상과 평화의 샘, 고등학생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접은 종이학등이 있었다.
평화공원을 관광한 후에 '원폭기념자료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원폭기념 자료관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진 1945년 8월 9일 11시 2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그 당시의 참혹한 광경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다. 원자폭탄이 터진시간인 11시 2분에 멈춰버린 시계들, 가재도구, 의류등의 수집품들과 뜨거운온도로 인해 녹아버린 유리에 붙어버린 사람의 손뼈, 철모에 붙어버린 머리뼈등 그 당시 상황을 잘 말해주는 것들로 가득했다. 자료관 안의 자료와 사진등을 보면서, 잔혹함과 동시에 엄숙해짐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는 자료관을 나와 바로 앞에 잇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점을 찾았다. 그 곳에는 원자폭탄이 투아된 지점에 하늘을 향해 검은색 비석이 세워져있었고, 그 옆으론 원자폭탄 투하후에도 남아있는 '우라카미 천주당'의 잔해를 볼수 있었다. 그 주위엔 피폭당시 지층도 찾아볼수 있어, 그때의 실제상황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기분은 점점 숙연해지는 가운데 그곳주위에 까마귀들이 날고 울어 분위기는 더욱더 침체되었다.
그후 우리는 우라카미 천주당으로 이동했다. 사실 우리카미 천주당은 원자폭탄의 투하로 인해 거의 파괴되다 시피하고 잔해만 겨우 남았지만, 지금의 천주당자리에 다시 재건되었다 한다. 이 천주당엔 두개의 탑이 있었고 그 안엔 종이 각각하나씩있는데 그 중 하나는 원자폭탄 피폭당시에도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어 '나가사키의 종'이라고 불린다 한다. 천주당안으로 들어가 관리자에게 탑으로 올라갈수 있냐고 물었더니 안된다고 했다. 종은 탑에 올라가서도 사다리를 타고 더 올라가야 있고, 탑밑에서는 보이지도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채 천주당 내부를 구경한 후에 '데지마'로 향했다. 데지마 까지는 우리나라엔 없는 전차를 타고 이동했다. 처음 타보는 전차라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용방법을 몰라 애먹기도 했다. 데지마는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인과 섞여사는것을 막기위해 바다를 메워 살 공간을 제공한 곳으로 부채꼴모양의 인공섬이라 한다. 우리는 데지마를 보려고 햇으나 중요관광명소인 '그라바엔'의 폐관시간이 5시임을 감안해 얼마 보지 않고 그라바엔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동중에 네덜란드 상인들이 살던 집터와 마을인 '오란다자카'를 구경하고, 또 그 근처에 있는 '공자묘'에도 다다르게 되었다. '공자묘'는 주택가 사이에 있으면서도 중국풍의 화려하고 강렬한 건축양식으로 인해 한눈에 확 띄었다. 공자묘안으로 들어가니 화려한 용, 사자조각이 무서운기세로 노려보았으며, 은은한 향내가 이곳이 묘임을 짐작케 했다. 뜰 주위에는 돌로 제작된 석상들이 많이 세워져 있었고, 이들의 끝에 공자를 위한 사당이 지어져있었다. 공자의 사당뒤에는 박물관이 있어, 중국의 국보급 문화재들을 전시해 놓았다고 한다.
화련한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공자묘를 구경한뒤 우리는 다시 그라바엔으로 향했다. 15분정도 걸었을까, 그라바엔으로 향하는 언덕길에 다다랐다. 이 언덕길 양 옆에는 많은 가게가 있었으며, 언덕의 끝에는 '오우라 천주당'과 그라바엔이 위치해 있었다. 언덕길을 따라서 가게를 구경하며 올라가다가, 나가사키의 명물이라하는 카스테라가게 파는 집이 보였다. 가게앞에 시식코너가 있어 치즈카스테라를 하나 집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따. 그길로 가게안으로 들어가 세명이 치즈카스테라만 6개를 사가지고나왔다.
나가사키의 명물도 샀고 하니, 오우라 전추당과 그라바엔을 관광하는 일만 남았다. 우선 오우라 천주당으로 갔다. 이 성당은 종교의 박해가 심했던 시절에도 불구하다고, 많은 신자가 찾아와 예배를 드려서 유명해 졌다고 한다. 오우라천주당에서 유명한 성모마리아 상이 성당입구에 전시되어 있었다. 성당을 사진기에 담고는 바로옆에 있는 그라바엔으로 향했다.
그라바엔은 나가사키시가 7억엔들들여 조성한 공원으로서 메이지시대에 일본에 거주햇던 영국인들의 주택을 재현해 꾸며놓은 곳이라 한다. 공원은 꽤 넓고 관리도 잘 한것처럼 보였다. 공언내의 알트하우스, 워커하우스, 링거하우스등 주요건축물의 견학을 끝낸후에, 내친김에 나가사키시의 야경을 찍으려 해가 질때까지 기다렸다. 바다가 보이는 탁트인 곳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교복을 입은 여학생 넷이 땅을 보더니 자기네들끼리 좋아하며 사진을 막 찍어대는 것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많은 수의 학생들이 모여들어서 가까이 가서 물어보니 손가락이 가르키는 지점엔 하트모양의 자연석이 땅에 박혀있었다. 이런설명은 가이드 북엔 없었지만, 일본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돌이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마치 굉장한 거라도 발견한듯, 매우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어둠이 내려있었다. 내가 앉았던 벤치뒤의 항구는 어느덧 불을 밝히고, 도시는 노란 광채를 빛내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입구쪽으로 가 그라바엔 전체를 다시 돌며, 야경을 찍었다.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고 그라바엔을 나서니, 아까 분주했던 언덕길의 가게들은 거의다 문을 닫은 뒤의 늦은 저녁이었다. 우리는 다시 전차를 타고 중화가 거리인 '신치주카가이'로 이동했따. 이 나가사키의 중화가에는 나가사키 짬뽕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짬뽕은 고추가루가 빠진 국물로 이루어졌다 하니 무슨맛인지 상상이 안갔다. 우리는 저녁을 해결하러 중화가거리로 들어갔다. 요코하마에서 본 중화가와 크기를 비교했을때 규모면에서 많이 작아 보였다. 여러 중국요리가게 중에서 비교적 싸고 한산한 집으로 들어가 멍게는 나가사키짬뽕, 한글이는 차슈덮밥, 나느 ㄴ마파두부밥을 시켰다. 마파두부밥과 차슈덮밥은 생김새도 맛도 괜찮았지만, 나가사키 짬뽕은 생김새부터 허연 국물에 국물맛도 '콩국수맛'이었다. 멍게는 맛있다고 잘 먹었지만 국물맛을 본 나와 한글은 웩~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중화가를 빠져나와 입구한번 찍고, 밤에 보려했던 데지마로 이동했다. 아직 7시였지만 주위는 어두웠고, 밤에 보려했던 데지마는 이미 폐관한 후였다. 아쉬움을 남기고 볼것은 다 봤으니 다시 나가사키역으로 가 하카타로 향하는 카모메 열차를 탔다. 나가사키가 이 열차의 종점이자 기점이라 열차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린샤도 찍고 일반객차와 열차 구석구석을 찍었다. 우리를 태운 열차는 두시간뒤 하카타역에 어김없이 도착했다. 19일날 하카타에서 묵을 숙소를 예약해 놓지 않아서 역근처 호텔을 예약하러 돌아다녔다. 그 중에는 캡슐호텔, 특1급호텔(가격에 놀라 쓰러진다)등이 있었는데 트리플룸이 있는 역근처의 '그린호텔'이 맘에 들어 어렵사리 예약을 마쳤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힘든하루를 맥주를 마시며 마무리하는 일만 남았다. 오늘도 잘 해내었다.
내일은 구마모토-아소-벳푸관광으로 일주일중에 가장힘든 일정일것 같다. 조금만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