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하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는 죽어도 아무런 한이 없다는 말. 교단 초창기 구인선진들이 보여준 마음으로서, 인류와 세계를 구제하기 위한 일이라면 지금 당장 생명을 희생하더라도 아무런 아쉬움이나 미련 없이 즐겁게 죽을 수 있다는 희생 봉공의 정신이다. 이 말의 유래는 1919년(원기4)에 구인제자가 법인기도를 올릴 때, 8월 21일 저녁에 ‘사무여한’이라는 최후증서를 쓰고 세계의 구원과 교단의 창립을 위해 생명을 희생하리라 결심한 데서부터 시작된다. 구인제자의사무여한의 정신으로 백지혈인의 이적이 나타났고, 원불교는 허공법계에 인증을 받게 되었다. 이사무여한의 정신은 원불교의 창립정신으로 확립되었고, 다시 전무출신의 무아봉공의 정신으로 계승 발전되고 있다.
원불교 초창 당시에 행한 기도에서 백지혈인(白指血印)의 이적이 나타난 일. 원불교 창립 당시 구인제자(九人弟子)들이 소태산대종사의 지도에 따라 새 회상 창립의 정신적 기초를 다지기 위해 천지신명(天地神明)에게 기도를 올린 바 백지혈인이 나타난 것을 법계의 인증을 받은 성스러운 일이라 하여 법인성사라고 한다.
1919년(원기4) 봄에 방언공사를 마친 후 소태산은 구인제자를 한곳에 모으고 다음과 같은 요지로 기도의 취지를 말했다.
“지금 물질문명은 그 세력이 날로 융성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은 날로 쇠약하여, 개인ㆍ가정ㆍ사회ㆍ국가가 모두 안정을 얻지 못하고 창생의 도탄이 장차 한이 없게 될지니, 세상을 구할 뜻을 가진 우리로서 어찌 이를 범연히 생각하고 있으리오. 옛 성현들도 창생을 위해 지성으로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天意)를 감동시킨 일이 없지 않나니, 그대들도 이때를 당하여 전일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모든 사람의 정신이 물질에 끌리지 아니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 주기를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에 감동이 있게 하여 볼지어다. 그대들의 마음은 곧 하늘의 마음이라 마음이 한번 전일하여 조금도 사(私)가 없게 되면 곧 천지로 더불어 그 덕을 합하여 모든 일이 다 그 마음을 따라 성공이 될 것이니, 그대들은 각자의 마음에 능히 천의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며, 각자의 몸에 또한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라”(《대종경》 서품13).
그리하여 단원 각자에게 일자와 방위를 지정하고 일제히 기도를 올리게 하니 이해 음 3월 26일부터 음 7월 26일까지 매월 3ㆍ6일마다 4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기도는 회를 거듭할수록 정성이 더욱 사무쳐 갔다. 열 번째 기도를 맞는 음 7월 16일 소태산은 9인 단원에게 다음과 같이 엄숙히 말했다. “그대들이 지금까지 기도해온 정성은 대단히 장한 바가 있으나 나의 증험한 바로는 아직도 천의를 움직이는 데는 거리가 멀다. 그대들이 진정으로 인류와 세계를 위한다면 마지막으로 그대들의 생명까지 희생하여야만 천지신명이 감응할 것이니, 그대들이 죽어야만 정법회상(正法會上)이 세상에 드러나서 창생이 구원을 받게 된다면 그대들은 조금도 여한(餘恨)이 없이 그 일을 능히 실행할 수 있겠는가.” 이에 9인 단원들은 일제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소태산은 “생사는 인간대사라 만일 마음에 조금이라도 남는 한이 있다면 조금도 숨기지 말고 말하라. 그런 사람은 생명을 바치지 않고도 다른 도리가 있으니 체면에 돌리지 말고 진정으로 대답하라”고 했다. 그러나 9인 단원은 하나같이 희생하기로 결심이 굳은지라 소태산은 ‘이것이 곧 천의라’ 그 결심을 크게 칭찬하고 10일 동안 몸과 마음에 정성을 더하게 한 다음 음 7월 26일에 다 함께 자결하기로 약속했다(《원불교교사》 제1편 제4장).
음 7월 26일이 되자 9인 단원들은 희색이 만면하여 각자 준비를 완료하고 시간 전에 옥녀봉 아래 도실(道室)에 모였다. 드디어 이날 밤 8시가 되자 청수를 도실 중앙에 진설하고 각자 단도(短刀)를 청수 상 위에 올려놓은 다음 일제히 ‘사무여한(死無餘恨)’이라는 최후증서에 백지장(白指章)을 찍어 상 위에 올린 후 최후 결사(決死)의 심고를 올렸다. 심고가 끝난 후 소태산이 증서를 살펴보자 백지장 찍은 자리가 혈인으로 나타나 있었다.
이에 9인 단원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의 마음은 천지신명이 이미 감응했고 음부공사(陰府公事)가 이미 판결이 났으니 우리의 성공은 이로부터 비롯되었도다. 이제, 그대들의 몸은 곧 시방세계(十方世界)에 바친 몸이니, 앞으로 모든 일을 진행할 때에 비록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할지라도 오직 오늘의 이 마음을 변하지 말고, 또는 가정의 애착과 오욕의 경계를 당할 때에도 오직 오늘 일만을 생각한다면 거기에 끌리지 아니할 것인즉, 그 끌림 없는 순일한 생각으로 공부(工夫)와 사업(事業)에 오로지 힘쓰라”고 했다.
이어 법명(法名)을 주며 “전날의 이름은 곧 세속의 이름이요 개인의 사사(私事) 이름이었던 바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미 죽었고, 이제 세계 공명(公名)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는 바이니 삼가 받들어 가져서 많은 창생을 제도하라”(《대종경》 서품14)고 했다.
법인정신은 인류와 세계를 위해 죽어도 여한이 없는 대서원과 결단력을 보여준 사무여한 정신과 법계에 다시 태어난 공인으로서 어떠한 역경에도 변함없이 공부와 사업에 순일하게 힘쓰는 대봉공의 전무출신 정신을 보여준 것이다. 원불교는 이날 8월 21일(음 7. 26)을 법인절이라 하여 원불교 4대경절의 하나로 경축한다.〈朴龍德〉
"사무여한(死無餘恨)의 결의가 되었는가?"소태산 대종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돌아가면서 다짐을 받았다.중앙 단원 송도군이 백지를한 장 들고 와서 하나씩 백인을 받기 시작했다.
"서로 섞갈리지 않도록 똑똑히 찍어!"
단장이 엄히 주의를 내렸다.
9인 단원이 찍은 사무여한의 최후증서는 마지막으로 단장의 손에 넘어갔다.
한동안 단장은 최후 증서를 살펴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참 잘 됐다!혈인이 나왔다!"
기뻐하는 얼굴로 일동을 칭찬했다.
"이것은 그대들의 일심에서 나타난 증거다!"
곧바로 단장은 하늘에 고하였다.
"음부공사(陰府公事)는 이에서 판결이 났다.우리의 일은 이제 성공이다."
이제 아홉 단원들은 자결할 일만 남았다.
이재풍이 물었다. "죽으려면 여기서 할 겁니까?각자 기도처에서 할 겁니까?"
유성국이 핀잔을 주듯 말한다. "이제 일이 판결 났는디 뭐하러 죽어."
단장은 빙긋이 웃을 뿐 다른 말이 없었다.
침묵이 흘렀다.최후의 결행을 할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이윽고 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바로 행장을 차려 기도장소로 가라!"
아홉 단원은 비장한 결의를 가지고 각자의 시계와 단도와 기타 일체 도구를 휴대하고 각기 방위를 향해 출발했다.
도실 밖으로 나와 단장은 한참 동안 그들의 가는 뒷모습을 지켜 봤다.
그러더니 돌연히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그대들에게 한 말 더 부탁할 바 있으니 속히 도실로 돌아오라!"
단원들은 이상히 여기면서 다시 돌아오니 단장이 말하였다.
"그대들의 마음은 천지 신명이 이미 감응하였고,음부공사가 이미 판결이 났으니 금일에 그대들의 생명을 기어이 희생하지 아니하여도 우리의 성공은 오늘로부터 비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