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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개 인 전 [ 푸 른 방 랑 ]
2006년 4월 1일 - 4월 26일
2006년 4월, 양평의 사진 전문 갤러리 ‘瓦’에서 사진가 김홍희가 개인전을 갖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년 한 해 모두 7권의 책을 내며 사진가로, 또 출판 및 전시 기획자로 왕성한 활동을 보인 그가 2년여에 걸쳐 인도와 몽골을 방랑하며 찍은 사진들 약 30여 점이 선보입니다.
2005년에 발간되어, 국내 최정상급의 현업 사진가로서는 드물게 자신의 사진론과 노하우를 숨김없이 담아내어 화제가 되었던 <나는 사진이다> 이후 김홍희는 <방외지사>, <나를 쳐라> 등의 책을 작업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진계에 있어 김홍희의 가치는 비단 개인 작업 뿐 아니라, 교육자이자 기획자로서 <사진집단 일우>를 이끌며 <시간을 베다>, <BUSAN 10/30>등의 책과 전시를 만들어내며 사진에 대한 가르침에 목마른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끌어안고 함께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김홍희는 이번의 <푸른 방랑>전을 통해 청량한 공기감의 몽골 사진들과 아스라한 물안개가 피어나는 인도 사진, 미칠 듯이 아름다운 서해 변산의 푸른 밤 사진들을 과감히 하나로 묶어서 보여줍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전혀 다른 땅과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떤 종류의 떨림이 존재하는가, 사진에 담긴 그들의 삶은 어떻게 만나고 또 어떤 방식으로 공명하는가를 그의 사진은 카메라를 든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보여 주고 있는 듯합니다.
특유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발색으로 담아내는 그의 인도와 몽골은 기존 한국 사진가들의 여행 사진과는 그 맥락을 달리합니다. 김홍희는 인도를 삶에서 유리된 영적인 공간으로 환원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히지도 않고, 몽골의 대자연에 압도되어 사람들의 거친 삶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습니다. 그의 카메라는 때로는 흔들리며 사람들을 관조하고, 때로는 자세를 낮추어 거침없이 그 안으로 파고들어갑니다.
김홍희는 다른 사진가들처럼 아름다운 타지마할의 실루엣이나 빈민굴의 참혹한 모습에 매혹되는 대신, 화려한 사리를 걸친 여인들의 발에 앉아 있는 파리 몇 마리를 발견하고 셔터를 누릅니다. 김홍희가 몽골에서 발견하는 것 역시 광활한 대자연의 풍광이나 유목민의 생활이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뒤로 하고 자신의 몸을 외롭게 지탱하고 있는 낡은 철조망이나 허름한 가게 같은 것입니다. 김홍희는 단순히 현란하거나 참혹한 이미지를 쫓는 사진가가 아니라 카메라로 자식을 먹이는 생활인으로서 삶이 무엇인가를 사진을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진계에는 사진은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작업들이 존재했습니다. 그 질문은 곧 삶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어디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 사진가들의 작업에 깊이 전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김홍희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건, 또 어디로 가건 간에 지금 우리는 길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홍희의 사진들에서는 서늘한 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들꽃이 피어 있는 몽골의 길에서건, 앙상한 전봇대가 서 있는 변산의 검푸른 길에서건 아마 우리는 그런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갤러리 ‘瓦’에서 열리는 김홍희의 이번 전시는 <나는 사진이다>,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등 몇몇 출판물과 정기간행물에서 발표되었던 김홍희의 근작들과 미공개 사진들을 정리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최상급의 디지털 파인 프린트로 만들어진 그의 사진은 출판물과는 또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입니다.
1989년 당시 Tokyo Visual Arts 1학년 생으로 신주쿠(新宿) Nikon Salon과 2학년 때 동경 Olympus Hall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는 다닌 학교에서는 물론 일본 전역에서도 당시 현역 사진학교 학생이 이룬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이 전시는 1989년 <아사히(朝日) 카메라>와 <니혼(日本) 카메라> 등의 여러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일본에서 현역 학생이자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92년에 귀국하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1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특히 2001년 일본 나라(奈良) 시립 사진 미술관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가졌다. 카메라와 펜을 들고 세계 수십 개 나라를 방랑하였으며, 그 여정을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컴>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고향에 돌아와 정주하며 전국의 암자란 암자는 다 찾아 다녔다. 이 암자 기행을 소설가 정찬주 씨의 글과 함께 《중앙일보》에 연재했으며, 단행본 『암자로 가는 길』로 출판했다. 또한 부산 최초의 사진 전문 갤러리 <포토 갤러리 051>을 운영하며 갤러리가 문을 닫은 2003년까지 여러 기획전을 만들어내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99년에는 우리시대의 얼굴을 촬영한 『세기말 초상』이라는 사진집을 출간, 문예진흥원이 선정한 <한국의 예술선 2000>에 선정된 28명의 예술가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2000년, 한국의 이미지 메이커 500인 중에 선정된 25인의 사진가 중에 한 사람이기도 하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와 『인생은 지나간다』,『벼랑에서 살다』,『예술가로 산다는 것』, 『방외지사』등의 사진을 촬영하였다. 2002년 초겨울에는 자신의 사진 산문집『방랑』을 출판하였고, 이 책은 2005년에 다시 발간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자신의 본격적인 사진론을 밝힌 『나는 사진이다』를 출간하였고, 그 이후 사진집단 <일우>를 이끌며 <시간을 베다>, <BUSAN 10/30>등의 프로젝트를 책과 전시로 만들어내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