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을 자유를 주어야한다. | |
준수가 책을 읽고 나서 독서교육시스템에 접속을 했다. 자신이 읽은 ‘까막눈 삼디기’를 클릭해서 들어가니 문제가 나온다. 문제 하나, 삼디기가 살고 있는 방에 있는 것을 바르게 짝지은 것은? “1번 책상, 옷장, 고물텔레비전 2번 전화, 텔레비전, 컴퓨터 3번 옷장, 이불, 고물텔레비전 4번 전화, 고물텔레비전 녹음기” 문제 둘, 삼디기가 일흔을 넘으신 할머니와 ( )에서 단둘이 살았다” “1번 충청도 산골 2번 경상도 바닷가” 문제 셋, 삼디기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자 할머니는 ( ) “1번 애고 우리 삼디기 똑똑혀/ 하고 궁둥이를 두드려주셨다 2번 공부는 하지 않고 텔레비전만 본다고 혼내셨다” 준수는 위의 문제가 포함된 10문항을 풀고 6문제를 더 맞춘 후 감상문을 쓰는 단계로 넘어간다. 하지만 감상문 통과는 예상보다 쉽다. 컴퓨터가 핵심단어만 인식하면 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인 준수의 경우 250자 중에서 핵심단어만 포함되어 있으면 통과다. 이는 부산시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독서인증제문제의 예이다. 최근 경상남도교육청에서도 독서인증제 도입을 예고해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3일 진주동화읽는어른모임에서는 ‘학생의 날’을 맞아 지난해부터 교육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독서이력철 도입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계획대로 벌였다. 서명운동을 벌인 회원들은 “경남교육청에서 독서인증제를 도입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였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정미경 회장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독서인증제의 경우 모두 똑같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문제이고 독후감의 경우 그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를 어떻게 핵심단어 하나로 평가할 수 있는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선숙 회원은 “선정도서들을 위원들이 직접 읽어보고 선정했는지 의심스럽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자유, 책을 읽고 싶지 않으면 읽지 않을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서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는 부산 지역에서는 논술학원에서 족집게 문제를 출제하고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에서 독서퀴즈 예상문제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교육부에서는 2007년까지 메뉴얼을 만들어 시범학교에서 적용을 한 뒤, 2011년부터 대학 입시에 반영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다시 말해서 개인이 읽은 책을 목록으로 만든 후, 이것을 대학 입시 때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독서인증절차를 통해 학생의 독서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입시나 입사 과정의 독서능력 검정자료를 제공한다는데 두고 있다. 독서인증제에 임하기 위해서는 모두 같은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골라 읽을 자유’에 대한 침해도 문제려니와, 자칫 출판시장이 왜곡될 여지도 있다. 독서이력철 제도를 반대하는 동화읽는어른모임 회원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책 읽을 재미조차 앗아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