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라고 마음 설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4년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다.
12월은 지는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때....
올 연말과 연초에는 가족과 함께 육지 끝마을뿐 아니라 호수와 산사 등 우리 땅 곳곳에 숨어있는 해넘이·해돋이 명소를 찾아봅시다.
차가운 바람에 체온을 나누려고 마주잡은 손길에서 가족간 사랑과 새해의 희망이 생겨나겠죠?
《해넘이 명소》
하늘을 뒤덮은 새떼들의 함성 태안군 천수만
한 무리의 새떼가 수면을 박차고 일제히 날아오르면 숨어있던 해넘이의 황홀한 빛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새떼의 날갯짓에 산산이 부서지는 붉은 빛. 철새들의 아름다운 군무와 서로 부대끼며 밀어를 나누는 갈대가 어우러진 천수만의 해넘이는 눈부심의 연속이다. 방조제 한가운데 자리잡은 간월도에서도 한 무리의 새떼가 하늘을 뒤덮는다.
천수만은 충남 홍성과 안면도 사이에 있는 서해의 좁고 긴 만이다. 이곳 가운데 불쑥 튀어나온 땅이 서산 부석면인데, 지난 80년부터 현대건설이 홍성군 서부면과 태안군 남면 사이를 잇는 제방공사를 위해 양쪽에서 좌우로 길게 둑을 쌓고 간척을 시작해서 무려 15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농지 3만평과 거대한 2개의 담수호를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60여종 2백여만 마리의 철새들이 모여들어 전국 제1의 철새 도래지로 변모하여 조수 애호가 및 관광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곳. 천둥오리, 흰뺨오리, 흰비오리, 청머리오리, 쇠오리, 고방오리, 큰고니, 기러기, 원앙새, 황오리 등이 떼를 지어 하늘을 수놓는 모습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이 천수만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간월도에서 바라보는 일몰 또한 장관이다. 간월도는 천수만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으로 뭍이 됐으며, 어리굴젓의 산지와 일몰 명소로도 유명한 곳. 넓게 펼쳐진 개펄과 포구, 건너편 안면도 해안과 어선들의 풍경이 그림 같다. 해넘이와 달돋이가 멋지게 펼쳐진다.
천수만 방파제를 따라 들어서면 서산 간척A 및 B 지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첫번째 방파제를 지나면 철새 도래지 전시장이 나오는데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현지 이동 버스를 이용하면 철새 도래지로 갈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여기서 철새 도래지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되어 겨울철 일몰 시간이 짧은 때에는 오후 4시면 막차가 떠난다는 사실. 개인 차량 이동은 절대 금물.
【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32번 국도→서산→649번 지방도로→부석→서산A·B지구 방조제 【 주변 관광지 】 태안해안국립공원, 만리포해수욕장
할미·할아비바위 사이로 지는 해의 황홀함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해넘이.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태안반도 최남단인 안면도의 중심부에 서해를 품에 안은 채 자리잡고 있는 꽃지해수욕장은 해안을 따라 해당화와 매화꽃이 많았다 하여 한문으로 ‘화지해수욕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백사장은 고운 모래로 되어 있어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경관이 일품.
해마다 피서철이면 많은 피서객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현지인들에 따르면 꽃지해수욕장의 진정한 묘미는 인파가 끊긴 겨울 무렵. 특히 방송이나 사진을 통해 낯익은 모습인 해넘이 광경은 한번 본 사람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장관이라고 한다.
특히 꽃지해수욕장의 수문장인 양 슬픈 전설을 간직한 채 바다 위에 고즈넉하게 서 있는 할미·할아비바위는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한 곳. 수면에 닿자마자 이내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해와 점점 붉게 물들어 가는 바닷물,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는 할미·할아비바위는 절대 잊지 못할 한폭의 풍경화가 된다. 해가 바위에 걸릴 무렵이면 여기저기서 이 광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의 사진 찍는 소리가 요란할 정도. 젊은 연인과 부부들의 밀월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기도 한다.
물이 빠지면 갯바위가 드러나 조개, 고둥, 게, 말미잘 등을 관찰할 수 있으며, 자연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해변의 길이가 가장 긴 안면도 최대의 이 해수욕장은 잘 포장된 넓은 공동 주차장과 공동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입구까지 4차선 도로가 나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포승 IC→당진→서산→태안→안면→승언리→꽃지해수욕장 【 주변 관광지 】 안면도 자연휴양림, 롯데오션캐슬, 삼봉해수욕장, 안면도 수목원
절집에서 감상하는 붉은 산맥 부석사 무량수전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본 태백산맥의 해넘이 광경.
‘… 무량수전 안양루에 올라 멀어져 가는 태백산맥을 바라보면 소스라치는 기쁨과 놀라운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니 부석사는 정녕 위대한 건축이요, 지루한 장마 끝에 활짝 갠 맑은 하늘과 밝은 햇살 같을 뿐이다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중에서)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 해동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왕명에 따라 창건한 으뜸 사찰이다. 부석사라는 이름은, 무량수전 서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어 ‘뜬돌’이라 부른 데서 유래한 것. 경내에는 신라유물인 무량수전 앞 석등, 석조여래좌상, 당간지주 등이 있고, 고려시대 유물인 무량수전,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조사당벽화, 고려각판, 원륭국사비, 삼층석탑 등이 있다. 특히 무량수전은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 중 하나이며 조사당벽화는 목조건물에 그려진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 때문에 경내는 사시사철 이곳을 찾는 인파로 가득하다.
우리나라에서 여행 꽤나 한다는 여행 전문가들은 모두 이곳을 경탄해마지 않는다. 예쁜 절집과 영남 최고의 사색 길이라 불리는 은행나무 숲길, 중간부분이 불룩한 소위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무량수전 등….
그러나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부석사의 최대 절경은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본 태백산맥의 해넘이 광경이라는 것. 하루 한낮 세상을 광명으로 이끌던 태양이, 그 고단한 여로를 마감하는 의식을 접하는 순간 보는 이는 모두 부처가 되고 보살이 된다고 할 정도다. 그 해넘이를 단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쉬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해넘이가 끝나갈 무렵 울리는 범종소리는 여행객의 마음을 청아하게 한다.
【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IC→중앙고속도로 제천→단양→죽령→풍기→부석사 【 주변 관광지 】 소수서원, 순흥박물관
배 한척, 소나무 몇 그루의 고즈넉함 변산반도 솔섬
변산반도는 주변 관광지와 어우러져 해넘이 여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서해 3대 해넘이로 꼽히는 변산반도 격포 해넘이. 안면도 꽃지 일몰이나 강화 일몰이 예쁘고 아기자기하다면 격포 해넘이는 장엄하고 숭고하다. 사계절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변산반도의 겨울은 따뜻하기만 한데 이곳에서 해넘이를 보면서 묵은해의 아집과 시기, 질투, 고통, 온갖 버리고 싶은 상념들을 붉은 해와 함께 저 변산의 바다로 떨어뜨릴 일이다.
변산에서도 최고로 치는 해넘이 광경은 솔섬으로 지는 해.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전라북도학생해양수련원 앞에 있는 솔섬은 변산반도 일원에서 알아주는 해넘이 명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석강 해넘이와 변산해수욕장 해넘이를 최고로 치지만 도청리 솔섬을 배경으로 한 해넘이 풍경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주저 없이 솔섬을 변산반도 최고의 해넘이 여행지로 꼽는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 한적한데다 배 한척과 소나무 몇 그루가 있는 섬 하나를 배경으로 한 일몰 풍경이 가히 압권인 때문이다. 특히 솔섬의 이 같은 풍광은 사진작가들을 깊고 길게 매료시킨다.
사실 솔섬은 섬이라고 이름붙이기 어려울 만큼 작고 볼품없다. 하지만 간조 때면 솔섬까지 바닷길이 열려 걸어갔다 올 수 있고, 만조 때면 늘 한척의 배가 외롭게 부유하고 있어 어느 곳보다 운치 있다. 잔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의 어느 쪽에서 보아도 일몰 풍경이 같지 않은 것도 솔섬이 가진 매력.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곳이라 조용하게 한해를 정리하고 싶을 때 가면 좋은 곳이다.
【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IC→줄포→부안 방면 23번 국도→영전리 좌회전→30번 국도→내소사 방향 군도→격포 방향 3번 국도→채석강, 변산해수욕장 【 주변 관광지 】 새만금갯벌, 변산해수욕장, 격포항, 채석강, 곰소염전, 내소사, 개암사
한곳에서 해넘이·해돋이 모두 보고 싶다면!
당진 왜목마을과 서천 마량포구
해넘이와 해돋이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이곳을 찾는 것이 좋다. 서해안의 작은 포구인 당진군 왜목마을. 갯벌과 낚싯배를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고 지는 모습이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해돋이는 왜목마을 포구 앞에서 가장 잘 보이는데 특히 장고항 용무치로 떠오르는 해를 최고로 친다. 해넘이는 대호방조제나 삽교호방조제에서 바라보는 것이 최고. 또는 왜목마을 뒤편의 야트막한 석문산에 오르면 일출과 일몰, 월출을 모두 볼 수 있다.
왜목마을은 한해에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날만 평균 1백80일 정도여서 웬만큼만 날이 맑으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한순간 바다가 짙은 황토색으로 변하면서 바다를 길게 가로지르는 불기둥을 만들어내는 일출 모습은 장엄함으로 대변되는 동해의 일출과 달리 은근하면서도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
왜목마을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당진 IC→원당 삼거리→송산→군도 20번, 19번→석문면→왜목마을. 주변 관광지로 대호·석문·삽교호방조제, 난지도 해수욕장, 철새 도래지, 솔뫼성지, 필경사가 있다.
서천군 마량포도 일몰과 일출을 보기 위해 서해에서 동해까지 밤을 타고 국토횡단을 감행하는 고행을 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이곳에만 가면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를 한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
마량포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이곳의 특이한 지형 조건 때문이다. 포구가 휘어진 칼날처럼 바다로 툭 튀어나와 있어 양쪽에 바다를 끼고 있는데다가 겨울철이면 해가 남쪽으로 많이 내려가므로 동남쪽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동해의 일출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장관이라면 마량포의 일출은 서서히 뜸을 들이며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게 장관이다. 게다가 기상변화가 심하지 않아 일출을 볼 수 있는 확률도 높다. 물론 서해답게 낙조 역시 일품이다. 서천군에서는 매년 12월31일과 1월1일에 걸쳐 마량포 해돋이 축제를 열고 있다.
마량포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당진 IC→예산→홍성→보령→비안→마량리. 주변 관광지로 춘장대해수욕장, 금강하구둑, 신성리 갈대밭이 있다.
《해돋이 명소》
남해안 3대 해돋이 명소 가운데 하나 여수 향일암
남해의 해돋이는 동해와 다른 부드러움이 있다.
오동도와 함께 여수를 대표하는 명소인 향일암은 해남 땅끝마을,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남해안의 3대 해돋이 명소로 꼽을 수 있는 곳이다. 강원도 낙산사의 홍련암과 강화도 보문사,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특히, 연초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어 작은 암자가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여천군 돌산면 율림리에 있는 향일암은 신라의 도승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서산, 사명 두 대사가 왜병과 싸운 의병의 본거지이며 잠자던 민족혼을 일깨운 유서 깊은 사찰이기도 하다. 달라붙어 있는 커다란 두개의 바위 사이의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데 아마도 몸과 마음을 가볍게 비우고 들어오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생긴다.
100m 정도의 절벽 위에 자리잡은 암자에서 이른 아침 바라보는 해돋이가 아름다워 향일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해돋이 못지않게 달 뜨는 광경도 신비로워 ‘월출암’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지니고 있다. 매년 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로 ‘향일암 일출제’가 열린다.
향일암은 이른 새벽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야 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둠을 밝히고 동해에서 해가 떠오르면 서서히 암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동백숲과 바위병풍이 에워싸고 있는 암자의 모습이 그림엽서처럼 펼쳐진다. 정상에 오르면 낙조도 만날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 남해고속도로 순천 IC→22번 국도→순천→17번 국도→여수→돌산대교→돌산도→향일암 【 주변 관광지 】 전라남도 수산종합관, 오동도, 돌산대교
한해의 부귀영화를 빌며 맞는다 양양 낙산사
의상대에서 해돋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한해의 부귀영화와 건강을 비는 해돋이라면 사찰만한 곳이 또 있을까? 가족들과 함께 해맞이 법회가 열리는 사찰을 찾아가 활기찬 새해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양양의 낙산사. 그중에서도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해돋이는 이미 널리 알려진 장관이다.
이곳 낙산사는 해안절벽위에 자리잡고 있어 주위의 소나무와 기암절벽, 망망대해가 함께 어울려 최고의 해돋이 풍경을 그려낸다. 그래서 관동팔경의 제1경이라 부르는 데 손색이 없다. 낙산사에서도 의상대와 홍련암이 일출을 보기에 최고 좋은 코스.
의상대에서 가까운 홍련암은 요즘 새로이 각광받는 해돋이 명소다. 이곳을 찾으면 으레 누구나 한번쯤 법당 안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마룻바닥 어딘가에 뚫려진 ‘구멍’을 찾아서다. 길이 8㎝ 정도의 정사각형 구멍. 뚜껑 열고 들여다보면 깊이가 10m쯤 되는 암자 아래의 좁고 긴 바위 틈새로 바닷물이 들락거린다.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는 관음굴로 알려진 바로 그 바위 틈새다.
이런 믿음 때문인지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게 해달라고 구멍에 대고 합장한 채 절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법당 바닥의 구멍을 통해 파도소리를 들으며 새해의 간절한 소원을 빌기에 좋은 곳. 낙산사에서는 매년 제야의 종 타종과 함께 1월1일 오전9시 의상대에서 타종법회를 한다.
【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강릉 IC→양양→속초 방향 7번 국도→낙산해수욕장 입구 【 주변 관광지 】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약수, 소금강국립공원, 통일전망대
애국가 해돋이 장면은 바로 이곳 동해 추암해수욕장
외국인들도 극찬한 추암해수욕장 촛대바위의 해돋이 광경.
비취색 바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해돋이 일번지, TV애국가 장면에 나오는 촛대바위 해돋이로 유명한 곳이 바로 추암해수욕장이다. 매년 1월1일이면 그 넓은 백사장이 해돋이 인파로 가득할 정도.
오랜 기다림 끝에 수면 위로 해가 떠오르면 해의 높이에 따라 기암괴석의 형태와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 모습이 보는 이에게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금강산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한 절경을 지니고 있어 ‘추암해금강’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바다에 일부러 꽂아놓은 듯 솟아 있는 촛대바위에 걸린 태양은 외국인들도 극찬할 정도.
해돋이 감상이 끝나면 너른 백사장이 펼쳐진 추암해수욕장을 거닐어보는 것도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다른 곳과 달리 양쪽 바위 사이로 가운데가 쏙 들어간 반달모양을 하고 있는 이 곳 백사장은 깨끗한 모래와 푸른 바다, 퇴적암으로 이뤄진 기암괴석이 무척 고혹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연유로 피서철이면 피서객들로 붐빈다. 하지만 겨울의 추암이 더욱 매력적이다.
바다와 어우러진 ‘해암정’도 해변의 그윽한 정취를 감상하기에 좋다.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해암정은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조경법이 돋보인다. 고려 공민왕 10년(1361)에 정치에 환멸을 느낀 심동로가 낙향해 세운 정자인데, 일종의 별장으로 정면 3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이뤄져 있다. 뒤쪽 문을 열면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너른 바다가 시야를 넓게 터준다.
단지 아쉬운 점은 이곳에서도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곳곳에 둘러쳐진 철조망과 간혹 보이는 경비초소가 미관을 해친다. 그러나 여전히 추암은 아름답다.
【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동해 IC→동해→동해탑 삼거리 좌회전→북평동→추암해수욕장 【 주변 관광지 】 두타산, 무릉계곡, 천곡동굴, 금강산 유람선 터미널, 망상해수욕장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포항 호미곶
영일만의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는 매년 1월1일 0시를 전후로 대대적인 행사가 펼쳐진다.
우리나라 지도의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해 ‘호미곶’이라 불린다. 지도상으로 보면 동해로 가장 많이 튀어나와 있어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구경할 수 있다는 이곳은 육당 최남선이 조선 10경 중 가장 아름다운 일출 장소로 꼽은 곳. 일제 때 일본학자들이 한민족의 정기를 차단하고자 쇠말뚝을 박기도 했다.
호미곶 해돋이광장에선 매년 1월1일 해돋이 축제가 펼쳐진다. 사람의 양손을 바다와 육지에 각각 설치한 조형물 ‘상생의 손’이 햇살을 움켜잡으려는 듯 마주보고 있으며, 해상 불꽃쇼, 횃불 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좋다.
포항시에서 925번 지방도로로 접어들면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한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겨울바다 풍경은 그림이 되고 시가 된다. 작은 포구의 갯마을들이 고향처럼 푸근하게 다가온다. 갈매기들의 울음소리, 바닷사내들이 쏟아내는 고함, 과메기를 놓고 벌이는 흥정소리 등 삶의 소리가 들려온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서 계속 925번 지방도로를 따라 12㎞ 남짓 내려가면 구룡포항. 유난히 긴 방파제와 예쁜 등대 때문에 CF에 자주 등장하는 곳으로 수많은 갈매기와 비릿한 바다 냄새가 항구의 정취를 듬뿍 느끼게 해준다. 동해안 근해어업의 중심지인 구룡포는 과메기로 유명하다. 통나무로 4단, 5단의 건조대를 짓고 꽁치를 널어 말리는 과메기 덕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꽁치를 바닷바람에 말린 과메기는 비린내가 없고 쫀득쫀득해 겨울철 술안주로 제격이다.
【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경주 IC→포항 방면 7번 국도→포항→구룡포 방면→약전마을→925번 지방도로→해맞이 광장 【 주변 관광지 】 호미곶등대, 등대박물관, 구룡포항, 포항제철
해맞이 요령
해돋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확률은 약 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돋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몇 가지 요령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해맞이의 묘미는 △해가 떠오르기 전 발그스름하게 하늘이 물들 때 모습 △일출 직후 해 밑부분이 수평선(지평선)과 ‘끈끈하게’ 맞닿아 오메가 형태를 만드는 모습 △바람이 불 때마다 가리웠던 구름이 잠깐잠깐 비껴나며 드러나는 해의 모습 등을 감상하는 데 있다.
필요한 카메라 장비 없이 일출을 사진에 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오히려 편하다. 일출의 장관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좋은 사진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면 해돋이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한다. 해를 배경으로 촬영한다면 반드시 플래시를 터뜨려 노출 차이를 줄여줘야 한다.
해맞이는 ‘무조건 서두르는’ 것이 좋다. 예정 일출시각보다 최소 30분 먼저 도착해야 좋은 자리를 확보할 뿐 아니라 일출을 여명부터 ‘풀 코스’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 내가 태어난 충남 서산의 간월도(지금은 방조제로 섬이 아님) 해넘이도 극치임.(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