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⑩]
종로구 지방자치 30년사
“종로 지방자치 주도 세력 변천”
이 병기(정치학 박사)
<종로구 구의원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
공무원 주도에서 지역 주민 주도로 변천
종로구 의원들이 평가하는 지방자치에서의 풀뿌리 정치 주도 세력 변천에 대한 의미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시대 정치풍토에서 오랫동안 종로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토호들의 관점과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등장한 선거자치세력의 관점은 입장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또한 현재 현역으로 있었던 구의원들 중에서도 전통적 주도 세력의 일원에서 나온 토착자치세력 출신 의원과 선거자치세력의 아류로 분류되는 경선자치세력 의원에 따라 사뭇 다르게 평가된다.
종로구 토호 세력 입장의 구의원은 대표적으로 이두학 종로구 의회 초대 의장을 꼽을 수 있다. 종로구 지역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이두학 의장은 전국 새마을금고 연합회 회장을 지낸 종로구 최고 거물이다. 종로구 청운동에서 1991년 처음 구의원 출마했을 때에도 동네에서는 그에게 맞설 인물이 없었으며 동네 주민들도 단일 추대하자는 여론이 높아 무투표 당선됐다.
그리고 구의회가 구성되자 구의회는 당연한 듯 그를 의장으로 단일 추대했다. 물론 당시 이종찬 국회의원이 자당 구의원들에게 권유를 하면서 그 영향이 지대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두학 의원은 강력한 토호로서 만장일치 의장이 됐다.
당시 이종찬 국회의원도 그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지역의 토호 세력 중 최고의 토호였던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 관변세력의 대표적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반민주적인 동네 모습이라고도 할 수도 있지만 이두학 의장의 권위는 그만큼 높았다. 경제력이 뒷받침된 그의 권위는 관선 구청장 시절 구정 자문위원장을 지냈고 새마을운동 단체 수장을 지낸 종로의 실세 권력으로서 권위와 명성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장조차 지방자치 실시에 대한 평가는 매우 특별하다.
당시 이 의장은 “우리나라 지방자치 실시는 중앙정권에 종속된 관(官) 주도의 분위기에서 주민 위주의 분위기로 변하는 중차대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이 의장은 ‘지방자치가 지역의 일은 지역 주민 스스로 결정하여 처리한다’는 개념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의장은 그동안 구청 공무원 위주의 지역사회 운영은 민주주의에서 주민의 권리를 빼앗아 간 것이며 그로인해 지역의 진정한 민주주의는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지역의 최고 실세로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관 주도의 지역사회에서 주도권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중앙집권적 관 주도의 지역사회는 구청 공무원이 주인이라는 견해인 것이다.
이 전 의장은 “ 지방자치가 비로소 지역 주민이 지역의 주인이 되는 계기를 이뤘으며 이는 종로구 지역사회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함의하는 바는 실로 중차대한 의미가 담겨 있다. 종로의 오랜 토호로서 지역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던 이 전 의장 입장에서도 지방자치에서의 주도 세력 변천은 ‘공무원에서 주민에로의 이전’이라는 평가다.
지방자치 실시 이전의 지역 주도권은 공무원이 장악했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지역의 주도 세력으로 존재하는 모습은 바로 관료주의 풍토였으며 관이 지배하는 시대였다는 평가다. 따라서 지방자치에서의 주민 정치 주도 세력 변천은 지역 공무원에서 주민에게로 변화하는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의장은 지방자치가 지역 주민의 ‘주인 권리’를 되찾는 진정한 민주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종로주민이 스스로 종로구민의 생활편의와 복지증진 그리고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회복하는 참여와 결정은 지방자치가 마련해 놓은 주민 정치의 시작이며 이는 우리 국민에게 역사적인 쾌거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 의장은 풀뿌리 정치가 진정한 민주정치 발전의 단초를 이루었다고 강조한다. 종로구 지역사회의 민주화는 종로주민이 종로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담긴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 의장은 특히, 종로구 지역정치가 풀뿌리 정치로 본격화되는 형태는 지역사회의 활기를 일으키며 보다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는 계기를 이뤘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지역 정치는 지역 국회의원 위주의 중앙정치 종속성이 강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참여도가 매우 미약했었지만 풀뿌리 정치의 태동으로 지역의 유지들은 신바람을 느끼는 추세였다고 설명한다. 이 의장은 풀뿌리 정치가 지역사회 유지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활력소였으며 그동안 국회의원을 위한 선거에서 자신의 선거를 위한 정치활동을 한다는 차원에서 열심히 했었다고 회고한다. 이 의장은 지방자치에서의 풀뿌리 정치로 지역사회 전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제도권 정치에 동참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했다고 평가를 한 것이다.
결국 지방자치에서의 풀뿌리 정치는 지방자치 초기 지역의 토호 또는 토착 세력들에게 본격적인 정치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며 지방정치인으로서의 명예심을 일깨운 셈인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권위주의 시대, 공무원 위주의 관변세력 주도사회에서 지역 주민이 진정으로 주인이 되는 계기를 이루며 토호들에게는 제도권 정치 진입으로 일종의 신분 상승을 이루는 기회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러한 출발이 지역 민초들의 정치참여와 민주 의식을 일깨우며 지역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기제가 됐음이 틀림없는 것이다.
토호 세력 주도에서 선거자치세력으로 변천
김이환, 전 종로구 의회 의장은 제2대 의회와 제3대 의회 의원을 지냈다. 1995년 처음, 초선으로 구의회에 입성해서 1998년 제3대 의원이 됐을 때 마침 ‘여대야소(與大野小)’를 보이자 구의회 의장이 되는 선거자치세력 중에 한명이다. 구의원 이전에는 창신2동 호남향우회 회원으로서 평범한 주민에 불과했다. 종로 지역사회에서는 거의 무명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 흔한 관변단체에도 끼지 못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풀뿌리 정치가 생성되면서 그는 풀뿌리 정치의 주민대표로 선출됐고 풀뿌리 정치 속에 종로 사회 주도 세력으로 급부상한 경우다. 김 전 의장은 종로 지방자치에서 주도 세력의 변천을 이렇게 단언한다. “종로 사회 주도 세력 변천은 민초들의 승리이자 주민의 권리 회복입니다”
김 전 의장은 맨 처음 지방자치가 공무원 위주에서 토호들의 주도로 바뀌었지만 일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주도 세력들이 공무원과 유착된 형태에서 공무원들의 주도권을 토호들이 가져갔을 뿐 주민들이 느끼는 정서는 매 한가지였다는 평가다. 따라서 토호들의 주도권을 일반 주민들이 장악하면서 지역의 민초가 진정한 주인이 됐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초기 지역의 토호들이 지역을 장악하면서 나타난 행태는 과거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시대 풍토와 비슷했습니다. 지역 행사에서도 그들만의 잔치였으며 오히려 토호들의 권세와 특권의식은 더욱 강화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제도권에 들어간 토호들의 권력은 거의 무소불위 수준이었습니다”
김 전 의장은 지역의 토호들이 제도권에 진입한 이후에도 일반주민은 지역에서 여전히 소외된 입장이었으며 주민으로서의 평등한 권리는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구의회에 등원을 하면서부터 비로소 지역의 주민이라는 대우를 받게 됐고, 지역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지역에서 주민 대접을 받는다는 의미는 실로 큰 뜻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동네에서 수십 년을 살았어도 주민이 주민 대접을 못 받는 모습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라고 술회한다. 주민의 권리 회복이라는 가치 차원을 떠나서 주민이라는 정서에서 가장 큰 기쁨이라고 설명한다. 주민이 주인으로서 권리를 떠들고 그동안의 차별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일반 주민들이 한결같이 바라던 기본적 욕구이자 갈증이라는 것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