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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에팔 고찰(요약본)
박순선(인천 연무정 교장)
1. 머리말
우리 활쏘기 용어 중에 ‘멍에팔’이란 말이 있다. 줌팔을 뻗었을 때 소의 멍에처럼 굽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멍에팔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 멍에팔은 정상에서 벗어난 형태의 팔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이와 같은 생각과는 다른 의견들이 나타나서 국궁계의 일부에서 작은 시빗거리가 되었다. 당연히 활터는 오랜 전통을 지닌 곳이기 때문에 이런 시빗거리도 그런 전통에 기준을 두고 판단되어야 한다.
이 글은 활쏘기를 하는 궁사들과 학술인들 간에 ‘멍에팔’이란 용어에 대한 이견들이 있어 ‘멍에팔’에 대한 올바른 용어 정립을 통해 올바른 활쏘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앞선 논의를 먼저 살펴보고, 활터 현장에서 이 용어가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가 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인천 지역의 활터를 돌아다니며 40~50년 정도 활을 쏘신 분들을 면담하고 채록하였다. 번거로워도 중요한 자료들이라서 모두 소개하였다.
2. 활터 용어 ‘멍에팔’
1) 멍에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글
‘멍에팔’이란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 책은 대한궁도협회에서 낸 공식 교범인『한국의 궁도』이다. 거기에 멍에팔에 대해 줌팔이 구부러지는 것을 가리킨다고 나온다. 여기에는 멍에팔이 좋다 나쁘다 하는 판단이 들어있지 않다. 다만 책의 뒷부분 활터 용어를 정리한 곳에서 그런 용어가 있다는 소개를 하였다.
『조선의 궁술』에는 멍에팔이 없는데, 그것을 『한국의 궁도』에 추가한 것으로 보아 편집자인 임종남이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조선의 궁술』는 없지만 활터에서 쓰는 용어들이 많으므로 이런 작업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멍에팔에 대한 구사들의 판단을 참고하여 처음으로 멍에팔을 좋지 않은 것으로 정리한 사람은 정진명이다. 『충북국궁사』에서 처음으로 멍에팔을, 어릴 때 다쳐서 펴지지 않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반대 의견이 없다가, 한참 지난 후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타난 것이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멍에팔에 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멍에팔에 관한 글들을 우선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① 『충북국궁사』(1997: 128)
멍에팔: 멍에는 소의 목에 걸어서 짐을 끌도록 된 것이다. 팔이 그처럼 휘이는 것을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는데 한창 자라는 나이에 팔이 접질리거나 부러지면 그러는 수가 생긴다.
② 다음카페 온깍지궁사회 이심전심1(김현원 고문님의 사법 이야기)
인천 무덕정의 김현원 고문님과 통화했습니다.(2001. 2. 26) 역시 사법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멍에팔이 뭐냐고 여쭈었더니, 멍에처럼 줌팔이 휘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멍에팔을 맞으려 들면 잘 맞는데, 힘이 약하면 불리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힘이 약하면 우그러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줌팔은 쭉 펴고서 쏘라고 가르쳤답니다.
비정비팔은 왼발을 과녁의 왼쪽귀에 맞추고 오른발을 과녁의 오른쪽귀에 맞춘다고 해서 역시 같은 말씀이셨습니다. 이것은 우리 활에서 불변의 진리일 것 같습니다.
김고문님은 문학산 밑의 무학동(舞鶴洞)에서 태어나셨는데, 해방 후에 선학동으로 바뀌었다는구만요. 무덕정에서 20년 넘게 사두를 지내셨답니다.
김고문님은 전국대회에서 22회 우승을 하셨답니다. 9순까지 연몰기를 하신 적이 있고요.
③ 다음카페 온깍지궁사회 이심전심1(안석흥 고문님의 사법 이아기)
오늘(2001. 2. 26) 인천 연무정 안석흥 고문님과 통화했습니다.
먼저 비정비팔에 대해서 여쭈었습니다. 왼발을 과녁의 왼쪽에 맞추어야 하느냐 오른쪽에 맞추어야 하느냐 여쭈었더니, 왼쪽이라고 하셨습니다. 옛날에 활 쏜 분들의 말과 모두 일치하는 말입니다.
발시 후 뒷손의 모양에 대해서 여쭈었습니다. 지금 유행하는 그 자리에서 떼는 사법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있기는 있었답니다. 그러나 대개는 발여호미 형으로 뻗어 쏘았다고 합니다. 뒷손을 그 다리에서 때고 마는 것은 언제부터 유행했냐고 여쭈었더니, 처음 듣는 말이라고 하셨습니다.
뒷손 뿌리는 것을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즉 사구손을 뒤로 내는데, <거머리를 떼서 팽개치듯이 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사구손이 뭐냐고 여쭈었더니, 사구는 구녕 뚫린 깍지를 낀 손을 가리키는 말이고, 사구손은 엄지손가락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그러니까 구멍 뚫린 깍지를 낀 손을 가르키는 말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발시 후에 손바닥이 어떻게 되느냐고 여쭈었습니다. <젖혀진다>고 하시더군요. 젖혀진다는 게 손바닥이 하늘을 보는 것을 가리키느냐고 여쭈었더니,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멍에팔이 뭐냐고 여쭈었습니다. 팔이 휜 것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줌손은 곧아야 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것. 김장환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김장환은 좌궁이었고, 강궁을 썼는데 60파운드 이상 되었다고 합니다. 화살은 1냥중을 썼다고 합니다.
④다음카페 온깍지궁사회 이심전심1(하상덕 고문님의 사법 이야기)
하상덕 고문님하고 통화했습니다.(2001. 2. 26) 역시 사법에 관해 여쭈었습니다.
하 고문님은 지금도 뒷손을 제껴 쏜다고 합니다.
해방 전에는 거의 다 뒷손을 다 뻗어 쏘았다고 합니다. 깍지손을 그 자리에서 딱 떼고 마는 형식이 언제부터 많이 유행하게 되었느냐고 여쭈었더니, 한 40년쯤 전부터 그리 되었답니다.
뒷손은 거머리 잡아떼듯이 하라고 가르쳤답니다. 안 고문님과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발시 후에 뒷손은 하늘을 보게 되는데, 비스듬히 본답니다. 수평으로 눕느냐고 했더니 그렇게는 안 되고 비스듬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줌손은 화살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내린다고 합니다. 과녁 밖으로 벗어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멍에팔이 뭐냐고 여쭈었습니다. 줌손을 뻗고서 당기는데, 처음에 배울 때부터 손이 구부러져서 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구부러진 것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좋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가르쳤답니다. 줌손은 곧게 뻗어야 한답니다.
⑤임실의 활터 군자정 이야기(2013: 276)
이 중에 가장 난해한 문구는 흉허복실인데 이것은 활쏘기에서 상체의 모양과 호흡에 대한 가르침으로 ‘가슴이 배이지 않게’와 ‘멍에 팔’과 ‘볏짚 한 단이 드나들 수 있게’와 같은 구전되는 가르침들을 함축한 문구이다.
⑥ 임실의 활터 군자정 이야기(2013: 280)
활터에는 구전되는 많은 용어들이 있다. 그 중에는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고어들과 선현의 소중한 사상이 담긴 격언들이 있다. 따라서 이 용어를 고찰, 분석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런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본 고서에서 활쏘기에 대한 용어를 다루고자 한 것은 오랫동안 구술로써 전해지는 용어들이 그 사용 빈도의 감소에 따라 점차적으로 소멸되어가는 현실적 상황에 비추어 이들 용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용어의 변이를 방지하고 고래용어의 보존을 위한 문헌화의 필요성에 기인한 것이다.
용어의 변이에 대한 예로써 ‘멍에 팔’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는데 한창 자라는 나이에 팔이 접질리거나 부러지면 그러는 수가 생긴다. ’(충북국궁사편찬위원회, 1997: 128)와 같이 멍에 팔에 대한 잘못된 기술에 대해 또 다른 문헌에서 ‘멍에 팔-팔이 굽은 사람의 손’이라 인용하고 있다.(정재성. 김형묵, 2007: 196)
이런 오류를 바로잡고자 한다. ‘멍에 팔’이란 활을 다 당긴 사람의 상체 모양을 표현한 것이며, 집궁제 원칙의 흉허복실과 그 맥을 같이한다. 즉, 흉허는 조선의 궁술의 흉격에서와 같이 ‘가슴통을 모두 비어야만 쓰나니 만일 배이거나 벌어지면 법에 대기한다.’(이중화, 1929: 60)라고 한 것과 같은 뜻이다.
멍에 팔은 양발을 벌려 과녁과 마주 선 자세를 취한 후 단전에 모인 기를 배근을 통해 어깻죽지를 거쳐 중구미를 지나 줌손 반바닥과 하삼지에 전달하여 줌손이 과역을 향해 전추태산할 수 있게 한다.
이 자세의 장점은 굽은 듯했던 줌팔이 발시 순간 곧게 펴지며 과녁을 향해 힘차게 돌진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이것은 곧 ‘장지손가락 솟은 뼈로 과녁을 민다.’ 와 같은 전추태산을 뜻하는 것이며, 활 당긴 상체의 모습을 멍에에 비유한 표현이다.
이와 같이 활터에 구술되는 용어들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고 체계적인 기록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2) 멍에팔에 대한 2가지 견해
이상을 살펴보면 멍에팔에 대한 의견은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먼저 멍에팔을 좋지 않은 현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①~④까지의 글들에서 표현하고 있는 멍에팔에 대한 개념은 팔의 모양이 소의 목에 얹은 멍에처럼 중구미가 기형적으로 휘어있는 외형에 대한 것이다.
반면에 멍에팔을 궁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한 글들이 있다. ⑤와 ⑥의 글들에서는 활쏘기를 하는 자세에서 활을 다 당긴 사람의 상체 모양이 삼각형 구도로 나온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이상의 여러 주장을 살펴보면 결국 두 가지 견해로 압축된다.
『한국의 궁도』에 나오는 ‘멍에팔’이라는 용어를, 인천 지역의 구사들(김현원, 안석흥, 하상덕)을 통해서 그 의미를 정확히 확인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줌팔의 형태라고 규정한 정진명의 글(『충북국궁사』)과,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전통사법에서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줌팔 모양으로 규정한 최석규의 글(「국궁의 유래와 풍속」)이다. 최석규의 글은 멍에팔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옛날부터 그래왔다는 식으로 설명하였다. 그런데도 대한궁도협회의 이름으로 유포된 자료이어서 이 내용이 현장에서 어떻게 인식되는지 특별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서로 상반된 두 견해 중에서 어떤 것이 옳은 견해인가? 이에 대해서는 단순히 개인의 지식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용어는 그것을 쓴 사람들이 있으니, 그것을 쓴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순서일 것이다. 당연히 활터에서 오래 활을 쏜 사람들이 이 용어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자는 인천지역에서 오래 활을 쏜 분들을 찾아가서 여쭙고 그것을 녹취하여 대담록을 작성했다. 이제부터는 그 대담록을 소개하겠다.
그리하여 멍에팔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들을 분석하여 올바른 활쏘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용어정립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바른 활쏘기를 위한 자세는 무엇인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3. 인천지역 구사들이 인식한 ‘멍에팔’
인천의 각 정에서 활을 오래 내신 구사 분들의 말씀들을 통해 멍에팔에 대한 바른 용어 정립을 하고자 한다.
질문자는 ‘해’로 하고 답변자는 성함의 ‘성’을 사용한다.(이글은 『국궁논문집9』에 실린 것으로, 원문에는 대담 내용이 매우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중에서 멍에팔에 관한 부분만 실었다. 대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국궁논문집9』 원문 참조.)
1) 현계석(인천 연수정) 대담녹취: 2016. 3. 17
해: 현 사범님 요즘 건강은 좀 어떠세요?
현: 그냥 그래,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그 전만 못하지.
해: 사범님. 멍에팔이라고 들어보셨죠?
현: 그럼 알지. 멍에팔.
해: 멍에팔이 정확히 뭔가요?
현: 멍에팔은 팔이 덜 펴져. 그런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해: 어떻게요?
현: 팔이 이렇게 휘어서 다 펴지질 않어.
해: 안쪽으로요?
현: 그렇지. 안으로다가 이렇게 덜 펴지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람들을 말하자면 멍에팔이 라 그러는 거야.
해: 그런 사람들은 활 쏘는 게 어떤가요?
현: 글쎄. 다들 각각인데. 내가 언제 물어보니까. 주먹 뒤로 본다고 그러더라구.
해: 주먹 뒤로 과녁을 본다구요? 그럴 수 있겠네요. 남들보다 주먹이 안쪽으로 들어오니까. 그럼 그런 사람들은 활을 잘 쐈나요?
현: 옛날부터 멍에팔이 활을 잘 쏜다는 소리가 있어.
해: 그건 왜인가요?
현: 정확힌 모르는데 힘을 더 주고 쏘니까 그런가봐.
해: 그럼 일부러 멍에팔처럼 쏘거나, 또는 그렇게 가르쳐 보신 적 있으세요?
현: 그건 맘대로 안 돼. 원래 첨부터 생긴 게 그래서 그렇게 하는 거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야. 팔에 힘을 다 주려면 쫙 이렇게 펴고서 쏘는 게 정상이지.
해: 사범님도 한 때 활을 잘 쏘셨잖아요?
현: 좀 쐈지.
해: 예전에 제가 신사로 들어왔을 때 제제 활을 가르치시면서 중구미, 그러니까 팔꿈치를 틀 어보라고 하셨잖아요? 벽에다 대고 트는 방법도 가르쳐 주시고요. 중구미 트는 건 어떻 게 배우셨나요?
현: 그건 누구한테 배운 게 아니라 혼자서 터득한거야.
해: 혼자서요?
현: 내가 활 쏠 때 외삼촌도 있었는데, 외삼촌한테도 안 가르쳐줬어. 그 때 활을 같이 쏘면 이상하게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한두 대씩 적은거야. 그래서 왜 그런가 하고 혼자 궁리 를 했지. 그러면서 활을 잡고 펴는 데 팔꿈치를 살짝 돌려봤지. 그리고선 쏴 본거야. 계 속. 근데 그 다음부턴 아주 잘 맞는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왜 그리 잘 쏘냐구들 그러더 라구. 그래도 말 안 했지. 외삼촌이 물어보는데도 말 안했어. 그 다음부턴 따라올 사람들 이 없었어. 나를. 쏘면 그냥 다 맞는 거야. 바닥엘 아예 닿질 않았어.
해: 중구미를 틀면 어떤 게 좋은가요?
현: 중구미를 틀어야 힘이 배로 생기지. 왜냐면 쫘악 최대한 팔을 펴야 밀고 버티는 게 좋아 지잖어. 그래서 그렇게 한 거야.
2) 윤종근(인천 남수정) 대담녹취: 2016. 3. 18
해: 집궁하실 때 날짜 기억나세요?
윤: 75년도인가.
해: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윤: 지금 78이요.
해: 그럼 집궁하신지는 몇 년째 되시는 거죠?
41년 정도 되는 거네요.
윤: 그렇죠.
해: 멍에팔이라고 들어보셨죠? 교장을 또 하셨으니까.
윤: 옛날부터 멍에팔이 활 잘 맞는다고 했어. 팔을 이렇게 뻗으면 현이 팔을 채고 하니깐 멍 에팔은 팔이 안으로 휘어 채질 않으니까 활이 잘 맞는다고 했어.
해: 멍에팔이 정확히 뭔가요?
윤: 멍에팔이 이렇게 팔이 고부라진 거지 뭐.
해: 팔꿈치가요?
윤: 네에.
해: 그럼 교장도 하고 사범도 하셨으니까 멍에팔인 사원들을 특별히 가르치는 방법이 있으 셨나요?
윤: 아니요. 그냥 다 똑같이 가르치고. 너무 팔이 뻗친 사람은 너무 그렇게 하지마라고 하고. 멍에팔인 사람은 그냥 그대로 쏘게 했죠.
해: 멍에팔이 잘 맞추면 사원 가르칠 때 팔을 구부려서 멍에팔처럼 쏘라고 가르치기도 하셨나요?
윤: 그게 한다구 멍에팔이 되질 않거든요. 원래 생긴 게 그러니까. 특이하게 그런 사람이 있어요.
해: 예. 고맙습니다.
윤: 잔칫집에 가야 돼. 그럼 수고하세요.
해: 예. 고맙습니다.
3) 심재성(인천 남수정) 대담녹취: 2016. 3. 18
해: 사원 분들이 들어오실 때 어떻게 하고 쏘라고 자세를 가르치셨나요?
심: 지금처럼 너무 어깨를 빼고 쏘는 걸 못하게 하지. 어쩌다 맞을 땐 잘 맞아도 평균시수가 안 나온다. 여러 사람들을 보고 해봐도 전국에서 시수께나 내는 사람들 봐도 이렇게 어깨를 빼고 쏘는 사람들이 시수가 나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다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 쏘지.
해: 옛날에 활 배우실 때도 여기 볏짚 한 단 들어가게 쏴라 하고 배우셨나요?
심: 그럼.
해: 볏 단 한단 들어가게 어깨에서 각을 주는 것도 멍에팔인가요?
심: 아니 그건 그렇게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고. 멍에팔은 줌손 중구미가 덜 펴지는 사람이고. 다르지.
해: 그렇군요. 요즘들은 그런 말씀들을 안 해 주시잖아요?
심: 처음에 기본자세를 가르칠 땐 꼭 그렇게 하게끔 하고 가르치지. 요즘은 거의 다 직장들 을 다니잖어. 기본자세 배우는 것도 보통 시간 나서 하루에 한 번, 이틀에 한 번이라도 쏘는 사람은 빨리 배우는데 며칠에 한 번씩 나오니 두 달, 석 달씩 걸리기도 한단 말이야. 근데 기본자세 배울 땐 웬만큼 하느냐고 시늉을 낸다고. 근데 조금 쏘기 시작하면 활이 좀 센 거. 빨리 보내기 위해서 활을 센 걸 잡는 거야. 그러다보니까 힘이 딸려서 어깨가 들어가는 거야. 그럼 그건 아니다. 예를 들어서 이렇게 해서 제대로 힘이 들어가는 걸 본인들이 느끼는데 조금 쏘다보면 힘이 딸리니까 못하는 거야. 활을 낮추라고 그래도 말을 안 들어.
4) 구명기(인천 구월정) 전화녹취: 2016. 3. 25
해: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 연무정의 박순선이라고 합니다. 전화드리는 거는요. 각 정의 구사 분들께 옛날 이야기들을 좀 듣고 알아볼 것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구: 아. 그래요. 근데 내가 뭘 아는 게 있어야지.
해: 고문님 멍에팔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구: 뭐요? 무슨 팔?
해: 멍에팔이요.
구: 아아. 멍에. 그럼 잘 알죠.
해: 멍에팔이 구체적으로 뭔가요?
구: 그게 가운데가 이렇게 휘어서 잘 펴지 못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멍에팔 이라고 했어요.
해: 줌팔 팔꿈치가요? 그 사람들 할 쏘는 건 어땠나요?
구: 그렇죠. 옛날부터 멍에팔이 시수가 좋다고들 했어요.
해: 시수가 좋다고요? 잘 쐈다는 말씀이시죠? 어째서요?
구: 그게 나도 이유는 잘 모르는데 잘들 쐈어요.
해: 그럼 뭐 특별한 장점이 있었나요?
구: 활 쏠 때 팔을 안 채지. 그리고 뭐... 모르겠어.
해: 그럼 일부러 그런 사람들처럼 안으로 구부려서 쏘는 사람도 있었나요?
구: 글쎄요. 그건 안 될걸요. 각자 생긴 대로 쏴야지. 부러 그렇게는 안 되잖아요? 그 사람들 은 원래부터 그렇게 타고 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쏘는거구.
해: 그럼 멍에팔인 사람들에게 특별히 어떻게 쏘라고 가르치는 방법이 있었나요?
구: 특별한 거는... 글쎄요. 깍지를 뺄 때 힘차게 빼면 된다고 했죠. 왜냐면 팔이 접혀 살을 덜 당기니까 대신 살 보낼 때 힘차게 잡아당기라고... 힘차게 보내야 되니깐.
해: 아아 그렇군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셨나요?
구: 간간이 있죠. 근데 더 안 좋은 건 팔이 뒤로 꺾이는 사람들도 있어요. 할 배우다 멍이 들고 심하면 피도 나요. 채니까.
해: 그런 사람들도 멍에팔이라고 했나요?
구: 멍에는... 소 있잖아요? 아시죠? 소 멍에. 밭갈 때 쓰는 거. 그게 멍에에요. 안쪽으로다 꺾인 거. 그게 멍에에요.
해: 그럼 바깥으로 제껴진 사람은 멍에란 표현을 안 쓴 거네요.
구: 그렇죠.
해: 그럼 어깨하고 줌팔하고 삼각형 공간이 생기게 하는 모양도 멍에팔이라 했나요?
구: 그건 아녜요.
5) 임완수(인천 서무정) 대담녹취:2016. 3. 27
해: 집궁하실 때 몇 년도인지 기억나세요?
임: 몇 년도인지 기억이 없어. 그러니까 지금 53년 정도 됐나봐.
해: 지금까지 활 잡으신지요? 어이구 53년이면 굉장히 오래 되셨네요. 그럼 인천 최고네요. 인천에서 집궁하신 지 50년 이상 되신 분들은 조사해 보니까 몇 분 안 계세요. 53년 정도 되신다구요? 그럼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임: 여든 넷.
해: 그럼 53년이면 31살 쯤에 집궁하신 거네요?
임: 집궁은 29에 했는데. 내가.
해: 집궁은 29에 하셨어요? 연도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그럼 53년이 넘으셨는데요?
임: 넘었지.
해: 55년 정도 되시는 거네요. 아이구 굉장히 오래 되셨네요. 처음에 입정하실 때 서무정으 로 입정하셨어요?
임: 그럼. 서무정.
해: 멍에팔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임: 멍에팔? 그럼. 그게 팔이 소 멍에처럼 안쪽으로다 이렇게 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걸 멍에팔이라고 한거야. 특이하게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구.
해: 멍에팔인 사람들은 활을 잘 쐈나요?
임: 똑같애. 자기 요령껏 쏘는 거니까. 휘면 휜대로들 쏘는데 특별히 잘 쏘고 그런 건 모르 겠어. 그냥 비슷해.
6) 황길웅(인천 청룡정) 대담녹취: 2016. 3. 28
해: 고문님. 옛날얘기 여쭙는 거니까 생각나시는 대로그냥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혹시 집궁년도 기억나세요?
황: 집궁년도? 내가 솔직히 얘기할게.
60년도 3월 초순 정도 될 거야.
해: 월까지 기억하세요?
황: 내가 술 먹고 들어가서...
해: 그럼 지금이 2016년도니까, 집궁이 56년 정도 되신 거네요. 와우 그럼 서무정의 고문님 보다 집궁이 빠르시네요?
황: 중간에 한 2~3년씩 안 쏘기도 했는데, 그거와 상관없이 지금까지 쏴오고 있으니까. 안 쏘 면 상관없는데 현재도 쏘고 있으니깐 56년간 쏜 거지.
해: 옛날 분들은 보니까 농한기에는 쏘시고 농번기에는 안 쏘시고 그랬더라구요.
황: 그렇지. 그런 거도 있었지. 그 때는 많이 쐈지. 여름, 가을에 산으로 갖고 올라가서 오후 가 되면 쐈다구.
해: 일들 마치시고 오후에요? 그럼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황: 지금 77.
해: 21세 때쯤 집궁하신 거네요. 집궁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황: 네. 내가 술 먹고 지랄하고 댕겼거든.
해: 21세 때요?
황: 우리 마당 앞에서 활들 쐈어요. 우리 할머니가 그 양반한테 가서 얘 좀 가르치라고, 우리 아버지 친구 분들이니까. 그래서 그 때부터 쏘기 시작한 거지.
해: 참 아쉽네요. 멍에팔이라고 들어보셨죠?
황: 멍에팔? 그건 뭐냐면 팔이 요렇게 다 펴지질 않고 안쪽으로 휜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 람들을 멍에팔이라고 했지.
해: 그런 사람들은 쏘는 게 불편했겠네요?
황: 그건 각자 그 사람들이 알아서 쏘는 거니까. 글쎄 불편해 보이진 않던데. 소가 목에 얹 고 다니는 나무토막 있잖어. 그게 이렇게 휘었잖어. 팔이 그걸 닮았다 해서 멍에팔이야.
해: 그 사람들 시수는 좀 어땠나요?
황: 잘들 쐈어. 각자 자신들이 알아서 쏘는 거니까.
해: 그럼 사람들이 잘들 쐈으면 따라 하느라고 그 사람들처럼 멍에팔로 일부러 구부려 쏘기 도 했나요?
황: 그런 게 어딨어. 그 사람들은 팔이 원래 안 펴지니까 그리 쏘는 거지. 팔은 주욱 펴고 쏘는 게 정상이지. 활을 편하게 앞뒤 둥글게 힘 빼서 잡고 있다가 댕기면서 펴는데 일부 러 팔을 구부리고 쏘면 매번 균형 맞추기가 힘들 거 아니야? 다 피고 쏴야지.
해: 그럼 활 쏠 때 또 다른 모양을 멍에팔이라 부르는 건 없었나요?
황: 아니 없어. 아까 말한 게 멍에팔이야. 이렇게 팔이 구부러진 거.
해: 그렇군요. 오랜 시간동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구요. 가끔 들려 인사 드리겠습 니다.
황: 그래요. 이 노인네 말이 도움이 됐을라나 모르겄네. 암튼 고생 많았어요. 또 잔칫집 가야돼.
7) 김해수(인천 현무정) 대담녹취: 2016. 3. 28
해: 멍에팔이라고 들어보셨죠. 멍에팔이 뭔가요?
김: 멍에팔은 이렇게 된 거야. 쫙 펴지지 않는 것 그런 사람들이 많아. 서무정은 저기 이상 준씨라든가 그런 사람이 멍에팔이지. 오래된 사람들이지.
해: 멍에팔이란 용어를 직접 들어보셨죠?
김: 그럼 이렇게 팔꿈치가 구부러진 사람. 멍에팔인 사람들이 활을 괜찮게 쏜다구들 하더라 구.
해: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왜냐면 유리한 게 있대요. 안 채고 일단.
김: 나는 여기 하두 맞아서 고름이 나왔어.
해: 잠깐만요. 팔이 뒤로 제껴지네요?
김: 피가 나도 쏘구 또 피가 나도 쏘구 그랬으니 여기가 곪았어. 곪아서 이렇게 된 거야.
해: 팔을 만져보니 엄청 단단하시네요. 활을 오래 쏘신 분들은 팔하고 허벅지가 단단하시더 라구요.
김: 지금도 50파운드는 쏘니까. 각궁은 60파운드 넘지.
해: 멍에팔인 사람들은 특별히 가르치는 방법이 있었나요?
김: 못 가르쳐 그건. 이렇게 밀라고 하는데 못 미니까.
해: 그럼 화살 당기는 것도 짧게 당겨야 되겠네요?
김: 덜 당긴다고 봐야지. 온작질을 못한다고 봐야 돼.
해: 근데 왜 멍에팔인 사람들이 시수가 좋다고들 하나요?
김: 글쎄 그건 나도 몰라. 그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더 노력을 해서 그런 진 몰라도.
해: 멍에팔이라고 더 잘 맞고 그런 건 아니었나요?
김: 멍에팔이 이렇게 떨릴 텐데 말이야. 아무래도 떨리거든. 힘이 좋은 사람들이어서 그런 건지. 그 이유는 나도 잘 몰라.
8) 홍순복(인천 현무정) 대담녹취: 201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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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다들 아는 동네분들이고 그러니깐 편하게 편하게만 해 주신 거네요. 멍에팔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홍: 멍에팔? 그럼요.
해: 멍에팔이 뭔가요?
홍: 왜 소 모가지에 얹는 멍에 있잖아요? 팔이 그처럼 굽었다 해서 그런 팔을 멍에팔이라고 그래요. 팔이 쫙 펴지질 않고...
해: 그런 사람들이 있었나요?
홍: 예 그럼 간간이 있었지.
해: 그럼 팔을 일부러 굽게 해서 쏘라고 하는 소린 들어보셨나요?
홍: 안 돼지. 어떻게 일부러 팔을 접어서 쏴. 그럼 활 못 쏴. 팔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쫙 펴 서 쏴야지. 굽히고 어떻게 활을 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팔을 쫙 펴고 쏴야 제 힘 을 다 쓰지 그렇게는 활을 안 쐈어. 팔을 쫙 펴야 온전히 힘을 줄 수가 있지. 일부러 그 렇게 접어서 쏘는 사람들은 없었어.
해: 그럼 활 쏘는 다른 자세를 혹시 멍에팔 사법이라고 들어 본 적은 없으신가요?
홍: 그건 자세가 아니고... 팔이 생긴 게 원래 그런 거야.
9) 서춘득(인천 연무정) 대담녹취: 2016. 3. 30
해: 서고문님. 고문님께서 현재 연무정에 계신 분들 중에 집궁 년수가 가장 오래 되셨네요. 현황판을 보니까 1977년이시네요. 그럼 올해 집궁이 39년째세요. 거의 40년이 되셨네요.
서: 아마 그럴 거야. 내가 그리 오래됐나?
해: 고문님 기록을 모니까 화려하네요. 전국대회 기록들이...
서: 내가 전국대회에서 안 해본 게 없어. 1등, 2등, 3등 다해봤어.
해: 고문님. 혹시 멍에팔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서: 그럼 알지. 멍에팔.
해: 옛날에도 그런 말을 쓰셨나요? 멍에팔이라고. 멍에팔이 뭔가요?
서: 아니 그거 있잖어. 소 등에다 얹는 멍에 그게 이렇게 꺾여 있잖어. 팔이 그렇게 생기면 멍에팔이라고 하는 거야.
해: 팔꿈치가 안으로다 이렇게 꺾인 사람이요?
서: 그렇지 활을 쏠 때 팔이 안쪽으로다 꺾여서. 다 안 펴지는 사람들을 멍에팔이라고 했 어. 그런 사람들 있었어. 우리 정에도. 많았어.
해: 그럼 반대로 꺾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서: 그런 사람도 있지. 근데 그런 사람들은 활 쏘는 게 힘들어. 현이 팔을 자꾸 치니까. 나중 에는 괜찮아져. 연습하면.
해: 바깥으로 꺾인 사람도 멍에팔이라고 그랬나요?
서: 그건 아니고 안으로 이렇게 꺾인 사람들이 멍에팔이지.
해: 그럼 그런 사람들 활 쏘는 건 어땠나요?
서: 글쎄 잘 쏘는 사람은 잘 쏘고, 못 쏘는 사람은 못 쏘고 그랬지. 근데 대부분 다 잘들 쏜 것 같애. 멍에팔이라고 꼭 못 쏘라는 법은 없잖어. 불편해 보여도 그냥 생긴대로 배우는 거니까.
해: 그럼 혹시 어께에서 이렇게 볏 단 한단 들어가게 삼각형 공간을 만들어 쏘란 말은 못 들어보셨나요? 어깨를 쭉 앞으로 다 뻗지 않고. 어깨에서 각이 나오게.
서: 그렇게 쏴야 하는 거야. 원래가. 기생 품을 공간을 만들어서.
해: 그렇게 어깨에서 꺾여 각이 나오게 쏘는 것도 멍에팔이라 했나요?
서: 그건 원래 그렇게 해야 되는 거고 팔꿈치가 꺾여 있는 사람들 있잖어. 그런 사람들이 멍 에를 닮았다 해서 멍에팔이라고들 한 거지.
해: 그럼 그런 사람들을 가르치는 방법이 있었나요?
서: 처음에 가르칠 땐 다 똑같이 가르치지. 쭉 펴고 쏘라고. 근데 그 사람들은 원래부터 안 되니까 어찌 할 수 없는 거야. 대신 남들보다 유리한 건 있어. 신사 때 배울 때 남들보다 팔을 덜 채니까. 그 건 좋지.
4. 멍에팔의 의미
이상으로 여러 구사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여러 구사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해서 일정한 결론을 내리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결론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멍에팔이라는 말의 뜻부터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국어사전]에 의한 ‘멍에’에 대한 뜻풀이이다.
(1) 마소의 목에 가로로 얹어 수레나 쟁기를 끌게 하는 ‘∧’ 모양의 막대.
(2) 전하여, ‘행동에 구속을 받거나 무거운 짐을 짐’의 비유. 1.~를 짊어지다.
(3) 거룻배. 돛단배 따위의 뱃전 밖으로 내민 창막이 각목의 끝 부분.
멍에(를) 메다. [구] (ㄱ) 행동에 구속을 받다. (ㄴ) 어떤 고역을 치르게 되다.
위에 있는 첫 번째 그림이 소의 등에 얹은 멍에이다. 보는 바와 같이 가운데 부분이 ‘∧’ 모양으로 굽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멍에팔이란 위 그림과 같이 줌팔의 팔꿈치가 다 펴지질 않고 안쪽으로 꺾여 있는 모양이다. 이와 같은 모양을 멍에팔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앞서 만난 인천의 구사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만작 시에도 줌팔을 곧게 다 펴 내지 못하는 이와 같은 팔을 소의 멍에를 닮았다하여 지칭하는 용어이다.
5. 『조선의 궁술』에서 표현하는 앞죽의 모양
『조선의 궁술』에서 말하는 중구미에 대해 알아본다.
(원문)
중구미는 필요히 업피여야 합당하니 중구미가 젓처진 것을 일으되 붕어죽이라 하고 젓처지지도 안이하고 업피지도 안이한 죽을 일으되 안진죽이라 하나니 이 두 죽은 실치 못한 죽이라. 활은 아모쪼록 물으도록 할 것이며 겸하야 줌통을 평하게 하며 뒤를 연삽히 내여야 하나니라.
중구미가 업피는 때에는 각지손을 실하게 내야하고 압히 동글고 죽머리가 밧투 붓고 중구미가 업피는 경우이면 각지손을 턱밋흐로 밧투짜서 뒤를 맹렬하게 내여야 적합하니라.
만약 중구미는 동굴되 죽이 멀리 붓거나 구미가 업피지 못한 경우에는 뒤를 밧투거서 연삽히 내여야 적합하니라.
1) 붕어죽
붕어죽이란 줌손의 중구미(팔꿈치)가 하늘을 향하도록 젖혀진 것을 말한다. 붕어의 위쪽 등부분은 시커멓지만 아랫부분의 배는 허옇다. 사람의 팔도 마찬가지이다. 붕어죽이란 팔이 붕어가 배를 뒤집고 죽은 것처럼 허옇게 뒤집어졌다는 뜻이다. 팔의 접히는 부분(오금)은 햇볕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부위에 비해 허옇다. 줌손의 팔꿈치가 밑으로 가고 접히는 부분이 위로 허옇게 드러나는 것을 붕어죽이라 한 것이다. 줌손은 이렇게 되면 실치 못한 죽이라 표현하고 있다.
2) 앉은죽
중구미는 반드시 엎이어야 한다. 이것은 죽이 모로 서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붕어죽에서 하늘로 향하던 그 오금이 옆으로 향하거나 땅으로 향해야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활을 잡고 밀면 줌손은 잦혀진다. 아니면 잦혀지지도 않고 업히지도 않은 어정쩡한 죽이 되는데 이것을 앉은죽이라 한다. 이 또한 실치 못한 죽이라 하고 있다.
3) 둥근죽
활을 밀고 당길 때는 양손이 동시에 밀고 당겨야 한다.
처음에 양손을 편안히 구부려 둥근 원 모양을 하고 있다가 이마 위로 두 손을 서서히 올려 줌손과 깍짓손 양손이 밀고 당기면서 동시에 두 손을 끌어내리는 모양이 되어야 한다.
깍짓손이 너무 낮지 않게 귓바퀴를 스치듯 높게 끌어 깍짓손의 위치가 어깨보다 위쪽에 자리 잡도록 잘 정렬한다. 양 팔은 이렇게 앞뒤로 공평하게 밀고 당겨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앞죽이 둥글다’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 동작하기 전에 줌팔과 깍짓손이 멍에팔처럼 구부러진 둥근 모양의 자세에서 양팔은 들어 올리면서 밀고 당기는 동작을 동시에 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줌손을 앞으로 쭉 편 채 밀어놓고서 깍짓손만 당긴다거나, 깍짓손을 당긴 다음에 줌팔을 뻗으면 보기에 좋지 않다.
밀고 당기는 것이니 만큼 미는 손과 당기는 손의 모양이 아주 중요하다. 줌손에서는 죽의 모양을 모로 세워 중구미를 반드시 엎는 동작이 중요하고, 깍짓손에서는 손끝으로 끄는 것이 아닌 중구미로 원을 그리듯이 끄는 동작이 중요하다.
죽이 엎이도록 하려면 윗마디 팔뼈에서부터 전체를 줌팔을 뻗어내는 속도에 맞춰 돌려 펴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죽이 모로 선다. 이것은 등힘으로 밀라는 것을 말한다. 등힘을 사용한다는 것은 줌팔의 등쪽(바깥쪽)으로 밀라는 것이다.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의 힘이다.
이래야만 죽머리에서부터 팔의 바깥쪽을 타고 흐르는 강한 힘이 하삼지로 이어지면서 활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단전의 힘을 팔로 전달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화살이 제대로 탄력을 싣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죽이 모로 서지 않는 사람도 있다. 죽이 모로 서야만 강한 등힘을 쓴다고 하는데 신체조건이 특이해서 죽이 모로 잘 서지 않는 사람은 활쏘기에 그만큼 불리한 편이다. 단지 불편할 뿐이지 활을 쏘는 데는 크게 이상이 없다. 또 어릴 때 팔이 접질리거나 해서 줌팔이 똑바르질 않고 기형적으로 휘인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팔을 ‘멍에팔’이라 한다.
멍에팔인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중구미를 모로 엎지 못하는 불편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러 팔을 멍에팔처럼 구부려 쏜다거나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자세이다.
또한 깍짓손은 뒤로 충분히 끌어 만작 시에 상체의 모양을 보았을 때 가슴통에 볏단 한 단이 드나들만한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줌팔과 몸통, 깍짓손의 올바른 자세에서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마치 양궁을 하듯이 줌손을 과녁을 향해 쭉 밀어 넣은 상태로 깍짓손을 당겨 줌팔과 화살이 나란히 11자처럼 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삼각형의 공간이 만들어질 수 없다. 깍짓손을 뒤로 충분히 당겨야만 이러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줌팔과 어깨에서 자연스러운 각도가 만들어 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각이 꺾이는 것을 멍에팔이라 함은 더욱 잘못된 표현이다.
6. 멍에팔의 올바른 의미
어떠한 분야에서든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용어의 잘못된 정의로 인한 혼란과 이로 인해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 본 멍에팔에 대한 의견은 대략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줌팔의 중구미가 소의 멍에처럼 구부러진 것을 ‘멍에팔’이라 한다.
둘째. 줌팔과 어깨가 만들어내는 각도가 있어 그렇게 줌팔과 어깨의 사이에 만들어지는 각 도의 모양을 ‘멍에팔’이라 한다.
또한 일각에서 몇몇 사람들이 멍에팔에 대한 다른 의견을 보이고도 있다. 심지어는 팔을 구부렸다 펴내면서 활을 쏘는 사법을 ‘멍에팔 사법’이라 지칭하며 새로운 사법에 대한 연구라 주장하기까지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으로 용어를 정의하면 후대로 갈수록 혼란만 가중된다. 따라서 용어를 제대로 파악하여 이에 대한 올바른 용어 정립과 올바른 사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자 하는 것이 이런 글의 의미이다.
이상에서와 같이 ‘멍에’란 소의 목덜미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기이다. 이와 같이 궁사의 줌팔 중구미가 구부러진 모양을 ‘멍에팔’이라 한다. 인천 각 정의 구사들과의 대담을 통해 알아본 바도 역시 한결같은 증언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부러 멍에팔처럼 줌팔을 구부려 쏘기도 했느냐의 질문에도 그러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정진명 접장이 이미 작고한 인천의 구사들과 대담하여 온깍지궁사회 카페에 소개한 글에서도 그렇고 이번에 각 정의 여러 구사들을 면담하여 채록한 내용에서도 그렇고 멍에팔이란 우리가 기피해야 할 궁체를 가리키는 용어가 분명하다. 이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는 것으로 앞으로 국궁의 이론화에 큰 혼란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면담에서 중요한 것을 또 하나 얻었다. 구사들의 증언을 통해 만작 시에 어깨와 줌팔이 만들어 내는 상체의 모양에서 볏단 한 단이 들어가도록 생기는 각도를 ‘멍에팔’이라 하지 않음도 알 수 있었다.
『조선의 궁술』에 의하면 붕어죽과 앉은죽을 분명 좋지 않은 자세라 하고 있다. 중구미를 모로 세워 엎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멍에팔은 기형적인 중구미의 모양으로 이러한 자세를 취하는 데 불리한 점이 있다.
이러한 궁사들에겐 깍짓손을 더욱 바짝 끌어 연삽하게 내라고 처방까지 주고 있다. 멍에팔인 사람은 강한 등힘을 이용하기가 힘들다. 그만큼 다른 사람에 비해 분명 불리한 점이 있다.
인천 구사들과의 대담 중에서 멍에팔인 사람을 특별히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한다. 멍에팔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생긴 대로 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불리한 자세를 일부러 구사하여 일명 ‘멍에팔 사법’이라 하며 활을 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앞서 살펴본 최석규의 글에서는 멍에팔 사법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멍에팔이 옛날부터 내려온 것이어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인 양 소개했다. 문제는 그런 소개의 이면에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나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점이다. 게다가 이렇게 작성된 것을 대한궁도협회에서 인증해준 듯이 활용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활터에서는 문헌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들면 활터의 구사들에게 의견을 물어서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석규의 글은 못내 아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멍에팔 사법이 옛날 구사들로부터 나온 것이 분명하다면 앞으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여 이런 미심쩍은 의심을 일소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7. 맺음말
우리의 전통 활쏘기는 수백 년의 전통을 이어서 내려온 것이다. 그런 전통에는 분명히 논리도 있고 원리도 있다. 그것을 밝혀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후손들의 능력에 달린 일이다.
그렇지만 시대의 변화로 인하여 오늘날은 논리적 사고와 엄중한 과학정신에 의해 의미를 규정하고 비밀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선배들이 가꾸어온 활쏘기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자면 제일 먼저 용어의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우선 용어는 활터의 구사들이 일치하여 썼고, 그것을 『조선의 궁술』에서 처음으로 정리했다. 물론 거기에 정리된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거기서 정리되지 못한 용어들은 구사들에게 확인하여 정확히 정리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과학화를 통해 미래의 발전을 꿈꿀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용어를 구사들에게 확인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여 해석하는 경우다. ‘멍에팔’의 경우도 이런 경우이다. 그런 말을 기억하는 구사들에게 물어서 확인한 다음에 써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생략하면 자신의 생각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수필이라면 몰라도 사법을 전달하기 위한 용어로는 크게 조심해야 할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멍에팔에 대한 구사들의 대담은 전통을 이해하고 사법을 수련하는 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용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바른 활쏘기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첫댓글 또하나 배워갑니다.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 팔이 멍에팔입니다. 팔이 다 안펴집니다.
장점은 현에 잘 안맞습니다.
단점이 많습니다. 살은 대체적으로 앞이납니다. 앞이 잘 빨리기 때문입니다. 중구미를 엎어봐야 별 차이도 없구요. 그리고 팔이 심하게 떨립니다. 강궁 연궁 상관없이요. 팔꿈치에 오는 충격도 매우 강해서 밑장을 받쳐놓고 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궁술 제 2 사법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죽을 늘어지게 각지손을 바투 그어서 실하게 내는 방법입니다. 그나마 살이 바르게 일정하게 갑니다. 제 1사법 죽을 싸서 각지손을 턱밑으로 바투짜서 뒤를 맹렬하게 내면 100퍼 앞나는 팔입니다. ㅠㅠ 아무래도 노력을 두배로 해야 하는 체질이 아닌가..생각이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