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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 22일 (화) 맑고 더움
사랑한다 아들아! 夏至인 오늘은 29도라고 한다. 땀으로 뒤범벅이 됐었겠지? 기상과 취침을 똑같이 너의 일과처럼 하리라고 결심을 했는데, 오늘은 내가 30분이나 늦게 기상을 했단다. 무더위에 아버지도 체력이 달리는 모양이다. 눈은 떴는데 몸이 영 말을 듣질 않는구나.
오늘 저녁엔 누나가 냉면이 먹고싶다고 해서 세 식구가 냉면을 먹었다. 식구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먹으면서도 너의 생각이 자꾸만 떠으르더구나. 휴가를 나오면 그동안 먹고싶었던 거 많이 해주겠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편지함에 너의 편지가 와있더구나. 알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역시 그곳도 굉장히 덥다고 하니 더더욱 힘들겠구나. 그런데도 힘든 사격이며, 20Km 장거리 행군도 했다니 우리 아들 눈물겹게 장하고 훌륭하다. 다행히 군화가 잘 맞아서 발에 물집 같은 게 안 생겼다니 고마운 마음 그지없다. 그리고 집에서 보낸 소포며, 2 통의 편지도 잘 받았다니 고맙다. 마침 장거리 행군을 마치고 귀대했을 때 편지를 받아서 더욱 기뻤을 줄로 안다. 이제 남은 약 2주 정도의 교육 일정이 각개전투, 화생방 교육 그리고 산악행군이 남은 모양이구나.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무사히 잘 마무리 하리라 확신한다. 군법당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니 너무 고맙구나. 수계(受戒)도 잘 받으리라 생각한다.
“제1야수단”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하는데, 잘된 것 아닌가? 기술교육도 받고 거리상으로도 1시간 반 내지 2시간 정도 가까울 것으로 생각되니 안심이 된다. 편지글에서 “시원한 물 한 잔이 생각난다”고 할 정도니 더위에 힘들어하는 네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 하구나. 조금만 더 참고 힘을 내라. 빨리 휴가나오면 그동안 먹고싶었던 것 차례차례 무엇이든 해주마. 식구들이 얼마나 눈에 아른거리면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을까. 사랑하는 아들아, 편지 읽은 즉시 답장을 쓰고, 사진도 준비하고, 부탁한 네 친구들 연락처 확인해서 동봉하여 조금 전에야 우체통에 넣고 이 글을 쓰고 있단다. 현재 시각이 자정을 넘어 01시 25분이다. 23일 새벽이 밝아오고 있는 시각이다.
부대에서 취침과 기상 시간을 임의로 변동시키는 모양인데, 정말 힘들겠다. 왜 새벽 4시에 기상을 시키는지? 그리고 사역하는 시간이 많은 모양이지? 편지에서는 걱정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집에서 생각하기엔 너무나 힘든 생활일 것 같아 안타깝다. 다음 주부터 전국이 장마권으로 접어든다고 하는데, 건강 각별히 조심하고 특히 감기에 조심하거라. 이제 비와 무더위하고 싸워야겠구나.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거라. 99. 6. 23. 01 : 35 - 답장을 쓰고 난 후에 아버지가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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